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을 다이소·편의점서 간식처럼”…적은 용량·저가 승부수

서혜미 기자 2025. 9. 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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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에서 판매 중인 대웅제약 등의 영양제.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지난 27일 점심시간 무렵, 서울 영등포구의 한 다이소 매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공간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을 각각 모아놓은 전용 구역이었다. 큼지막한 안내 문구가 붙은 매대 아래로 다양한 건기식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터였다. 인근 직장인으로 보이는 한 젊은 여성이 제품 하나를 집어 들어 동료 2명에게 “여기에 종류별로 다 있다”고 말했다.

올리브영에 이어 다이소, 편의점 등 생활밀착형 유통 채널에서 건기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된 현상은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난 변화다. 다이소는 지난 2월부터 제약사들과 협업해 건기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출시 이후 대한약사회가 성명을 내는 등 약사들이 집단 반발하자 일부 제약사가 철수하기도 했지만, 이를 찾는 소비자가 늘자 다이소에 입점하는 제약사들은 더 늘어난 상태다.

이어 편의점 씨유(CU)를 운영하는 비지에프(BGF)리테일은 지난 7월 말부터, 지에스(GS)25를 운영하는 지에스리테일은 8월 초 건기식을 전국 점포에 입점시켰다. 가격은 3000~5000원 사이다. 이전까지는 약국·홈쇼핑·온라인 등 제한적인 채널에서 대용량으로 판매됐던 건기식이 소용량·저가에 판매되며 더 대중적으로 유통되면서 소비자의 접근성이 커진 모양새다.

주요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엔 생활 속 필수 소비재나 다름없는 건기식의 위상이 있다. 지난해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전문 조사기관과 함께 전국 6700가구를 조사한 결과, 건기식 구매 경험률은 82.1%로 집계됐다. 10가구 가운데 8가구는 건기식을 사봤다는 의미다.

전 세계적으로 건기식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건강 관리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급격히 성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파악한 국내 시장 규모는 2019년 3조7257억원에서 2020년 4조1753억원, 2021년엔 5조583억원, 2022년 5조3924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 시기 건기식은 홍삼·비타민 등 중장년층이 주로 찾던 품목에서 벗어나 제품군이 다양해졌고, 2030세대의 수요까지 맞물리며 저변을 넓혔다.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실제 편의점 씨유에선 지난 한 달간(7월28일~8월25일) 건기식 약 10만 개가 팔렸는데, 주요 소비층이 30대로 나타나기도 했다. 30대가 37.2%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뒤이어 40대 31.4%, 50대 이상 17.1%, 20대 13.7% 순이었다.

하지만 최근 건기식 시장은 성장세가 꺾였다. 2023년엔 5조1628억원, 2024년 5조746억원으로 2년 연속 역성장한 것이다. 반면 건기식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는 늘어나면서 ‘출혈경쟁’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2021년 건기식 제조업체는 539곳이었는데, 지난해엔 607곳까지 늘었다.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2021년 7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74억원, 2023년 69억원, 2024년 66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존 온라인·홈쇼핑 중심의 전통 유통 경로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제약사들이 다이소, 편의점 등과 협력해 소용량·저가 제품을 내놓은 것은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는 노력이다. 2030세대와 1인 가구를 겨냥해 접근성을 높여 간식처럼 곧바로 건기식을 구매할 수 있는 판로를 개척한 셈이다. 한 건기식 업계 관계자는 “제품 단가 자체가 높지 않아 마진은 크진 않지만, 제품 노출을 통한 마케팅 효과를 노릴 수 있다”며 “소용량 제품을 접해본 소비자가 다른 일반 건기식 제품 구매로 연결될 수 있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판로가 더 넓어진 만큼 제조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원료 함량을 줄이거나 제형, 포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단가를 낮출 수 있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건기식 시장은 매력적인 영역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건기식은 ‘병매 효과’(과자를 사며 음료를 함께 사는 등 특정 상품을 사는 고객이 다른 상품도 함께 구매하는 효과)가 다양한 상품군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건기식은 편의점에 도입하는 즉시 추가 매출로 연결될 수 있는 상품군”이라고 설명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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