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22배… ‘닷컴 버블’ 재현 vs 엔비디아 견고… ‘AI 버블’ 없다[박석현의 미장 돋보기]

2025. 9. 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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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현의 미장 돋보기 - AI 거품 논쟁
주도권 경쟁… 과잉투자 우려
상위 10개가 시총 40% 차지
‘닷컴’ 당시 PER 25배와 유사
엔비디아 매출 시장예상 상회
당장 버블붕괴 단정은 어려워
점진적 주가상승 기회 전망도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가운데 하나가 ‘인공지능(AI) 버블론’이다. AI 산업이 미래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AI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막대한 투자가 과잉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앞으로도 관련 투자를 줄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오히려 추가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주식시장에서는 AI 산업을 주도하거나 독점적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에 자금이 쏠리면서, 일부 종목의 주가 변동이 시장 전체를 흔드는 현상이 과거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 고평가에 따른 변동성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AI 버블론 제기와 함께 역사적으로 흔히 비교되는 국면은 ‘닷컴 버블(dot-com bubble)’ 시기다. 1999년과 2000년대 초반 초고속인터넷의 본격 보급과 함께 디지털 시대로의 대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이 이루어졌는데,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변화를 반영하며 닷컴(.com)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고 주식시장에서는 주가(시가총액)가 급격히 올라가며 닷컴 버블이 형성된 바 있다. 현재 AI 시대로의 대전환(AX·AI Transformation) 속에서 AI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며 두드러진 주가 상승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닷컴 버블 당시 기업들은 디지털 혁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보기술(IT)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렸다. 2000년 4분기 미국 경상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IT 투자 비중은 4.46%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후 3년간 닷컴 버블 붕괴 과정 속에서 암흑기를 거쳤던 IT 투자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점진적으로 증가세를 이어갔고, 2023년부터 AI 투자 붐이 일어나며 올해 2분기에는 닷컴 버블 당시 기록했던 4.46%를 회복했다. 이는 최근 AI 투자 급증이 과거 닷컴 버블 당시의 과잉 투자를 연상시킬 정도로 과열된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식시장 내부적으로도 닷컴 버블 당시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IT와 커뮤니케이션서비스업종 비중은 닷컴 버블이 절정에 있었던 2000년 3월 42%까지 높아진 바 있는데, 최근에는 45%를 기록하며 당시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플랫폼스, 브로드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등 AI 산업을 이끌면서 큰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종목별 시가총액 쏠림은 닷컴 버블 때보다 더 심하다. 1999년 말 기준 S&P500지수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상위 5개 및 10개 종목 비중은 각각 17%와 25%를 기록했는데, 현재는 각각 29%와 40%로 크게 높아졌다. 이는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선도 기업에 대한 시장 기대가 과거보다 소수 기업에 집중되고 있음을 말해주며, 시장 내재적으로 불안정성 위험이 커져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20여 년 전 디지털 대전환(DX)과 현재의 AI 대전환(AX)이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고 해서,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처럼 AI 버블이 곧바로 무너질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AI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견고한 이익 성장이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2023년과 2024년 각각 34%와 36%를 기록한 7개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M7)’ 순이익 성장률은 올해에도 21%를 기록하며 높은 이익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10% 남짓으로 예상되는 올해 S&P500지수 이익 성장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당초에는 지난해에 비해 이익 성장률이 반 토막 이하로 큰 폭 둔화될 것으로 우려되기도 했지만,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거치며 이익 성장 전망이 호전됐다. 견고한 이익 성장이 뒷받침될 경우 AI 과잉 투자 논란은 수그러들 수 있고, 시가총액 비중 과잉 문제도 합당한 근거로 상쇄될 수 있다.

AI 산업 호황 최대 수혜기업인 엔비디아의 지난주 실적 발표는 AI 버블 논란이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2분기 매출액과 주당순이익(EPS)을 발표했고, 여기에 대중국 매출을 제외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3분기 매출 전망치를 내놓았다. 직전 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둔화됐던 매출총이익률도 이번 분기에는 반등에 성공했고, 연말까지 반등이 이어지며 수익성은 다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P500지수 주가수익비율(PER)은 8월 말 기준 여전히 22배를 웃돌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업 이익(1년치 예상 순이익)의 22배 가격을 주고 주식을 사고 있다는 뜻인데, 1999년 이후 근 27년 동안 PER이 이렇게 높았던 적은 상위 10% 안에 들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주가 버블 논란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다만 25배를 상회하며 역사적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9년 닷컴 버블 당시에 비해서는 10%가량 낮은 수준이다. 주가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견고한 이익 성장이 이어질 수 있을 경우 점진적인 주가 상승 기회가 이어질 수 있으며, 주가 급락 위험은 억제될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은행 WM그룹 주식전략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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