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 압구정3구역, 재건축 속도 높일까[비즈니스 포커스]

2025. 9. 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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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비계획 고시’ 뒤 시공사 선정 예정…상가와 협상은 여전히 변수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대한민국 최고 부촌’ 압구정에서도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압구정특별계획구역3(압구정3구역)이 사업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정비계획 수립, 시공사 선정 등 재건축 사업 초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절차가 내년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압구정3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중심 입지이자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압구정동 내에서도 일명 ‘구현대’(현대8차 제외)로 불리며 선호도가 가장 높다. 재건축 사업 완료 시 명실공히 국내 최고가 아파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단지 내 토지의 일부 필지를 조합원이 아닌 건설사와 서울시가 수십 년째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업이 지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반포, 용산 등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례를 고려했을 때 토지 소유권 문제는 별 탈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단지 한복판을 차지한 상가 문제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일부 상가가 쪼개기를 통해 구분 호실을 늘리면서다.


 ‘정비계획 수립→시공사 선정’ 분수령

압구정3구역은 내년 분수령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출한 정비계획(변경안)이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확정 고시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은 정비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안중근 압구정3구역 조합장은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우리 구역이 재건축 사업을 적극 진행 중인 압구정2~5구역 중 속도가 가장 뒤처졌다”며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우선은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비계획은 말 그대로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세부적인 건축 설계 전에 단지 규모와 높이, 층, 동 수 등 대략적인 아파트 조성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 정비계획에 따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위한 공사비 예정가격과 공사비 규모 등도 어느 정도 정할 수 있다. 



압구정3구역 정비계획안은 8월 4일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 심의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다. 주요 이유는 4개로 구성된 한강변 전면 랜드마크동으로 인해 도시 경관 및 개방감을 확보하는 데 불리하다는 것이다. 도계위는 일부 동의 층수를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도계위에서 정비계획 통과에 성공한 압구정5구역은 물론 그에 앞서 정비계획이 수립된 2구역과 4구역 모두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압구정2구역은 2023년 말 정비계획안을 제출한 뒤 약 15개월 만에 최종 심의통과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압구정3구역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 또는 내년 상반기 중 정비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점쳐진다.


 토지 문제 큰 변수 아냐

일각에선 압구정3구역 내 15개 필지(5만2000㎡)가 조합원 소유가 아닌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업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 다수는 토지 소유권 문제가 사업 자체를 진행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5개 필지 중 약 4만㎡를 차지한 9개 필지는 압구정현대아파트 시공사였던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분 공유자로서 보유하고 있다. 9필지의 가치만 2조6000억원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나머지 6개 필지는 도로, 보행로, 공원 등으로 서울시 소유이다.

압구정아파트지구는 현대건설이 국내 최대 토목공사였던 경부고속도로 공사를 하면서 수입장비를 보관하기 위해 공유수면을 매립해 확보한 땅으로 여기에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전신인 한국도시개발이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조성했다. 현재 대림아크로빌로 리모델링된 65동이 임직원 사택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토지 권리관계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 한양1~2차로 구성된 압구정5구역도 일부 부지가 BS한양(옛 한양) 소유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조합에서 폐쇄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등기오류 등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로 나타났다. 또 ‘점유취득시효’에 따라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민법 제249조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압구정현대 소유주들은 이미 50년 가까이 해당 토지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대응 방법에선 조합과 일부 조합원들 간 의견이 갈린다. 조합은 ‘압구정3구역 법률·행정자문위원회’ 의견에 따라 채권자대위권 행사 방식으로 조합원의 권리를 대신해 소송을 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래미안 원베일리’를 만든 신반포3차·경남 통합재건축 조합도 당시 단지 내 일부 부지의 소유권이 있던 서울시에 승소했다. 8월 27일 서울시 정비사업정보몽땅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조합원 수는 3657명(토지등소유자 수는 4082명)이다.

반면 압구정현대3차에서 77명, 6~7차에서 100여 명의 조합원들은 각자 토지 소유권을 찾기 위한 법적 조치에 들어갔다. 소송신탁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각 개인이 소송하는 것이 안전하고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위한 종전자산평가 전에 빠른 결론을 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용산구 이촌동 소재 한강맨션 아파트도 재건축 조합원 개인이 소송하는 형태로 대부분 법무사를 통해 놀이터 땅에 대한 소유권 이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명의는 최초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예전 집주인 700여 명으로 돼 있다.

임상영 법무법인 테오 대표변호사는 “조합원에게 출자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조합이 채권자로서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이나 채권자대위권은 ‘채무자의 권리 불행사’가 요건이므로 이미 권리를 행사한(소송을 제기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조합에서 추진하는 방식이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효율성 측면에서는 조합 주장이 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꽃 튀는 수주전 예고

이미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이 있는 이상 현대건설은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됐다. 상장기업으로서 자산인 토지를 조합에 그냥 넘겨주면 배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정 공방이 길어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승소 가능성이 낮은 점이나 자사가 3구역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1심에서 패소하더라도 항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압구정현대’ 상표권 출원에 나설 정도로 열심이다.

서울시도 빠르게 신속통합기획의 실적을 내고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나섰다. 서울시는 7월 17일 설명자료를 통해 “내년까지 토지지분 정리 완료를 목표로 실무협의체를 구성, 운영하기로 했다”며 “부득이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신속히 진행해 사업 지연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현대건설, 서울시 소유 부지가 존재하는 문제는 이미 시와 건설사들이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상황”이라며 “소송을 하더라도 1심에서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한강변 ‘압구정현대’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압구정 아파트 지구의 ‘근본’ 격인 3구역 수주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였다. 최근 개포우성2차, 반포 삼호가든5차를 수주하는 등 강남권 최강자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삼성물산이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그런데 3구역의 정비계획 수립 절차 등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압구정2구역(압구정신현대)이 앞서나가고 있다. 압구정2구역이 올해 시공사 선정 절차를 먼저 시작하자 현대건설은 2구역 시공권 입찰에 단독 응찰한 상태다. 압구정2구역은 상가가 대로변에 위치해 통상 재건축 사업의 악재로 여겨지는 상가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반면 단지 정중앙에 위치한 압구정3구역 상가들은 정비구역에서 제외하는 제척이 어렵다. 게다가 이미 일부 상가가 ‘지분 쪼개기’를 거쳐 160여 개였던 3구역 내 상가 수는 230여 개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정비법에서는 특별한 예외 상황이 아니면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가 아닌 상가를 분양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가 소유주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 사업 속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일부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를 분양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안중근 조합장은 “토지소유권 문제는 큰 변수가 아니며 사업 속도에 영향을 주지 않고 해결이 가능하다”며 “일단은 정비계획이 확정돼야 계획대로 내년에 시공사를 선정하고 정비계획대로 아파트 세대수를 따져 상가 조합원들과 협상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압구정3구역에 대해 “내년에 시공사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맞으며 2구역 홍보에 나섰다가 발을 뺀 삼성물산이 3구역 입찰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압구정현대’라는 브랜드와 헤리티지를 갖춘 현대건설이 당연히 유리하겠지만 최근 증여나 상속을 통해 입주한 조합원들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기 때문에 예상 밖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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