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클 날린 도의회, 달갑지 않은 도민 여론...진퇴양난 제주도정
기초자치단체 3개를 도입하는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안을 두고 제주도의회가 자체 추진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가 2일 공개됐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동·서제주시, 서귀포시 3개 구역보다 제주시·서귀포시 현행 2개 구역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게 나타났고, 변화된 상황을 고려한 속도조절론이 66.4%로 매우 높았다.
제주도의회는 여론조사를 두고 "민의를 반영한 행정체제 개편 방향을 제시"한다는 당위성을 제시했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도의회가 발목을 잡을 뿐만 아니라, 공론 절차를 밟은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권고안과는 배치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고민을 안게 됐다.
2일 발표된 여론조사는 제주지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8월 21일부터 8월 26일까지 6일간 실시됐다.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주관했다. 표본은 2025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비례 배분 추출했으며,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2.5%p다.
조사 문항은 4개로 이뤄졌다.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추진 인지 여부 ▲기초자치단체 설치 관련 법률안 발의 인지 여부 ▲행정구역 개편 의견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향후 추진방향을 묻는 질문이다.

문제는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의견이다. 현 제주도정이 행정체제개편안으로 내세우는 3개 구역(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개편 의견은 28.4%에 그쳤다. 오히려 '제주시, 서귀포시' 2개 구역으로 개편하는 의견은 40.2%로 나타났다. 두 답변의 차이는 11.8%p로 표본오차(±2.5%)를 뛰어넘는 차이가 확인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2개 구역 응답은 제주시에서 42.6%로 높게 나타났다. 3개 구역 응답은 서귀포시에서 35.8%로 전체 결과 대비 높았다.
뿐만 아니라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의 향후 추진 방향을 묻는 질문에서는 '도민의견 수렴, 추가적인 정보 제공과 상황 변화를 고려한 이후 진행'이 66.4%에 달했다. 제주도정의 공식적인 입장에 가까운 '2026년 7월 도입 목표로 주민투표 실시 등 신속 절차 이행'은 23.0%에 그쳤다.

여론조사를 주도한 이상봉 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론조사 결과를 가감 없이 도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관련 도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민의를 반영한 행정체제 개편 방향을 제시하고 제주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데 도민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여론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제주도 입장에서는 갈 길 바쁜 상황에서 도의회가 막아선 셈이나 다름없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이라는 본질이 행정구역 조정 문제로 발목이 잡히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때문에 제주도의회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제주도가 향후 어떤 입장을 밝힐 지 주목된다.
한편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9월 4일 언론 간담회를 열고 여론조사와 기초자치단체 향후 방향에 대해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