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으로 택시 면허 사서 없애라”, 한은 파격 제안
격차 더 벌어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국이 지금처럼 준비 없는 상태로 자율 주행 택시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기존 택시 종사자들의 ‘출구 전략’을 미리 마련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에서 자율 주행 택시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정부 주도로 사회적 기금을 조성해 개인 택시 면허를 매입, 소각하는 방안 등을 담은 택시 산업 구조 개혁안을 냈다. 한국은 택시 기사들의 반발이 거세 ‘우버’로 대표되는 승차 공유 서비스를 도입하지 못했는데, 자율 주행 택시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막힐 경우 혁신이 저해될 수 있으니 대비하자는 취지다. 한은은 2일 이 같은 방안을 담은 ‘자율 주행 시대, 한국 택시 서비스의 위기와 혁신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이 택시 산업 구조 개혁안을 제안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은 2020년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타다 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을 통해 승차 공유 서비스가 막혀 있는 상태다. 서울의 경우 장애인용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기존 방식의 택시가 전체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승차 공유가 보편화된 미국 뉴욕, 영국 런던은 이 비율이 각각 12%, 14%에 그친다. 한국은 특히 자율 주행 택시와 경쟁하기 어려운 영세한 개인 택시 규모가 4만8000명으로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많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노진영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제도팀장은 “자율 주행 택시가 확대되면 그만큼 피해가 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이런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승차 공유 서비스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사회적 기금을 마련해 택시 산업 구조 개혁에 쓰는 방안을 보고서를 통해 제안했다. 예를 들어 택시 요금의 10% 혹은 탑승 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정부도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마련한 후 이를 재원으로 개인 택시 면허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2019~2020년 호주 서호주 주 정부가 우버 도입에 대응한 방법과 비슷하다. 서울의 경우 개인 택시 면허 가격은 약 1억2000만원, 면허 수는 4만9074개로 이를 모두 시가(時價)로 사려면 5조8900억원이 들 것으로 한은은 추산했다. 다만 호주가 시세의 39% 수준으로 기금을 조성한 점을 고려하면, 서울 택시 면허 매입 기금으로는 약 2조3000억원 정도가 필요할 전망이라고 한은은 보았다.

지난해 약 30억달러 규모였던 전 세계 자율 주행 택시 시장은 2034년 1900억달러로 연평균 51%씩 성장할 전망이지만, 글로벌 자율 주행 기술 상위 20개 기업 중 한국 기업은 하나에 불과하다. 한은은 “자율 주행 택시는 비용을 낮춰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라며 “서울에 자율 주행 택시가 지금의 10% 정도인 7000대 도입될 경우 소비자들이 얻게 될 후생은 연간 1600억원 정도로 분석됐다”고 했다. 신성우 서울택시기사연합 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재도 택시 면허가 과잉 공급돼 있어 면허를 매입해 소각해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택시 면허는 기사들에게 자산이므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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