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여행자] 요가는 내게 바르게 살라고 속삭인다

하은정 기자 2025. 9. 2.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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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내가 요가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갠지스강이 흐르는 북인도의 리시케시, 그곳 요가원에서 처음 요가를 배웠는데, 그때 요가 선생님이 한 말이 내 마음을 붙잡았다. "요가를 하면 절대 늙지 않는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선생님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동그랗게 솟은 곱슬머리, 반짝이는 눈빛, 옅은 갈색 피부에서 번지던 빛(참고로 선생님은 남자였다). 일을 하며 우연히 그리고 서툴게 배우던 첫 요가였지만, 서른을 앞둔 내게 그 문장은 거의 주문처럼 다가왔다. 요가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든, 나는 그 한 문장을 가슴에 새겼다. 언젠가 다시 돌아와 요가를 배우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떠나기 전날, 나는 노란 망고 몇 알을 소중히 품어와 두 손 높이 들어 선생님께 드렸다. 다시 찾아오겠으니 잊지 말아 달라는 작은 마음이었다. 망고를 무척 좋아하던 나는 외국인들에게 '망고'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나의 또 다른 이름이자 신호 같기도 했다.

2년 뒤, 봄. 배낭여행사 일을 그만두고 홀로 리시케시로 향했다. 선생님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요가를 가르치고 있었고, 요가원은 커다란 망고나무 아래 있었다. 망고가 내 별명이자 행운의 상징처럼 느껴졌기에, 나는 그 작은 요가원에 더욱 애착을 가졌다. 아침 일찍 수련을 하고, 망고나무 그늘 아래 짜이 가게에서 선생님과 동료들과 차를 마셨다. 저녁에도 다시 요가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요가로 시작해 요가로 마무리되는 단순하지만 충만한 생활이었다. 리시케시의 울창한 망고나무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웠고,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는 달콤한 위로를 건넸다.

그 시절의 요가는 내게 '늙지 않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다. 그래서 수련 내내 잡념이 많았다. 명상 시간에도 모기에 시달려 신경이 곤두섰고, 감은 눈동자는 쉬이 흔들렸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맹고!" 하고 내 무릎을 툭 치셨다. 두 달쯤 지나자 요가와 명상은 조금씩 익숙해졌고, 몸은 한결 유연해졌다. 평생 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내가 기본 동작을 곧잘 해냈고, 무엇보다 두 다리에 힘이 붙었다.

수업은 언제나 호흡으로 몸을 데우는 것으로 시작해 준비 운동, 아사나(요가 동작), 그리고 명상으로 이어졌다. 눈을 감고 앉아 있다가 명상을 마친 뒤 천천히 눈을 뜨면, 세상은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왔다. 빛이 찬란히 번지고, 새로 태어난 아이 같은 기분이 들었다. 꾸준히 수련하던 어느 날, 문득 '행복하다'는 감정이 불쑥 찾아왔고, 그 순간부터 요가는 조금씩 내 삶 속으로 스며들었다.

돌이켜보면, 선생님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었다. 기름진 인도 카레와 로띠, 쌀밥을 즐기는 다른 인도인들처럼 아랫배는 약간 불룩했다. 하지만 그가 했던 "절대 늙지 않는다"는 말은 내겐 절대적인 믿음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리시케시로 돌아가 수련했고, 선생님과 망고를 나누고 차를 마시며 요가 철학도 배웠다. 그렇게 나는 조금은 느슨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 시간이 지금의 나를 빚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첫 번째 요가 선생님은 지금도 나의 스승이자, 리시케시에서 가장 친한 친구다. 세월이 흐르며 그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관절이 아프다며 투정하기도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의 영롱한 눈빛만은 그대로다. 몸은 여전히 놀라우리만치 곧고 유연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떨까. 정말 늙지 않았을까?

하하하.

당연히 하루하루 나이를 먹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 예전 같지 않고, 눈이 침침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당연히 받아들인다. 요가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늙지 않는 몸이 아니라, 언제든 곁에서 나를 다독여주는 '평생의 친구'였다. 혼란스러운 순간에도, 화가 치밀 때에도 요가는 나를 위로하고, 때로는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다. 선생님과 수련을 하고,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은 어느새 고요해졌다. 

요가는 언제나 나에게 바르게 살라고 가르쳐준다. 나는 여전히 게으른 요기(요가하는 사람)이지만, 꾸준히 요가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글쓴이 최윤성 '망고 요가 트래블'의 1인 여행 기획자. 국내외 요가 여행을 진행하고, 틈틈이 산티아고 순례길 인솔을 한다. 겨울에는 인도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만들며 생활하는 여행자로 살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글 사진 최윤성(여행가)

 

하은정 기자 hah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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