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머니즘·저승사자도 세계화… 글로벌 휩쓴 케데헌·미골가의 ‘한국형 오컬트’
‘K-좀비’ 잇는 차세대 한류 코드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읜 소녀 ‘미래’는 남해의 외딴 섬인 ‘해말섬’에서 할머니 연화, 할아버지 칠성과 평화로운 일상을 누린다. 그러다 섬에 들이닥친 운명의 숙적인 ‘이매신’과 대결하면서 자신의 운명과 저주를 깨닫게 된다. 섬을 떠나 육지로 향하는 미래. 한반도의 모든 귀혼백의 이름이 적힌 ‘명부록’을 찾기 위해 신비한 골동품 가게 ‘도겁당’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일을 하면서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퇴마 활동을 시작한다.
‘K-오컬트’가 세계를 휩쓸었다.
전통 무속 신앙과 저승사자,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웹툰과 드라마를 넘어 K-팝 무대까지 확산하면서 한국형 오컬트가 새로운 문화적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단순 장르적 유행을 넘어 새 문화적 정체성으로 확립되는 중이다.
앞서 설명한 네이버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이 흐름의 대표 주자다. 첫 부분은 평범하고 오싹한 성장담처럼 시작하지만 바리공주 설화와 십왕경, 천지팔양신주경 등 동양 고전을 토대로 한 방대한 설정이 한국형 오컬트의 진수를 보여준다.
구아진 작가가 2020년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시즌1에서 세계관을 다지고 시즌 2~3에서 골동품 가게 도겁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건을 풀어냈다. 올 1월 시즌3을 마무리하고 6월에 돌아온 시즌4는 명부록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서는 여정에 집중하면서 한국사와 개인의 운명을 엮어냈다.
독자들은 “단순 공포물이 아니라 한국사의 굴곡과 인간 존재를 꿰뚫는 작품”이라고 평한다. 실제 이 작품은 2022년 부천만화대상에서 대상과 인기상을 동시에 거머쥐면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작품 속에서 악귀와 창귀가 등장하는 장면은 그로테스크한 비주얼로 독자를 압도한다. 이와 함께 굿이나 부적, 주술 등 무속의 세부 디테일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몰입감을 높인다. 조선말기 진령군 사건을 재해석한 ‘이매신’ 에피소드는 역사와 판타지를 절묘하게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은 구한말부터 현재까지 200여년간 시간을 다루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도 넘나든다. 조선 말기의 혼란이나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역사적 사건들이 악귀들과 연결돼 있다는 설정도 관전 포인트다. 한국형 오컬트가 단순 장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역사에 뿌리내린 문화적인 해석으로 뻗어 나가게 하는 기반이다. 이 작품은 시즌4에서도 평점 9.98점을 기록하면서 독자들에게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한다.

한국형 오컬트는 영상 콘텐츠에서도 새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열풍을 일으킨 넷플렉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걸그룹이 ‘악령 헌터’로 귀신을 사냥하는 서사를 무대 퍼포먼스에 담았다. 악귀가 정체성인 ‘사자 보이즈’는 칼군무를 추면서 관객을 사로잡는다. 미국 극장에서 상영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1000회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극장에서 영화 노래를 따라부르는 ‘싱 얼롱’(sing-along) 이벤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달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은 한국 고유의 문화유산, 미술품, 굿즈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특히 한국 전통 민화 ‘작호도’(까치·호랑이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호랑이 캐릭터 ‘더피’가 큰 사랑을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까치, 호랑이 배지 등 관련 굿즈는 품절됐다. 온라인숍 방문자는 평소 7000명에서 26만명으로 급증하는 등 ‘케데헌 효과’가 나타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K-좀비’에서 이어진 한국형 오컬트 열풍은 죽음과 저승이라는 인류 보편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한국만의 무속·샤머니즘을 독창적 코드로 활용한다. 이는 한류 콘텐츠의 새 성장동력으로 작용했다. 드라마, 영화에 이어 웹툰, K팝 무대까지 확장하면서 ‘문화적 정체성 진화’를 이룬다는 평이 나온다.
김나인 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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