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시대, 티제이맥스는 어떻게 성공했나
트레이드 다운 수요 흡수하고 관세 영향 피해
‘싼 곳’이 아닌 ‘트렌디한 곳’ 이미지 확보
유행 앞서가는 채널로 인식되는 아울렛

대형주 중심의 미국 S&P500 지수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기업이 있다. 유명 IT 기업도 글로벌 제약사도 아니다. 유통회사 ‘TJX’다. 할인 상품을 판매하는 아울렛 티제이맥스(TJ Maxx)의 모회사로 유명하다.
TJX의 주가는 최근 135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초 110달러에서 거래되던 주가가 반년 만에 20% 이상 뛰었다. 5년 전(50달러대)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더 크다. 월가에서는 연일 TJX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더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TJX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티제이맥스다. 아울렛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 결과다. 미국 쇼핑객의 돈이 부족해지며 매장이 텅 비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는 가운데 티제이맥스의 성과는 의외의 결과다. 미국 최대 소매업체인 타깃이 불황 여파로 주가가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더 특별하다.
◆ 사상 최고치 주가 써낸 TJX
TJX의 주가는 8월 20일(현지 시간) 143.54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TJX는 S&P500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나은 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연간 실적 전망치를 상향하면서 주가가 올랐다. 이 회사의 주식은 올해 초 우리가 추천한 종목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2분기 실적 발표의 영향이다. TJX는 올해 2분기 매출이 144억1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은 13.1% 늘어난 12억4300만 달러다. 월가의 예상치를 2% 이상 웃돈 기록이다. 반기 기준으로는 275억1200만 달러의 매출과 22억79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남겼다.
어니 허먼 TJX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은 우리의 우수한 가치와 브랜드에 매료됐다”며 “장기적으로는 추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전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긴 활주로가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전망도 긍정적이다. 당초 TJX는 2026 회계연도 연간 순이익을 주당 4.34~4.43달러 사이로 예상했지만 이를 4.52~4.57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매장 매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3%에서 3%로 높였다. 새로운 전망은 현재 시행 중인 미국 관세율이 연말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 성공요인 1. 트레이드 다운 수요 흡수
TJX의 성공은 자회사 티제이맥스가 뒷받침한다. 티제이맥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아울렛 브랜드다. 의류, 가정용품, 액세서리 등을 정가보다 20~60% 저렴하게 판매하는 게 특징이다. 1976년 버나드 카마라타가 설립하고 이듬해 매사추세츠주 오번과 우스터에 매장을 열면서 사업이 시작됐다.
티제이맥스가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의 변화다. 현재 미국 유통산업은 관세 인상의 타격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 멕시코 등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관세를 높이자 월마트, 타깃 등 주요 유통 기업들의 제품 수입 비용이 증가했다. 월마트는 올해 2분기 미국 판매 가격이 1% 올랐다고 밝혔으며 주요 회사들도 연내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티제이맥스는 관세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 재고의 극히 일부만 중국에서 직접 수입하고 있으며 다른 제품들은 타 소매업체가 이미 수입한 제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경쟁사에서 관세를 이미 지불한 제품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티제이맥스의 직접 수입 비중은 전체 제품의 10% 미만이다.
허먼 CEO 역시 관세 변화를 기회라고 강조했다. 허먼은 “경쟁사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면 우리가 더 앞설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전했다.
동시에 트레이드 다운(Trade down) 수요도 흡수하고 있다. 계획한 쇼핑 목록을 더 저렴한 품목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 성공요인 2. ‘싼 곳’이 아닌 ‘트렌디한 곳’ 이미지 확보
또 다른 요인은 이미지 전략이다. 티제이맥스는 미국인들이 할인점이 ‘저렴한 것만 파는 곳’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데 기여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과거 티제이맥스 같은 할인점은 돈이 없고 저축이 절실할 때 찾던 곳으로 통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식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오히려 유행을 앞서가는 채널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발굴의 재미도 더했다. 회사는 고가의 명품 브랜드나 디자이너 브랜드를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없도록 했다. 실제 홈페이지에 디올, 구찌, 생로랑 등을 검색하면 어떠한 제품도 표시되지 않는다. 대신 “일부 브랜드는 검색이 불가능하지만 항상 당신 가까이에 있다”는 문구가 나온다.
이 전략은 ‘보물찾기’로 불린다. 고객이 직접 찾아오게 만들고 재고가 있을 때 구매하지 않는다면 다시 찾을 수 없을 수 있다는 긴장감을 만든다. 제품의 희소성을 강조하고 이를 판매로 이어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보물찾기는 젊은층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가 됐다. 틱톡, 유튜브 등에는 ‘티제이맥스에서 숨겨진 상품을 잘 찾는 법’, ‘티제이맥스 보물찾기’ 등의 제목으로 숏츠와 콘텐츠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고객들이 매번 쇼핑을 갈 때마다 같은 품목이나 카테고리의 재고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특정 카테고리는 더 인기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성공요인 3. 오프라인 줄이지 마! 접근성 확대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 접근성을 높인 것도 효과적이다. 티제이맥스는 8월에만 미국에서 6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티제이맥스는 미국에서 1338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현재 진출한 주요 국가에서도 향후 1300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가능성도 크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TJX가 이미 세계 최대 유통기업이 됐지만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백화점의 폐점’이다. 고급 점포가 수익성 악화로 운영을 중단할 경우 이 매장은 할인매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고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TJX가 그 수요를 다 흡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TJX 역시 접근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허먼 CEO는 “오프라인 매장이 줄어들면서 판매자 커뮤니티는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쇼핑객을 지속적으로 매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미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티제이맥스에서는 여러 세대가 함께 쇼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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