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엄살 아니다"…막다른 길 내몰린 기업들, 9월도 첩첩산중

박종진 기자 2025. 9. 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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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트럼프-안에선 여당이 압박…재계 "왜 우리는 국익위하지 않느냐" 호소
[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美日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08.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고범준

여름 휴가철이 지나고 기업들이 하반기 실적과 내년도 사업 준비에 집중하는 시기로 진입했지만 재계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부진 등 대외적 악재가 여전한 가운데 3차 상법 개정 논의 등 국내 정치권의 옥죄기가 더 거세질 전망이어서다. 기업들은 최소한의 숨통을 열어달라고 호소한다.

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재계는 9월 이후 투자와 법 개정 등 다방 면에서 국내 여권발 압박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우선 국내 투자 부담이 크다. 이미 주요 기업들은 지난 수개월 간 미국과 관세 협상, 정상회담 등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를 지원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대미 투자 등에서 마른 수건을 쥐어짰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투자도 챙겨야 하는 처지다. 재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부 측이 물밑으로 국내 투자도 다양하게 요구하고 있어 기업들이 여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첫 국내 다자외교 무대로 심혈을 기울이는 10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의 흥행 여부도 상당 부분 기업의 몫이다. AI(인공지능) 시대 최고 스타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의 참석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네트워크가 결정적 영향을 줬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 같은 노력에 대한 당근은커녕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다. 집권 여당이 다수 기업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7~8월 1, 2차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연이어 강행 처리한데다 정기국회에서는 이달 말부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까지 추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재계는 선진국과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투기 자본 등 적대 세력의 공격에 무방비로 우리 기업들이 노출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폭풍 와중에 국내법은 주주와 노동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확연히 기업에 불리한 방향으로 바뀌는 등 말 그대로 국내외 룰이 갑자기 모두 바뀌고 있다"며 "어떤 프로선수도 이런 상황에서는 잘 뛸 수가 없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1차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복 대신 상복을 입고 참석했다. 2025.09.01.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그런데도 기업들은 오히려 당근보다 채찍을 걱정한다. 정부가 최근 산재사고와 관련해 고강도의 처벌과 경제적 불이익을 거듭 내세운 게 대표적이다. 이는 중대 재해를 근절해야 하는 대의와 별개로 관련 기업들을 조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10월 국정감사도 고비다. 재계에서는 기업 총수에 대한 망신주기식의 증인 소환이 올해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대기업 관계자는 "진짜 엄살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기감은 심각하다"며 "대내외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니까 집중을 할 수가 없고 경영자원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도 이런데 중소기업들은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국회가 달라진 글로벌 지형을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B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AI 산업의 물결, 그리고 자국 우선주의 정책 등이 주도하면서 국내 기업간 혹은 개별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대항전으로 글로벌 경쟁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그런데 왜 우리는 국익을 위한 정책을 펴지 않고 지지층의 이익만 바라보고 있느냐"고 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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