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 못 끄는데" 버젓이 팔리는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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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로 전용 소화기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1일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인증 기준을 충족한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전용 소화기는 '0대'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일반 소화기로 진압이 어렵다는 특성 탓에 공포심을 더욱 자극한다.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 전용'이라는 이름을 달거나 배터리 화재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을 붙인 소화기들이 시중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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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10만~70만원대 팔리지만…모두 인증無
전문가들 "진압 효과·책임 불확실…섣부른 구매 안돼"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염정인 수습기자] 연이은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로 전용 소화기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나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은 모두 ‘미인증’ 상태로 공식 성능이 입증된 소화기는 단 한 개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소화기 사용이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1일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인증 기준을 충족한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전용 소화기는 ‘0대’다.
KFI는 지난해 12월 소형 리튬이온전지 화재 소화성능 인증 기준을 발표했다. 이 기준은 셀 5개를 조합한 전지로 불을 냈을 경우를 가정해 소화약제를 분사하고 화염이 완전히 사라져야 하는 등 소화기 승인 조건을 규정한다. 한국에서 소화기를 제조·수입해 유통하려면 KFI 형식승인과 제품검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 기준은 작은 보조배터리나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에 적용되는 것으로, 아직 승인된 제품은 단 한 건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국제적으로도 리튬이온 배터리 전용 소화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잇따른 배터리 사고로 시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일반 소화기로 진압이 어렵다는 특성 탓에 공포심을 더욱 자극한다. 실제 지난달 17일 모자가 숨진 서울 마포 아파트 화재 당시 유족은 “소화기를 여러 대 사용했지만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 전용’이라는 이름을 달거나 배터리 화재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을 붙인 소화기들이 시중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D급 소화기’다. A(일반화재), B(유류화재), C(전기화재), K(주방화재) 소화기에 더해 D급 소화기는 금속화재용으로 분류되지만 실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진압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소방청이 지난 1~2월 소화기 제조·수입·판매업체 885곳을 단속한 결과, 미인증 소화기를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19건에 달했다. 서울 시내 한 전기버스 내부에서도 ‘리튬배터리 전용 소화용품’이라는 문구가 적힌 제품이 비치돼 있었지만, 이는 ISO와 특허청 인증만 받았을 뿐 KFI 인증은 없었다. 전기차 운전자 김예진(31)씨는 “평소 배터리 화재 기사를 접하면서 전용 소화기를 사야 하나 고민했다”면서도 “모두 미인증 제품이라는 사실은 몰랐다. 실제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도 ‘리튬이온 배터리 소화기’를 검색하면 제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가격은 10만원대부터 6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판매자들은 ‘배터리 재발화 통제’ 등 성능을 강조하거나, D급 소화기를 배터리 화재용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D급 소화기 역시 KFI 인증을 통과한 제품은 전무하고, 실제 효과도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미인증 제품 사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인증 소화기를 사용했는데 기대한 성능이 나오지 않으면 책임질 주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용 소화기가 출시된다 해도 모든 배터리 제품에 일률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가령 전동킥보드처럼 배터리가 외부에 노출된 경우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전기차처럼 내부에 장착된 경우에는 외부에서 분사해도 성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근접해서 진압하기 매우 어려워 일반 화재처럼 초기 소화를 권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소화기를 쓰기보다는 현장에서 신속히 대피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김윤정 (yoon9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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