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지를 찾아서] 원주 치악산복숭아 | 디지털농업
다양한 품종으로 소비자 입맛 충족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9월호 기사입니다.
이에 대해 박명수 원주시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과 과수특작팀장은 “재배 규모나 생산량, 그에 따라 형성되는 인지도가 다른 지역에 견줘 낮지만 지리적 특성과 재배 역사, 품질 관리 체계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수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복숭아 품목 최초 지리적표시 등록’이라는 상징성은 ‘원주 치악산복숭아’의 시장 경쟁력 향상에 큰 보탬이 됐다.

작물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과수는 온화한 기후, 큰 기온 일교차, 풍부한 일조량, 배수가 양호한 토양, 서리 영향을 적게 받는 지역이 재배에 유리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강원 지역은 기온이 낮아 과수 재배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에 박 팀장은 “원주는 내륙 분지 지형으로 강원도 내에서도 비교적 따뜻한 기후를 유지하면서 서리 피해도 적은 편인 데다 여느 지역보다 기온 일교차가 크고, 배수가 잘되는 사양토가 넓게 분포해 복숭아는 물론 사과·배 등의 재배가 원활하다”고 이해를 도왔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기반으로 원주에서는 1970년대부터 소득작물로 복숭아를 꾸준히 재배하고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은 출하 시기뿐 아니라 병해충이나 날씨 변수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죠. 소비자 취향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기호를 충족하는 데도 유리하고요. 저희 과원은 딱딱한 복숭아보다 물렁한 복숭아 비중이 높은데, 이는 주 고객층의 기호에 맞춘 결과예요. 어쩌면 그 과정에서 딱딱한 복숭아를 선호하는 고객이 떠났을 수도 있겠네요.”

농가마다 품종 구성은 다르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은 복숭아 농가의 공통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원주 지역은 언 피해 발생 우려가 있어 내한성이 강한 품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복숭아는 일본계 품종 의존도가 높다. 이에 원주시농기센터는 ‘대체품종 활용 과수 우리품종 특화단지 조성 시범사업’ 등을 통해 국내 육성 품종의 재배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복숭아나무는 겨울 동안 가지에 알이나 균사 상태로 월동하던 병해충이 기온이 오르는 봄에 급격하게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이에 신 회장은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휴식기를 보내고 3월이 되면 석회유황합제를 조제하는 것으로 한 해 복숭아 농사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석회유황합제는 석회와 유황을 일정한 비율로 섞고 가열해 만드는데,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병해충의 밀도를 낮추는 데 쓰인다.
과거 석회유황합제는 농가에서 직접 조제했지만 최근에는 안전성과 편의성을 고려해 시판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시판 제품은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 농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2012년 지역의 복숭아 산업 발전과 고품질 복숭아 재배에 뜻을 함께하는 농가들이 모여 결성한 치악산복숭아연구회는 자체적으로 유황 조제시설을 갖추고 공동으로 석회유황합제를 조제해 경영비 절감과 방제 효과를 높이고 있다.

농가에서 갖은 노력을 다해 만반의 준비를 해도 한 해 농사의 성패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 회장은 “복숭아 수확량과 품질은 꽃이 피었을 때 냉해가 오느냐 안 오느냐, 수확철에 장마가 얼마나 길게 이어지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또 같은 품종을 심어도 어떻게 가꾸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공관을 매설해 배수를 개선하고, 해마다 수형을 잡아주는 등 기초를 잘 잡은 과원에서는 기후변화에도 수확량과 품질 편차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근 원주 지역에서는 복숭아 비가림 재배와 다축형 수형 재배 등 새로운 농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심는 거리를 넓혀 다축형으로 수형을 잡는 것이 햇빛을 더 골고루 받을 수 있고, 수확이나 방제 작업에도 용이하다고 봅니다. 연구회에서도 지난해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고, 현재 몇몇 농가가 선도적으로 다축형 수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후변화로 예상치 못한 재해 발생은 늘고 있다. 예전에는 언 피해가 가장 큰 문제였는데, 이는 내한성이 강한 품종으로 교체하며 많이 개선됐다. 최근에는 봄철 개화기 냉해 피해가 크다. 냉해를 맞으면 복숭아 착과량은 줄어들고, 기형과가 많아진다. 올해는 장마가 짧았지만 극심한 폭염으로 과일 비대가 원활하지 않고 낙과가 많이 발생하는 등 생리장해로 농가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복숭아 농가의 자발적 품질 개선 노력과 더불어 원주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원주시농기센터는 유공관 설치, 비가림 시설 확대, 반사필름 지원, 과수 해충 방제에 사용하는 친환경 자재 보급 등 기후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면서 농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고품질 재배 기술 평준화를 위해 지역 농업인을 대상으로 1년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19개 작목반을 대상으로 선진지 견학과 상설 교육도 하고 있다. 기후위기라는 벽을 넘고, 소비자의 취향을 읽으며, ‘맛있는 복숭아’를 맺기 위한 노력이 치악산 자락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리하여 치악산 자락은 올해도 복숭앗빛으로 물든다.
글 서진영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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