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 손길로 만드는 천년 한지, 원주한지장

김문영 2025. 9. 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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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춘천] [앵커]

강원도의 역사적 유산을 되새겨보는 강원유산지도 순섭니다.

이번엔, 가붓한 한지 한 장이 얼마나 긴 정성 끝에 탄생하는지 과정을 따라가 봅니다.

닥나무를 찌고, 벗겨 풀 먹인 종이를 직조하는 전통 방식을 3대째 이어가고 있는 원주 한지장을 김문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40년 세월이 묻어나는 허름한 단층 건물.

둘러싼 닥나무 사이로 요란한 기계음이 이어집니다.

흰머리 장인이 수조 속으로 넣는 것이 바로, '닥나무'.

먼저, 수증기로 찌고, 껍질을 벗겨내 '피닥'을 만듭니다.

그다음 잿물에 한참을 푹푹 삶고, 깨끗이 씻어 말리면 하얀 실타래 같은 '백닥'이 됩니다.

물에 풀린 백닥은 젖은 휴지처럼 부드럽습니다.

이때 한참을 정성 들여 두드려야 섬유가 분리됩니다.

예전엔 냇가 돌판 위에서 손으로 했던 작업, 너무 고된 탓에 지금은 기계의 힘을 빌립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직접 재배한 '황촉규' 약재 뿌리로 점액을 걸러내 닥섬유와 섞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외발 한지 뜨기', 장인의 한지 기술의 정수입니다.

[장응렬/원주 한지장 : "직지심경, 대다라니경 그런 한지가 전해 내려오는 게 있듯이 우리 한지는 진짜 질기고 오래 보관할 수 있고 통풍도 있고 한지는 따뜻해요. 우리나라 우리의 혼이기 때문에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 물과 맞닿은 닥섬유는 나무 틀 속에서 위아래 옆, 서로 얽히고 풀립니다.

그리고 말려 내면 한 장, 한 장 무게까지 균일한 원주 한지가 됩니다.

1989년 이곳에 터를 잡고 부친에 이어 3대째 한지를 만드는 장응렬씨.

나무 섬유와 닥풀을 쓰는 제조 기법은 물론, 도구 역시 전통 방식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그 우직함으로 2019년엔 강원도 유일 원주 한지장이 됐습니다.

지금은 가족들이 남아 그 기술을 지켜나갑니다.

[장유나/원주 한지 전수장학생 : "물론 전통을 알리면 좋겠지만 쓰셨던 분들이 만족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저희 원주 한지만의 품질을 딱 보고 만족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아흔아홉 손길이 얽혀 100번째 완성된다며 백지로도 불리는 한지.

원주 한지는 오랜 공을 들인 만큼 질기고 튼튼합니다.

우리네 질긴 끈기와 따뜻한 민족성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표창장부터 묵직한 장식장까지 쓸모도 다양합니다.

[김진희/(사)한지문화재단 이사장 : "한지를 생산하시는 분이 계시면 그것을 기획하는 사람이 있고 또 하나의 축은 그걸 소비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예전에 삼각형이었다면 저는 지금은 지자체의 지원까지 해서 사각형의 이 틀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장의 종이에 천 년 숨길이 담긴다며 선조들이 강한 생명력을 칭송했던 한지.

이제 한지장은 묵묵히 그 명맥을 이을 다음 세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

김문영 기자 (my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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