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2년 실거주·4개월내 입주… 위반땐 이행강제금‘갭투자 봉쇄’[10문10답]
내국인 대출규제 등 역차별 해소
외국 지분 50% 이상 법인도 대상
의무 어길시 매매 허가 취소 검토
일각에선 타국 정부 반발 우려감
국내 외국인 주택비중 0.5% 그쳐
집값 안정 ‘실효성 미흡’ 비판도

정부가 지난 8월 26일부터 1년간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 허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규제를 받는 내국인과 달리 규제에서 자유로운 외국인들이 투기를 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군사 보호 구역이나 자연 보호 구역 등 특수 지역이 아닌 일반 주거지를 대상으로 정부가 외국인 투자 취득 규제를 내놓은 것은 1998년 토지 시장 개방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 허가제를 자세히 알아본다.
1.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 허가제란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 허가제는 외국인이 수도권 등 특정 지역에서 주택 등 부동산을 취득할 때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매입 허가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을 왕래하기는 하지만 외국 현지에 주로 거주 중인 외국 국적자가 한국의 수도권 아파트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투자 목적으로서 자산 성격의 주택이나 아파트를 매입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 강남권 등 특정 지역의 아파트 시세 급등이나 매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것과 유사한 제도로 볼 수 있다.
2.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 허가제 도입 배경

그동안 외국인은 국내 부동산 매매에 있어 실거주 의무나 대출규제, 자금출처조사 등에서 내국인에 비해 규제로부터 자유로웠다. 자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국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등에서 벗어날 수 있고, 외국인 개별 세대원 보유 실태 파악도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외국인 매매 행위에 따라 주택 매매 최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면서 외국인 매매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예컨대 미국인 A 씨는 지난 8월 2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1·2차 아파트 전용면적 198㎡를 105억 원에 매입했다. 해당 단지에서 매매가가 100억 원을 넘은 첫 사례다.
3. 어떤 지역이 규제 대상인가
서울과 인천, 경기도 주요 지역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정부에 따르면 △서울 전 지역 △인천시 7개 구(중구, 미추홀구, 연수구, 남동구, 부평구, 계양구, 서구) △경기도 23개 시·군(수원, 성남, 고양, 용인, 안산, 안양, 부천, 광명, 평택, 과천, 오산, 시흥, 군포, 의왕, 하남, 김포, 화성, 광주, 남양주, 구리, 안성, 포천, 파주)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포함됐다. 경기도 내 양주, 이천, 의정부, 동두천, 양평, 여주, 가평, 연천과 인천시 내 동구, 강화군, 옹진군은 허가 대상 구역에서 제외됐다. 국토교통부는 “외국인 거래량이 많은 곳 위주로 허가구역을 지정하되 인천에서 도서지역과 공단이 많은 지역과 경기도에서 성장촉진권역으로 지정된 낙후된 지역들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제외하고 국토부가 서울, 인천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는 지난 2020년 도내 일부 지역에 외국인 토지거래 허가제를 시범 도입한 데 이어 두 번째다.
4. 외국인의 정의와 허가 대상은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 허가제에서 말하는 ‘외국인’은 단순히 국적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지 않은 개인은 물론, 외국 법령에 따라 설립된 법인·단체, 그리고 외국인이 절반 이상 지분을 소유하거나 사실상 지배권을 행사하는 국내 법인까지 포함된다. 즉, 명목상 한국 법인이라 하더라도 외국인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거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경우라면 허가 대상이 된다. 허가 대상 조건을 충족하는 외국인이라면 토지를 직접 취득하거나 매매, 증여, 교환, 심지어 상속을 통해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까지 포괄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한국 국적을 가진 채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등은 원칙적으로 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5. 허가받은 외국인이 지켜야 할 일은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 허가제가 시행됨에 따라 수도권에 주택을 매수한 외국인에겐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대한민국 국적이 아닌 개인, 외국 법인, 외국 정부가 허가구역 내에서 전용면적 6㎡ 이상 주택을 매수할 때엔 시·군·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거래를 허가받은 외국인은 4개월 내에 입주하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개월 이내 지방자치단체의 이행명령을 받게 되고 이행강제금이 반복 부과된다. 이행강제금은 취득가액의 10% 내에서 차등 부과된다. 사후 현장점검에서 외국인이 실거주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될 경우, 청문 절차를 거쳐 허가 취소 처분까지 검토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6. 해외 주요국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나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규제하는 유사한 제도를 이미 운영 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이 2023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자체는 일반적으로 허용되지만 국가안보 관련 부동산 투자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2018년 제정된 ‘외국인 투자 심사 현대화법’에 따라 ‘CFIUS’(대외투자심의위원회)가 국가안보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제한할 수 있다. 캐나다는 2023년 1월부터 외국인의 주택 신규 구입을 금지하는 ‘외국인 주택취득 금지법’을 시행했다. 중국은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를 거주 목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법인 명의 취득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7. 국회, 외국인 토지거래 허가제 영구화 움직임
정부가 외국인 토지거래 허가제를 본격 시행하면서 국회에서도 이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여야는 모두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해 일정한 제약과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으며, 실거주 의무나 자금출처 증빙 강화 등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포함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정부는 국내 토지거래 허가제와 마찬가지로 해당 조치를 1년 단위로 재심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국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법제화해 상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8월 28일 기준으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17건(철회 2건 포함 시 19건)의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많은 법안은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신고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무 조항 도입을 포함하고 있다.
8. 부작용은 없을까
국토부는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 허가제 때문에) 국제통상 차원의 논란이 발생할 우려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제법상 국가 주권에는 정당한 공공 이익을 위해 자국 토지 소유권에 대한 국내적 규제(외국인 토지 제한 포함)를 시행할 권한이 포함된다는 사실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특히 중국 등 일부 사회주의 국가는 토지 취득 없이 사용권만 인정되며, 주택 취득은 1년 이상 실거주를 한 경우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외국인 부동산 투기 방지라는 정책 목표와 외국인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필요 최소한으로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제한한다”며 “허가구역 지정 기간 또한 1년으로 한시적으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 정부 등 외국 정부가 자국민에 대한 한국 정부의 토지거래 허가제 도입을 철폐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9.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될까
정부는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 허가제 도입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부동산 투기 방지를 들고 있다. 정부 자료를 보면, 수도권 외국인 주택거래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토부의 ‘외국인 토지·주택 보유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은 전체 주택의 0.52%(10만216가구)에 불과하다. 전체 주택의 0.52%를 갖고 있는 외국인의 주택 소유를 제한하는 것이 얼마나 시장 안정 효과가 있을까. 외국인 주택 소유를 제한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정부 조치의 실효성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전문가가 많은 이유다. 외국인의 투자를 막는 것은 한국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있다.
10. 향후 전망
정부가 올해 8월 26일부터 내년 8월 25일까지 서울시 등에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했기 때문에 일단 1년간 시행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우리나라 주택을 중국인들이 많이 구입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한국과 중국 간의 외교적인 접촉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토지거래 허가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아직 외국인의 주택 소유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전체 주택시장 안정에 미칠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인 등 외국인이 선호하는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해동·구혁·조율·신병남·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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