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통합 30년 그 후] 3. 불 꺼지는 통합 전 군(郡) 지역
“기본시설 주민 입장 반영 필요”
의원 182곳 중 읍면 위치 11곳
약 처방만…응급상황 대처 불가
병의원 모자라 우체국마저 폐국 수순… 공동화 악순환
강원도내 시·군 통합 지역 안에서도 시(市) 지역과 군(郡) 지역의 생활상은 확연히 다르다. 시 지역에서는 여러 생활 인프라가 민·관 주도로 조성되고 있지만 군 지역에서는 단순히 주민이 적다는 이유로 병의원, 우체국, 어린이집, 문화시설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조차 마련되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또 다시 기존 주민 이탈과 외부인 유입 저조 등 지역 공동화를 가속시키며 지역의 발전을 막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시군통합 이후 30년이란 시간 동안 달라지지 않는 지역을 보며 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같은 시민인데 왜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춘천 사북우체국 폐국 논의…지역 주민 입장 배려는 없어
춘천 사북면에 위치한 사북우체국은 최근 폐국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사북우체국은 지난 2016년 10월부터 창구업무시간을 조정한 상태다. 창구업무시간을 조정한 이유는 비용 절감을 위한 경영합리화와 더불어 폐국으로 인한 지역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우편업무는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금융업무는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30분까지로 조정됐다.
주민들은 우체국의 업무 시간 조정과 폐국 논의 모두 지역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석포 사북면이장협의회장은 “지역 주민들 대부분이 농사를 짓는데 농사 일 자체가 보통 새벽에 시작해 오후 1, 2시쯤 날이 더워지면 끝난다”며 “그런데 우체국은 오히려 업무 시간을 오전으로 조정해 버리니 이용할 수 있는 사람도 줄어들고 당연히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사람들도 당연히 수지타산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기본적인 시설 같은 경우에는 주민들의 입장을 생각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우체국이 수치를 토대로만 지역을 평가하니 이제 사북 주민들은 등기나 택배를 보낼 때 시내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 열악
특히 병의원이나 어린이집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는 군 지역에서 찾아볼 수 조차 없다. 춘천시보건소의 지역 내 의료기관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의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원의 경우 춘천 지역 내 총 182개가 있다. 이 중 예전 군 지역이었던 읍면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의원은 11개 뿐이다. 이마저도 최근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들어선 동면과 동내면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원주는 그나마 춘천보다는 조금 나은 상황이다. 원주시보건소에서 집계한 의료기관 현황에는 원주 지역 내 총 288곳의 의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중 군 지역이었던 읍면 지역에는 22곳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부분 읍지역인 문막과 기업도시가 위치한 지정면에 위치해 있고 귀래면에는 의원이 단 한 곳도 없다.
강릉도 123개 의원 중 12곳만이 예전 명주군 지역에 위치해 있고 그중에서도 11곳은 주문진읍에 위치해 있다. 삼척도 23곳 중 6곳만이 읍면 지역에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읍면 지역 내 유일한 의료기관이 보건지소인 경우가 많지만 이마저도 쉽게 이용하긴 어렵다. 공보의 부족으로 인해 지역 보건지소 대부분이 순회진료를 진행하고 있어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약 처방 정도는 가능하더라도 급한 진료는 진행하기 어렵다.

지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서면 금산1리 이장직을 맡았던 박영진씨는 “보건지소가 있다고는 하지만 약 처방 정도만 가능하다보니 갑자기 아프면 지역에서는 대처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특히 개인 차량이 없는 어르신들은 마을버스를 타고 노선 중에 있는 인성병원도 겨우 다니시는데 응급 상황은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나만 하더라도 지역에서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 수도 급감하고 있는 게 체감된다”며 “예전에는 서면에도 어린이집도 많았고 원생도 어린이집마다 한 5~60명 가량 됐지만 지금은 폐업도 많아졌을 뿐 더러 그나마 유지하는 어린이집도 원생이 7~8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세현·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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