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명' 한 명도 못 살아남았다…불길 휩싸인 채 바다 추락, 최악 참사[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항공기가 공항을 떠난지 1시간쯤 지난 오후 9시10분쯤. 조종석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는 보고가 있었다. 기장은 처음 이를 에어컨 문제로 오인했다. 하지만 타는 냄새는 더 심해졌고, 조종석 천장 쪽에서 연기까지 나기 시작했다. 연기가 짙어지자 기장은 9시 14분부터 회항을 검토했고, 9시 20분에는 긴급 착륙을 위해 가장 가까운 캐나다 핼리팩스 국제공항으로 향하겠다고 통보했다.

순항 중이던 항공기의 고도는 1만m(미터) 상공. 최대 착륙 중량을 맞추기 위해 연료를 버리던 중, 조종사들은 객실 전원을 차단했는데 이때 환기 장치도 꺼지면서 불길이 조종석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계기판과 제어 장치가 연소로 차례로 마비됐고 오후 9시 25분 블랙박스 기록이 끊긴 직후 항공기는 제어 불능 상태에 빠졌다. 9시 31분 이 항공기는 캐나다 페기스코브 해역에 추락했다.
탑승객은 미국인 111명을 포함해 스위스 49명, 프랑스 44명 등 53개국 출신이었다. WHO(국제보건기구) 에이즈 대책위원장이었던 조너선 맨 박사와 연구자인 그의 아내도 이 사고로 비극을 맞았다. 한편 당시 US오픈 테니스에서 1라운드 탈락 후 귀국 비행기를 변경한 스위스 선수 마르크 로셋은 예정대로라면 이 편에 탈 예정이었으나 우연히 목숨을 건졌다.
사고 조사 기간만 4년 6개월. TSB는 기내 화재가 조종석 상단 전선에서 시작됐다고 결론내렸다. 문제는 '불연재'로 쓰인 금속성 마일라(폴리에스터) 절연체였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페트(PET)소재가 포함됐는데 이게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전기 차단에 효과적이 소재였지만, 화재 상황에선 불길을 억제하기는 커녕 더 번지게 만들었다.

일등석에 설치된 기내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AVOD)의 전기 합선과, 차단기가 반응하지 않은 점도 화재 확산을 가속화했다. 최근에는 모든 좌석에 기내용 모니터 등 엔터테인먼트가 장착돼 있지만 이 때만 해도 일등석에만 시범 도입되던 시기였다. 불은 조종석의 작은 스파크로 시작됐지만 이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대형 참사가 됐다.
TSB는 보고서에서 "사건 발생 즉시 회항했더라도 생존 가능성은 0%였다"고 기록했다. 기내 경고 시스템이 화재를 인지하지 못했고, 승무원도 경험이 없어 대처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 사고 이후 모든 민항기에서 마일라 절연체는 제거되고 내열성이 강화된 재질로 교체됐다. FAA(미 연방항공청)는 항공기 내장재와 배선의 내화성 기준을 대폭 강화했으며, 기내 전기 설비 안전 검사도 엄격해졌다. 또 항공사들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설치 시 별도 회로 차단 장치를 두도록 의무화했고, 화재 발생 시 조종실을 보호할 수 있는 환기 시스템도 개편됐다.
이 사고는 '알프스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스위스에어에 치명타가 됐다. 이후 이어진 미국 9·11테러 여파로 인한 경영난까지 겹치며 스위스에어는 2002년 결국 파산했고 '스위스항공'으로 재편됐다. 현재 뉴욕-제네바 노선은 LX023편으로 운항 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노바스코샤 페기스코브에는 추모비가 세워졌고, 유가족과 시민들은 매년 9월 2일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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