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도 못 막는 트럼프의 ‘관세 폭주’…꺾이는 수출 실적 속 韓기업 과제는
트럼프 2기 강경 통상정책 지속 가능성…무협 “생산 전략 등 조정해야”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놓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없었다면 미국은 완전 파괴됐을 것"이라며 '마이웨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관세를 정당화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수단이 있다는 입장이다. 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강경한 통상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수정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트럼프, 정치적 명성·유산 확보에 주력"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1일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 통상조치에 대한 미국 입법·사법적 견제 동향'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명성과 유산 확보에 주력해 고강도 통상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세의 상시화' 현실 속에서 '자유 무역'이라는 기존 원칙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만큼 기민하고 다층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보호무역 기조를 바탕으로 고율의 관세 정책을 추진했던 1기에 이어, 2기에 관세정책의 외연을 한층 확대하면서 '관세 전쟁'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4월 그동안 관세 부과를 위해 한 번도 활용되지 않았던 국가비상경제수권법(IEEPA)에 근거해 상호관세를 명령하고,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조치를 강화해 기존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인상한 것도 그 일환이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조치가 권력분립의 원칙과 의회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의회에서는 대통령 관세 권한을 통제하기 위한 다수 법안이 발의됐고, 의회 내 결의안을 통한 관세 무효화 시도도 이어졌으나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입법적인 견제도 현실적인 효과가 없었다.
사법적 견제도 진행 중이다. 국제무역법원(CIT)과 CAFC는 트럼프 행정부의 IEEPA 기반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예기간인 다음달 14일 내로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상고가 제기되면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판결 효력은 자동으로 정지된다. 대법원 판결은 내년 초 정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수적 성향의 대법원이 내년 11월 예정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갈등을 초래하는 '위법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 유리한 판결을 연이어 내리고 있다. 만약 항소법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더라도 1심 재판부가 판결한 전면적 관세 시행 중단과 이미 납부한 관세 환급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행정부는 관세 조치가 중단될 경우 한국 등 국가들이 약속한 대미 투자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CAFC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법원이 IEEPA에 근거한 관세를 중단하면 외국 교역 상대국들의 보복과 무역 합의 철회가 이어질 것이고, 진행 중인 주요 협상을 탈선시킬 것"이라며 "미국의 광범위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위협하고, 미국과 미국의 외교정책, 국가 안보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한주희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법령에 근거한 대체 관세 조치(플랜B)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돼 사법적 판단으로는 대통령 권한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가 어려울 전망"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1·2심 판결 직후에 관세법 338조, 무역적자에 대한 통상법 112조 관세,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조치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다.

"美통상정책, '뉴 노멀' 될 것…생산지 다변화 등 필요"
미국 법원이 법리를 통해 '위법'이라고 판단한 자체가 통상 협상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거론되지만, 결국 관세 정책이 축소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8월 대미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0% 감소하고, 특히 자동차·철강 등 관세 조치 대상 품목 중심으로 수출 실적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강경한 통상 정책을 '뉴 노멀'로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대미 사업 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무역협회는 "관세 부과, 파생 제품 확대, 면제 조건 변화 등에 대비한 생산지 변경,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 등 시나리오를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며 "미국 진출 기업은 주(州) 정부·의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상시화해 지역 사회 내 인지도 영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트럼프 (정부) 이후에도 관세 부담이 이어질 수 있음을 전제로 미국 내 생산이 어려운 틈새·첨단 품목 중심으로 전환하고, 가격이 아닌 기술·품질·납기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멕시코·캐나다 등 인근 거점으로 생산지를 다변화하는 등 중장기 대응 전략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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