에세이 낸 윤덕원 "창작 20년, '열심히 대충 쓰자' 깨달았죠"
브로콜리너마저 20주년에 동명 신곡도…"만들고 부르는 밸런스 유지하고파"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때 온라인 공연이나 영상 브이로그 등 대단히 많은 것을 시도했지만, 신기하게도 쓰기의 본질에 집중한 것들만 (오래) 살아남더라고요. 다양한 장르와 매체로 시도한 것들은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도 있었지만, 어떤 것들은 그냥 지나가 버렸어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베이스 겸 보컬 윤덕원이 지난 20여년 동안 음악 활동에서 우러나온 창작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첫 에세이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을 냈다.
그는 멜로디든, 노랫말이든, 글이든 모두 '쓰는' 행위라는 점에 착안해 무언가를 지어내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윤덕원은 2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신간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작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창작자의 숙명"이라며 "어떤 글을 쓰든 그것이 사람 많은 네거리에 붙여놔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것이 어렵다는 것을 긴 글을 쓰고 책을 엮으면서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쓰는 행위는 (결과물이) 남는다는 사실에 방점이 찍힌다"며 "'남아 있기' 때문에 많은 분이 어설프게 하는 걸 두려워하며 시간을 들인다"고 창작자로서 겪는 고민을 털어놨다.

윤덕원은 팬데믹 기간 창작과 관련해 기고한 칼럼에 새 글을 더해 이번 책을 엮어냈다.
2005년 밴드 브로콜리너마저를 결성한 이후 '앵콜요청금지', '졸업', '보편적인 노래' 등 다수 인기곡을 냈지만, 긴 호흡의 '줄글'로 책을 펴내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그는 "이를테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노래를 몇시간 불러야 할 때의 느낌처럼, 글로 (생각을) 드러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며 "부족한 음악 무대는 지나고 나면 마음에서 덜어낼 수 있는데, 글은 한번 남으면 어디선가 떠다닌다는 부담이 있었다"고 했다.
윤덕원은 책 제목을 통해 자기만의 창작 철학으로 '열심히 대충 쓰는 것'을 제시했다. 20년간 음악 창작에 매진하면서 깨달은 결론이다.
그는 "업(業)을 해오면 해올수록 (작업) 뒷부분에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 많은 분이 연차가 쌓이고 실력이 높아지면 깐깐함의 기준이 마지막 단계에서 높이 발현된다"며 "꼼꼼함이 완성도에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지만, 거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 창작과 일상 생활이란 사이클에서 균형감이 사라질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자신을 짜내는 과정은 대충 해도 되지 않을까, 그 대신 다른 부분은 열심히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래야 건강하게 오래 활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음악과 사회 트렌드 속에서 그를 둘러싼 창작 환경도 크게 바뀌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의 부상으로 창작의 정의 자체가 재정립돼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는 "AI를 창작에 사용하는 사례를 보는데, 우리가 이에 대해 생경함을 느끼는 것은 작업 마무리 단계에 AI가 개입해 그런 것 아닐까"라며 "사전에 자료를 조사할 때 도우미 역할로 이용하는 게 지금 단계에서 (AI를) 잘 쓰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쓰는 것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볼 때 (창작 과정에) 더욱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윤덕원은 책 출간에 앞서 지난달 동명의 노래도 발표했다. 담담한 목소리와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에 출판사 직원들의 합창이 들어가면서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 [세미콜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2/yonhap/20250902142717471alcb.jpg)
그는 "20년 이상 창작을 지속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위치가 됐다"며 "(활동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곳을 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긴 시간 창작자로서 액티브(Active)한 상태로 지속해서 결과물을 내고 싶다"며 "기존에 낸 창작물도 더 멋있게 만드는 창작자가 되고 싶다. 만들고 부르는 밸런스를 끝까지 유지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세미콜론. 300쪽.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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