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쇠제비갈매기 ‘집단실종 사건’의 전말

권혁범 기자 2025. 9. 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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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7일 부산 낙동강 하구 도요등에서 국제신문 취재팀이 낙동강에코센터 연구자들과 함께 쇠제비갈매기 서식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쇠제비갈매기를 아시나요. 도요목 갈매기과에 속하는, 우리나라 여름 철새입니다. ‘쇠’는 작다는 의미. 새를 비롯해 동물 이름에 ‘쇠’ 자가 붙으면, 같은 집단에서 가장 작다고 보면 됩니다. 쇠재두루미 쇠박새 쇠오리 쇠살무사 쇠가마우지 쇠푸른펭귄 등이 대표적입니다. 쇠제비갈매기도 몸집(22~28㎝)이 아주 작아요. 영어로는 ‘little tern’. 역시 ‘작은 제비갈매기’라는 뜻입니다.

몸은 작지만, 지닌 색깔은 변화무쌍합니다. 시기별로 깃털 색이 다른데요. 국립중앙과학관 ‘조류 정보’를 보면 한반도를 찾는 여름엔 이마가 희고, 눈 위까지 흰색 짧은 선이 뻗습니다. 머리 꼭대기와 뒷머리는 검은색, 어깨깃·등·허리는 엷은 잿빛입니다. 몸 아랫면은 흰색, 부리는 크림색이 도는 황색으로 끝이 약간 검다고 묘사됩니다. 그러다가 겨울엔 모두 검은색으로 변하죠. 다리는 오렌지 황색입니다.

부산 낙동강 하구는 쇠제비갈매기의 깃 색깔만큼이나 역동적이죠.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으로,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한때’였죠. 쇠제비갈매기의 천국,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였던 낙동강 하구가 시름시름 앓습니다. 기온이 급상승하고, 덩달아 수온도 크게 올라 하구 주변이 펄펄 끓으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2011년 당시 부산 낙동강 하구 도요등 상공을 날고 있는 쇠제비갈매기. 국제신문 DB


국제신문이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연구자들과 함께 올여름 쇠제비갈매기 서식지를 지난 4월부터 모니터링했습니다.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고배율 망원경을 들이대도, 쇠제비갈매기는 그 작고 이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고작 11마리를 찾았는데요. 2009년 낙동강 하구 생태 모니터링 때 7135마리를 발견한 것과 비교하면, 16년 만에 99%가 사라진 겁니다.

쇠제비갈매기는 원래 매년 4~8월 낙동강 하구 신자도와 도요등 마른 모래 위에 알을 낳아 번식하는데요. 올여름엔 알과 새끼 등 번식의 흔적을 전혀 찾지 못했습니다. ‘쇠제비갈매기 집단 실종 사건’으로 부를 만합니다. 우리나라는 2022년 쇠제비갈매기를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하고, 국가 적색 목록 평가 취약(VU) 등급에 올렸습니다.

쇠제비갈매기 집단 실종 사건의 주범을 추적해봤습니다. 기후변화였습니다. 부산연구원이 낙동강 하구(북·강서·사상·사하구)의 최근 28년(1997~2024년) 치 연평균 기온을 비교한 결과 후기 10년(2015~2024년)이 15.2도로, 전기 10년(1997~2006년) 14.5도보다 0.7도 올랐습니다. 연중 가장 춥고 더운 날을 기준으로 하면 더 아찔합니다. 같은 기간 1월 평균기온은 2.0도에서 2.9도, 8월은 26.3도에서 27.2도로 각각 0.9도나 올랐죠. ‘0.9℃의 경고’입니다.

이 기간 해수 온도도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하구 인근 외해는 후기 10년간 평균 수온이 17.9도로, 전기 10년간 17.2도보다 0.7도 뜨거워졌습니다. 육상 생물보다 온도 변화에 민감한 해양 생물은 당장 생존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폭염·폭우의 강도가 매우 강해지고, 철새 먹이는 고갈되고, 천적은 급증했습니다. 낙동강 하구는 이제 생물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했습니다.

질병과 재난은 언제나 ‘약한 고리’부터 망가뜨립니다. 쇠제비갈매기도 마찬가지. 척박한 섬 마른 모래 위에서 번식한다는 것 자체가 생존경쟁에서 밀린 ‘약한 개체’임을 보여줍니다. 기후 위기에 따른 재난은 약한 고리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 사람을 겨냥합니다. 지금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간, 마지막에 당하는 건 우리 인간이 될 겁니다.

지난달 31일 부산 낙동강 하구에 해가 지고 있다. 쇠제비갈매기 서식지인 도요등이 맨 앞에 보인다. 전문가들은 “과거 7000~8000마리가 찾던 때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낙동강 하구는 여전히 쇠제비갈매기 서식지로서 가치가 있다”며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연구자들은 과거엔 신자도와 도요등 모래밭에 쇠제비갈매기 새끼와 알이 너무 많아서 밟을까 봐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하늘엔 부모 새가 침입을 경계하는 울음소리를 내 혼이 쏙 빠질 정도였다고 하죠. 낙동강 하구에서 실종된 쇠제비갈매기가 다시 도요등과 신자도로 돌아와야, 지구에서 인간의 삶도 연장될 수 있습니다.

국제신문은 창간 78주년 기획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를 10차례 보도합니다. 독자들이 체험할 수 있게 인터랙티브 페이지(little-tern.kookje.co.kr)도 열었습니다. 현장을 생생한 영상으로도 담았습니다. 보도가 이어지는 동안, 낙동강 하구 생태 복원 해법을 함께 고민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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