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가는 길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다" 9급 공무원 최연소 합격자 최민준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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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길도 있고, 그 길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이고 싶습니다."
"3학년 반 배정 뒤 담임 선생님께 공무원시험 준비 사실을 알려드렸는데, '대입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한번 해봐라!' 하시더라고요. 그게 전부였어요." 앞으로 이 길에서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할 최군이지만 목소리는 이미 그 약속을 지킨 이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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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때부터 준비, 챗GPT 활용 면접 준비"
"'해봐라' 용기 준 담임선생님 응원 기억해"

“이런 길도 있고, 그 길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이고 싶습니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두고 전국의 수험생이 막판 전력 질주하는 요즘, 대구 영남고 3학년 최민준(18) 군은 ‘딴짓’ 중이다. 신문을 읽고 워드프로세서, 엑셀, 프레젠테이션(PPT) 등 소프트웨어 활용법을 배운다. 심지어 게임도 한다. ’정녕 고3인가’ 하는 시선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는다. 일찌감치 다른 길을 선택해 확답을 받은 터다. 만 17세이던 지난 4월 5일 ‘2025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개 경쟁 채용 선발시험’에 응시, 6월에 최종 합격 통지서를 받은 최연소 합격자다.
최군은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 폐 덜 끼치는 막내, 도움이 되는 동료, 그래서 구성원과 잘 어울리면서 조직에 녹아드는 게 1차 목표”라며 “각종 프로그램 실력과 함께 학교에서는 힘들었던 다양하게 읽고, 보고,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최근엔 생전 처음으로 신문 구독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4,330명을 뽑는 시험에 10만 5,111명이 지원, 평균 경쟁률 24.3대 1을 뚫고 9급 시험에 합격한 그가 일하게 될 곳은 우정사업본부. 지난달 1일 서울 시내 한 우체국에서 만난 그는 “등기 같은 우편물과 택배가 수신자에게 틀림없이 배달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며 “우정행정직에 있으면서도 이 과정을 더욱 고도화하는, 물류 전문가도 장기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기 전이지만, 관심 분야를 넓히다가 진짜 타깃이 잡히면 집중 공략하겠다는 것.

영남고에서 공무원 준비를 한 재학생은 최군이 유일하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릴 때 그는 어떻게 하다 다른 길을 택하게 됐을까. “친구들이 좋은 대학을 목표로 밤낮으로 내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길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죠. 그때 아버지의 권유가 귀에 탁 꽂혔고요. 9급 연봉이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이고, 각종 복지도 매력적인데다 군복무 기간에도 호봉은 오른다고 해요.” 많은 친구들이 꿈을 찾기보다는 ‘좋은 대학’, ‘인서울’ 같은, 어쩌면 ‘남 보기에 좋아 보이는’ 일에 집착할 때 자신은 실속을 챙기자는 생각도 있었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도 더 나은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에 목을 매는 친구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이런 길도 있다는 걸 많은 친구, 후배에게 알리고 싶을 뿐이죠."
시험 준비는 고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시작했다. 공부 시간은 하루 6~8시간 정도. 국어와 영어, 한국사는 학교 공부보다 난도가 살짝 높았지만 도전해 볼 만한 수준이었고, 행정법과 행정학은 기출문제 풀이로 실력을 쌓았다. “닥치는 대로 풀고 또 풀었어요. 그 뒤 이론서를 보고 다시 기출문제를 푸는 방식이었죠.” 1차 필기시험 합격 후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활용해 면접을 준비했고, 최종 합격했다.
시험 공부보다 힘들었던 것은 어쩌면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택한 데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 지나고 보니 담임선생님이 제일 고마운 이유다. “3학년 반 배정 뒤 담임 선생님께 공무원시험 준비 사실을 알려드렸는데, ‘대입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한번 해봐라!’ 하시더라고요. 그게 전부였어요.” 앞으로 이 길에서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할 최군이지만 목소리는 이미 그 약속을 지킨 이의 것이었다.
글·사진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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