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중 5곳만 ‘안전예산’ 공개… 제조업은 법적 기준조차 없어 ‘구멍’ [심층기획-'산재 전쟁 한 달' 긴급진단]
노동부, 기업 공시 의무화 검토 나서
“작업 환경 개선할 실질적 적용 관건”
건설업계에서 중대재해가 다발하는 가운데 현재 법상으로는 기업이 안전 예산을 넉넉하게 잡을 유인이 없다시피 하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기업의 안전 투자 비용을 매년 공개토록 하는 ‘안전보건 공시제’ 도입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들 기업이 투입한 안전경영 예산을 보면 적게는 매출액 대비 0.15%, 많게는 1.29% 수준이다. 구체적인 규모는 지난해 기준 대우건설 1351억원, 현대건설 2773억원, 현대엔지니어링(2023년) 1189억원, 삼성물산 건설부문 281억원, DL이앤씨 984억원이다.
일부 기업은 “이 같은 예산은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요율에 따른 법정 금액이 포함되지 않은 별도 투자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발주자가 건설 현장 산재 예방을 위해 공사금액에 계상해 시공사에 지급한다. 안전보건관리자 임금이나 안전시설 설치비 등에 쓰인다. 지난해 화성 아리셀 참사를 계기로 11년 만에 이 요율이 인상돼 건축공사 5억원 미만은 2.93%에서 3.11%로, 50억원 이상은 1.97%에서 2.37%로 올랐다. 인상된 요율은 올해부터 적용됐다.
법으로 산업안전관리비 예산이 정해진 분야는 건설업이 유일하다. 제조업만 해도 법적 예산 기준이 없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건설업은 발주에 따른 관리 비용을 명확히 할 수 있으나 제조업은 발주와 생산 주체가 명확지 않거나 복잡해 규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신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기업의 안전보건 투자 규모 등을 공개하는 공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발표하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에도 해당 내용이 담긴다. 공시에는 예산에 더해 산재 발생 현황 등도 포함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공시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박세중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건설 현장에서 불법 하도급이 만연한데도 서류상 불법 하도급이 드러나지 않듯, 공시제도 마찬가지”라며 “제도가 안전한 작업 환경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지민·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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