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연대로 北 비핵화 더 어려워져… 美 ‘복합적 핵 억제’ 불가피[Deep Read]

2025. 9. 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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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한의 Deep Read - 한·미·일과 북·중·러
李 ‘피스메이커’ 주문에 트럼프 “김정은 만날 것”… 金, 전승절 참석해 북·중·러 밀착 과시
주한미군, 붙박이군대 넘어 신축적 운영 필요… 한미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 구체화해야

지난달 23일 한·일 정상회담, 25일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세간의 관심이 북한·중국·러시아 관계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28일 중국 외교부는 전승절(9월 3일) 열병식에 참가하는 26개국 정상 명단을 공식 발표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다음으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호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에 따른 한·미·일 연대에 대응하듯 북·중·러 3국 정상이 베이징(北京)에 모여 세를 과시할 참이다.

◇한일·한미 정상회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8일 김정은의 방중 사실이 보도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이 정보가 한·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북·중·러 연대 강화를 미리 알고서 한·미 결속을 더욱 단단히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개최 전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1990년대 문민정부 등장 이후 한국의 신임 대통령이, 미국도 중국도 아닌 일본을 양자 정상회담을 위한 첫 방문국으로 택한 건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특히 친중·반일 정치인으로 알려졌던 이 대통령이 도쿄(東京)를 거쳐 워싱턴으로 날아간 건 전문가들의 예상을 깬 것이다. 게다가 한·일 정상은 셔틀 외교 재개, 전략적 소통 확대, 한·미·일 협력 강화에 합의해 보수적 기조를 견지했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문재인 정부와 유사했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당신은 피스메이커, 저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해 미·북 정상회담을 독려함과 더불어 한국은 ‘후보’ 선수를 자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함께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그(김정은)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화답했다. 김정은만 응한다면 연내 ‘제2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북 관계의 ‘중재자’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유사하다.

그러나 북·중·러 연대는 북한 비핵화를 더욱 어렵게 하고, 핵을 가진 3국이 전략적 조율을 통해 유라시아 전역에 핵 위협을 가하게 될 것이다.

◇북·중·러 연대 과시

북·중·러가 인·태 지역 내에서 정치·군사적 연대를 과시할 경우, 미국과 한·미·일의 핵 억제 구조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기존에는 미국이 단일 핵 보유 적대국을 억제하는 구도였으나, 이제는 북·중·러가 상호 지원하게 돼, ‘복합적 억제’ 즉, 미국이 이들을 동시에 억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의 대남 도발 뒤에 중국과 러시아가 재래식 군사 지원이나 핵우산 제공을 선언할 경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도가 시험대에 오른다. 지리적 범위를 유라시아 전체로 넓힐 경우, 러시아는 유럽에서, 중국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북한은 한반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핵 사용을 위협할 수 있다. 한·미가 제재와 압박을 포기한 채 ‘대화를 위한 대화’만을 추구할 경우, 북한 비핵화는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은 ‘페이스메이커’보다 ‘주요 이해당사자’로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북·중·러 연대 강화는 주한미군이 북한에 대한 억제 및 방어 전담에만 충실한 병력으로 남는 걸 힘들게 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실 미 행정부가 얘기하는 한·미 간 ‘동맹의 현대화’는 주한미군을 역외로 전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핵심 요소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이 대통령의 속내가 뭔지 아직 불분명하다. 도쿄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공군 1호기에서 이 대통령은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반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직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한국이 ‘안미경중’ 태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에 안보를, 중국에 경제를 의존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다변적인 외교·경제 경로를 모색할 것임을 시사한다. 경제력에서 오는 중국의 영향력을 한국이 무조건 수용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용인하겠다는 얘기인지는 불분명했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여기서 우리는 미군이 북한에 대한 억제·방어를 위해서만 한국에 주둔하는 것인지 근본적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북한의 남침이나 급변사태 시, 6·25전쟁 때처럼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이 개입할 경우 주한미군은 북한에만 대응하는 군대이므로 중국군 개입에 대해 수수방관해야 하는가. 북·러 조약에 따라 러시아가 군사 개입할 경우, 주한미군은 러시아에 대응하는 군대가 아니므로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거꾸로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주둔하는 군대이므로, 한반도 내로 중국이나 러시아 군대가 들어오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이들을 막아야 하고, 한반도 외에 대만해협·동중국해·남중국해 등에서 미국의 동맹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군사 행동에 직면할 경우, 주한미군은 절대로 관여하지 말아야 하나.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러 연대가 확대된다는 것은,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만을 위해 봉사하는 ‘붙박이 군대’로 취급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대만해협 유사시 한반도에도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한반도 유사시 대만해협에 급변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크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만해협과 한반도 ‘동시’ 유사시, 주한 미 공군이 한반도를 비우고 대만해협 쪽으로 대규모 이동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대만해협까지 오산에서 1600km, 오키나와(沖繩)에서 800km이므로, 오키나와 주일 미 공군이 대응하는 게 훨씬 빠르다.

주한 미 공군 주력기인 F16 전투기가 대만해협으로 날아가려면 중간에 공중 급유를 받아야 하나, 정찰기들은 공중 급유 없이 투입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이 대만해협에 투입된다면 다목적 전투기가 아니라 정찰기 정도가 투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동맹 현대화의 미래

결론적으로, 북·중·러 연대가 급속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신축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을 표방하는 한·미 양국은, 북·중·러에 대한 복합적 핵 억제를 통해 ‘미래’의 안정을 추구하고, 한·미 간 군사·경제·기술 협력을 ‘포괄적’으로 실행하며, 인·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지향하는 ‘전략적’ 연대로 거듭나야 한다.

고려대 경제기술안보연구원장·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 용어설명

‘전승절’은 중국의 기념일로 전쟁에서 승리한 날. 중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가 중국에 항복했던 1945년 9월 3일을 국경일로 지정해 기념해와. 정식 명칭은 ‘항일전쟁승리기념일’.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은 안보·경제·기술동맹이 합쳐진 한미동맹 발전상. 이재명 대통령은 방미 중 한화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의 새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밝혀.

■ 세줄 요약

한일·한미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8월 23일)과 한·미 정상회담(8월 25일) 종료 후, 세간의 관심이 북·중·러 관계로 옮겨가. 이재명 대통령 순방에 따른 한·미·일 연대에 대응하듯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러 연대 가시화.

북·중·러 연대 과시: 북·중·러 연대는 북한 비핵화를 더욱 어렵게 하고, 이에 따라 미국의 복합적 핵 억제는 불가피해질 듯. 주한미군은 향후 북한 도발만 억제·방어하는 ‘붙박이 군대’를 넘어 신축적으로 운영될 필요성 커져.

동맹 현대화의 미래: 한국과 미국이 북·중·러에 대한 복합적 핵 억제를 통해 ‘미래’의 안정을 추구하고, 한·미 간 군사·경제·기술 협력을 ‘포괄적’으로 실행하며, 인·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지향하는 ‘전략적’ 연대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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