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41. 대관령 불망비(不忘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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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은 영동지역에서 외부로 통하는 가장 낮은 고갯길이다.
해발 865m. 동해안은 백두대간 험산준령이 '산의 장막'을 친 곳이니, 대관령이 없었다면 주민들이 외부와 소통하는 일은 훨씬 더 힘겨웠을 것이다.
대관령 고갯길의 중간 휴식처인 '반정(半程)'에서 300여m 아래 등산로 숲속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하니 오늘 산행에 나선다면 자연을 즐기는 것에 더해 꼭 그 산의 이야기를 담아 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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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은 영동지역에서 외부로 통하는 가장 낮은 고갯길이다. 해발 865m. 동해안은 백두대간 험산준령이 ‘산의 장막’을 친 곳이니, 대관령이 없었다면 주민들이 외부와 소통하는 일은 훨씬 더 힘겨웠을 것이다.
그러나 해수면에 잇닿은 동해안에서 보자면 대관령 또한 거대한 성벽처럼 엄두를 내기 어려운 높이다. 그래서 강릉에 관향(貫鄕)을 두고 있는 매월당 김시습은 조도(鳥道), 즉 ‘하늘을 나는 새나 넘나드는 길’이라고 했고, 교산 허균은 잔도(棧道)라고 표현했다. 이따금 백수의 왕으로 불리는 호랑이도 출몰하고, 겨울철에는 살을 에는 엄동의 한파 때문에 길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늘은 그 대관령 옛길에 서 있는 작은 비석 얘기를 해보려 한다. 비석의 이름은 ‘기관 이병화 유혜 불망비(記官李秉華遺惠不忘碑)’. 대관령 고갯길의 중간 휴식처인 ‘반정(半程)’에서 300여m 아래 등산로 숲속에서 만날 수 있다. 1m 남짓 크기의 비석 윗부분에 갓을 씌우고 주변의 잔돌을 모아 나지막하게 담을 둘렀다. 등산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발견할 수 있지만, 워낙 소박하게 세워진 비석인지라 존재 자체를 모르고 지나치는 등산객들이 더 많다. 그냥 흔한 무덤 앞의 묘비 정도로 생각하기에 십상이지만, 비석이 전하는 뜻은 오늘날 그 어떤 웅변보다 우렁차다. 비석이 세워진 때는 1824년 9월, 조선 순조 임금 때다. 대관령 깊은 산 속에 비석이 세워진 연유는 비석 앞면의 명문을 통해 알 수 있다.
‘많은 돈으로 은혜롭게 점막을 지었네/(중략) 오가는 길손은 휴식할 곳을 얻었고, 머무는 자는 숙소를 마련하게 되니/ 조각돌에 아름다운 행적을 새겨 오래 기리고자 하노라.’ 강릉 관아에서 기관(記官) 벼슬을 하던 이병화라는 향리가 거액의 사재를 들여 대관령 옛길에 길손들이 안전하게 묵어갈 수 있는 여각을 지었고, 주민들은 그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고갯길 한켠에 불망비를 세웠다는 아름답고 정겨운 내용이다.
당시의 지방 향리들은 대부분 양반이 아닌 중인 신분이었으니, 이병화 또한 중인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런 그가 재산을 내놓아 불특정 다수의 안전을 챙기는데 힘썼으니, 현세에 전하는 애민(愛民)과 휼민(恤民)의 메시지가 더 감동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등산의 또 다른 즐거움은 이야기를 챙기는 것이다. 산이 전하는 이야기는 그 산에 기대어 살아온 우리네 민초들의 애환을 담은 생생한 현장 증언이고, 풀뿌리 생활문화의 교본이다. 그러하니 오늘 산행에 나선다면 자연을 즐기는 것에 더해 꼭 그 산의 이야기를 담아 올 일이다.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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