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부터 멤피스까지 韓맞춤형으로… “정서까지 번역하는 게 관객과 약속”

김유진 기자 2025. 9. 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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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 이어 2025년 상반기 흥행 1위를 달성한 뮤지컬 '알라딘'부터 '물랑루즈' '마틸다'까지.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번역가는 "공연 번역은 '정서의 번역'"이라며 "'멤피스'에서도 흑백 갈등보다는 각자 꿈이 다른 남녀의 이야기로 시선을 틀겠다고 관객과 일종의 약속을 하려고 했다. 그렇게 해야 국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고 말했다.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와 비슷한 주제 의식을 떠올렸다는 게 김 번역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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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빈 뮤지컬 번역가
흑백갈등, 꿈 다른 남녀이야기로
시대 발 맞춘 현지화 번역 ‘호평’
“큰 맘 먹고 보러오는 관객들에
‘카타르시스’로 보답하고 싶어“

2024년에 이어 2025년 상반기 흥행 1위를 달성한 뮤지컬 ‘알라딘’부터 ‘물랑루즈’ ‘마틸다’까지.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본 히트작들은 모두 김수빈(사진) 번역가의 손을 거쳤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뮤지컬 ‘멤피스’(충무아트센터·9월 21일까지)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김 번역가가 참여한 ‘알라딘’도 단일 시즌 300회 공연을 달성하며 서울 공연에 이어 부산에서도 순항 중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번역가는 “공연 번역은 ‘정서의 번역’”이라며 “‘멤피스’에서도 흑백 갈등보다는 각자 꿈이 다른 남녀의 이야기로 시선을 틀겠다고 관객과 일종의 약속을 하려고 했다. 그렇게 해야 국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고 말했다.

김 번역가의 설명대로 ‘멤피스’는 1950년대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 관객과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백인 라디오 DJ ‘휴이’는 흑인 가수 ‘펠리샤’의 목소리에 반해 그를 방송에 출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런 차별과 갈등은 한국인으로서는 경험해본 적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피부색 분장의 차이로 흑백 갈등을 묘사하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라며 “차별과 억압된 시대 상황이라는 건 언제나 있다. 사랑하는 남녀가 각자의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용기를 묘사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와 비슷한 주제 의식을 떠올렸다는 게 김 번역가의 설명이다.

‘한국 맞춤형’ 번역을 위해 대사나 캐릭터 설정도 군데군데 손을 봤다. 원작의 휴이가 ‘난닝구’나 입을 아저씨 같다면 국내 버전에서는 껄렁하지만 좋아하는 분야에 한해서는 열정 가득한 20대 청년 느낌이 물씬 난다. 캐릭터 구축을 위해 황정민, 장기하, 덱스 등 많은 연예인들의 모습을 조금씩 따왔다.

휴이가 맞이하는 결말도 조금은 다르다. 원작에서 휴이가 강짜를 부리고 몰락한다면 한국에서는 자신의 곁을 떠나는 펠리샤를 이해하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순애보의 주인공이다. 관객을 ‘돌멩이’ ‘돌덩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설정도 김 번역가가 추가했다.

김 번역가의 번역은 늘 재치 있고 현지화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아왔다. 뮤지컬 ‘알라딘’이 대표적이다. 서울 공연은 ‘이븐하게’와 같은 유행어와 공연 장소의 특성을 살려 “잠실역 3번 출구에서 왔다” “소원으로 롯데 시그니엘 타워를 줄 수 있다”는 개그 포인트를 넣었다. 부산 공연도 마찬가지. 인근의 부산·서면역, 부산 사직구장 등을 활용했다.

그는 “‘알라딘’의 ‘지니’는 모든 걸 초월한 마술적 존재이기에 조금 더 다양하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시에 가족 뮤지컬인 만큼 어린이와 어른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번역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번역 작업은 혼자 고민하는 과정이 아니라 “한국 크리에이티브팀의 집단 지성의 결과”라고 부연했다.

김 번역가는 고등학생 때 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은 방송연예과를 졸업했다. 이후 2013년 우연히 공연 번역에 발을 들인 이후 지금까지 100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한 ‘베테랑 번역가’다. 그는 인터뷰 내내 “공연 번역은 곧 ‘정서 번역’”이라며 “감정의 지도를 그린다”고 말했다.

“뮤지컬은 원래 비싼 엔터테인먼트잖아요. 1년에 한 번 나들이로 보시는 분들도, 다른 돈을 아껴 오는 ‘회전문 관객’도 무슨 마음이든 ‘큰맘’ 먹고 온 거예요. ‘돈값’을 하기 위해서는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하는데 저는 그 목적에 충실한 번역을 하고 싶습니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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