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맞춤형 제조사’ 엔켐, 조지아 이어 인디애나로 확장

박한나 2025. 9. 2.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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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배터리 산업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연인 전해액이 글로벌 시장의 새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을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이 액체는 단 1~2%의 첨가제 차이만으로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안전성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이차전지 전해액 기업인 엔켐은 전기차 캐즘에도 발 빠른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사의 신뢰를 얻으며 북미 1위 자리를 굳히고 있습니다. 북미 시장 점유율을 50% 이상 확보한 엔켐을 지난 29일 만나 전해액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전해액 ‘맞춤형’ 극비 처방전…고객사만 100여개 이상


송의환 엔켐 기술연구소장은 “전해액은 ‘맞춤형 의약품’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고객사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가 처방전을 내리듯 치료할 병에 대한 처방전을 저희에게 구체적으로 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또 어떤 고객사는 병의 증상을 설명하듯이 원하는 배터리 특성만 제시하바니다. 이 경우 저희가 직접 레시피를 설계해 제안하면 수차례 샘플 테스트와 고객라인 테스트를 거쳐 양산에 들어가는 순서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해액은 기본적으로 리튬염과 유기용매, 첨가제로 만들어집니다. 첨가제 1~2% 비율만 달라져도 주행거리와 안전성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업체마다 극비 처방전이 존재하고 이게 비밀유지계약(NDA)의 영업비밀로 관리됩니다. 하늘 아래 같은 전해액이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 전해액은 휘발성과 인화성이 강한 화학물질입니다. 성질상 보관과 운송이 까다로운데 습도 제어와 방폭 시설, 국제 위험물 규정까지 맞춰야 하는데다 고객사별 요구조건이 달라 물류 비용도 상당히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완성차기업과 배터리기업들이 안정성과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전해액 기업을 찾는 이유입니다. 엔켐은 이 까다로운 영역에서 신뢰를 쌓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비롯해 현대차, 기아, 볼보, 르노, BMW, 에스볼트 등 전 세계 100곳이 넘는 고객사를 확보했습니다.

엔켐의 경쟁력 ‘현지화 전략’…인디애나공장 부지선정 완료


송 소장은 비결에 대해 “전해액 특성에 따라 현지화 공급 체계를 발 빠르게 갖췄습니다”라며 “국내 제천공장과 천안공장을 넘어 중국에는 장가항 공장과 조장공장이 가동 중이며, 고객과 가까이 하기 위해 미국은 물론 유럽 폴란드와 헝가리, 프랑스에도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에는 지난 2022년 빠르게 조지아공장을 건설한 덕에 국내 배터리 소재사 중에는 유일하게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받는 기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기준 약 260억원의 AMPC를 수령한 데 이어 올해도 최소 약 170억원 이상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에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의 통과로 한국 기업의 전해액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국의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두 번째 공장인 인디애나공장은 부지 선정까지 끝나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착공 막바지를 준비 중입니다.

‘원료 내재화’ 속도…“내년 3월 리튬염공장 완공 예정”


엔켐은 현재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원재료 내재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전해액의 핵심 원료인 리튬염과 첨가제는 현재 상당 부분을 중국과 일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송 소장은 “리튬염의 경우 자회사인 이디엘을 통해 전북 새만금 국가산단 내 고순도 리튬염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라며 “내년 3월 완공해 연간 1만톤을 시작으로 2027년 1만톤 추가 증설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엔켐은 중국 기반 글로벌 리튬염 1위 업체에 지분 15%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전해액 생산의 필수 원재료인 LiPF₆(리튬염)을 다른 업체보다 저렴하게 조달받고 있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송 소장은 “중국 리튬염의 원가가 워낙 낮고 오랫동안 쌓은 연구 경험 때문에 대부분은 수입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산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리튬염 소재인 LiPF6 공정 등 자체 생산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점차 수입 의존도를 낮춰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해액 신성장 동력 ‘ESS’ 집중…“연구 인력 전체 20%”


무엇보다 엔켐은 신사업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주행거리와 무게 절감을 위해 전해액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것과 달리, ESS는 이동성이 필요 없고 대용량 에너지 저장이 목적이라 투입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한 대당 약 10ℓ 수준만 사용되지만 순수전기차(BEV)는 최대 60ℓ 정도 사용됩니다. 전기버스나 전기트럭은 100ℓ 이상 들어가기도 합니다.

송 소장은 “ESS는 한 번에 수백 MWh 단위까지 저장하므로 전기차 대비 전해액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라며 “구체적인 배터리 용량과 팩 구조에 따라 수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천 배’라는 표현은 다소 과장일 수도 있겠지만 전기차 대비 전해액 소요가 수십 배에서, 많게는 천 배까지 늘어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엔켐은 글로벌 ESS 시장 규모를 올해 기준 529억5000만달러에서 2032년 867억6000만달러 수준으로 CAGR 7.3%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북미 시장만 17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5월 홀랜드공장에서 ESS 현지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SK온도 조지아 단독공장의 전기차용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재배치했습니다. 고객사들의 ESS 생산량 확대와 맞물리며 엔켐 역시 ESS 전략 강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송 소장은 “전기차용 배터리 조성과 ESS용 배터리 조성은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전체 임직원 약 900명 중 20% 이상이 연구 인력”이라며 “기술 중심 기업인 만큼 고객사 요청에 맞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엔켐 조지아공장 전경. 엔켐 제공.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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