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밥도둑 간장게장의 원조…참게, 찐득한 내장 맛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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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금어기(6월21일∼8월20일)가 풀리면서 파격 할인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가격 대비 살이 실하고 맛이 좋은 꽃게는 간장게장의 대표 재료로 통한다.
가격이 부담된다면 참게 내장으로 만든 요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중국 참게가 큼지막하다고 해도 꽃게나 대게에 비하면 발라 먹을 살이 적다보니 현지에서도 내장을 활용한 레시피가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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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철 논에서 잡히던 조그만 ‘게’
환경오염·기생충 탓 ‘꽃게’로 대체
中 남부지역, 큼지막한 참게 잡혀
찜으로 먹고 내장도 활용해 조리
샤오롱바오·셰황두부 요리 인기
문호 ‘루쉰’ 고향식 간장게장 즐겨

꽃게 금어기(6월21일∼8월20일)가 풀리면서 파격 할인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가격 대비 살이 실하고 맛이 좋은 꽃게는 간장게장의 대표 재료로 통한다. 그런데 사실 우리 조상들이 손에 꼽던 간장게장 재료는 추수철 논에서 잡히는 참게였다고 한다. 소설가 박완서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떠먹여주던 게 등딱지 속 찐득한 내장 맛을 수필에서 묘사했다. 그런데 점차 환경오염으로 논에서 참게가 서식하기 어려워지고 기생충 디스토마의 감염 위험도 있다보니 꽃게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참게는 크기가 자그마해 발라 먹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가까운 중국 남부지역의 참게는 우리나라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큼지막해 그대로 쪄 먹기도 하고 각종 요리 재료로도 사랑받는다. 특히 상하이와 저장성의 참게 요리 ‘다자셰(大閘蟹·대갑해)’는 가을철 이곳을 방문할 때 반드시 맛봐야 할 별미로 꼽힌다. 이곳의 참게는 ‘민물 털게’라는 명칭으로도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큼직한 참게라고 하는 편이 옳을 듯하다.
양쯔강 연안, 즉 ‘강남’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게 요리는 빼놓을 수 없는 고향 음식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문호 루쉰 역시 가을철 참게를 즐겼다고 하는데 그가 태어나고 자란 샤오싱지역의 게 조리법은 조금 독특하다. 마치 우리나라의 간장게장과 비슷하다. 살아 있는 참게에 지역 특산 곡주인 샤오싱주를 붓고 숙성해 먹는다. 이를 ‘쭈이셰(醉蟹·취해)’라고 한다.
중국에서 제철 참게는 지금도 제법 고가다. 가격이 부담된다면 참게 내장으로 만든 요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중국 참게가 큼지막하다고 해도 꽃게나 대게에 비하면 발라 먹을 살이 적다보니 현지에서도 내장을 활용한 레시피가 발달했다. 만두 안에 육수가 가득 담긴 ‘샤오롱바오(小籠包·소롱포)’가 그중 하나다. 어떻게 만두 안에 육수를 넣었는지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비법은 젤라틴이다. 곰탕이나 설렁탕 국물을 차갑게 두면 굳어서 젤리처럼 된다. 이 젤리를 만두피로 싸서 찌면 다시 액체가 되는 것이다. 보통 돼지고기를 쓰지만 게알(정확히 말하면 게 내장)을 넣으면 각별한 맛이 난다.
‘셰황두부(蟹黃豆腐·해황두부)’라는 요리도 있다. 게 내장을 꼼꼼히 발라서 연두부와 함께 볶아낸 후 녹말 물로 마무리한, 수프에 가까운 메뉴다.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면서 게 자체의 풍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사이드 메뉴로 시키면 좋다. 따끈하고 부드러워 어르신이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참게를 샤오싱주에 담가 만든 게장은 중국 샤오싱에 있는 식당 ‘함형주점’에서 지금도 맛볼 수 있다. 이 식당은 루쉰의 소설 ‘공을기’의 무대가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작품 속 식당 메뉴인 콩요리 ‘후이샹두(回香豆·회향두)’와 데운 황주가 나오고, 루쉰이 생전에 즐겨 먹었다는 다양한 샤오싱 향토요리가 나온다. 돼지고기와 시래기를 함께 조린 ‘깐차이먼로우(乾菜 燜肉·건채민육)’와 쭈이셰가 대표 메뉴다.
‘아큐정전’ 같은 작품에서 중국인의 어리석음을 가차 없이 풍자한 루쉰이지만, 고향 샤오싱의 그리운 맛은 그에게 평생 마음의 양식이 돼줬던 듯하다. 루쉰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가을철 논두렁을 오가는 참게를 잡던 부모 세대의 모습이 얼핏 떠오르기도 한다.

정세진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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