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의료 희망을 캐다] 8. 고은별 강원대병원 간호사

이설화 2025. 9. 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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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세 호전 환자 업무 지속 원동력
메르스 사태 경험 코로나 파견 자원
불안감 호소 환자와 새벽마다 통화
환자 중심 원케어센터 사업 앞장
“의료 사각지대 해소 도움 되길”
신규 간호 지침서 통합본 제작
사직률 감소 ‘100일 행사’ 열어
실무 교육·인력 지원 중요성 강조

“가장 먼저 가장 오래” 공공의료 16년 차 간호사의 자부심

고은별 강원대병원 공공의료협력팀장은 16년 차 간호사다. 그에게는 “늘 공공의료 현장에 있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강원대병원은 강원권역 책임의료기관이다. 최종 치료기관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메르스, 코로나19 등 감염병 사태 때마다 최전선에 놓인다. 고 간호사는 지난 16년에 대해 “강원대병원과 함께 성장했다”고 했다. 중환자실 근무로 시작해 영월의료원, 코로나 생활치료센터, 국가 지정 음압병동을 거쳤다. 모두 그가 자원했다. 필요한 곳에 가장 먼저, 가장 오래 머무르는 사람. 그는 공공의료 종사자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강원대병원에서 고 간호사를 만났다.

▲ 고은별 강원대병원 공공의료협력팀장이 강원대병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오던 환자

입사 한 달 차, 고 간호사는 ‘1지망’으로 중환자실을 적어냈다. 중환자실은 급성 질환의 환자들이 많은 곳이다. 그는 “습득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환자들의 회복이 눈에 보이는 곳이었다”며 “활동적인 업무에 보람이 클 것 같았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환자도 중환자실에서 만났다. 20대 초반의 군인이 원인 불명의 고열로 강원대병원을 찾았다. 훈련 중 쥐 등에 노출된 이력이 있었다. 환자의 상태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다발성 장기부전, 섬망증도 나타났다. 중환자실에 있다 병동으로 옮긴 환자는 얼마 뒤 간호사들을 찾아왔다. 건강을 되찾은 뒤였다. 그는 “‘살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 들어오는데 정말 반가웠다. 그때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기쁨이 간호사 일을 지속하는 힘이다. 2020년 3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폭증하던 때였다. 같이 점심을 먹던 간호교육과장에게 “보내주면 열심히 하고 오겠다”고 파견근무를 자원했다. 그에겐 메르스 사태 당시 지원 업무를 한 경험이 있었다.

구미 생활치료센터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파견 기간 20일 동안 수면시간은 다 합쳐서 10시간도 안 됐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과 새벽마다 두 시간씩 통화했다. 휴대전화가 없는 취약계층 환자들은 방문을 두드려가며 상태를 살폈다. 놀잇감을 챙기지 못한 아이들도 많았다. 색칠 공부 스케치북을 구해다 전달했다. 당시 그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고 집으로 향하는 분들을 떠나보내면서 인연이 없었음에도 가슴 한편이 먹먹했다. 성민이라는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전해온 편지에 감추려고 했던 눈물이 흘렀다.’

■ 먼저, 오래 머무는 사람

고은별 간호사는 한국의 공공의료 체계가 코로나19 전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당시 강원대병원과 같은 지역책임의료기관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의료체계가 갖춰진 것이다. 역할은 부여됐지만, 그에 따른 충분한 지원이 없는 것은 아쉽다.

고 간호사는 “초기 대응은 잘했지만, 시스템 변화까지 이뤄지지 못했다”며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대하고 유지하는 정부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정의하는 공공의료 종사자는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곳에 ‘가장 먼저’, ‘가장 오래’ 머무르는 사람이다. 고 간호사는 “의료 자원이 부족하거나 손길이 닿지 않는 곳, 취약계층에게 누군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끝까지 책임을 지고 역할에 임하는 게 공공의료 종사자”라고 했다.

20대 초반, “공공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강원대병원에 지원했던 그다. 지난 2022년 공공의료협력팀에 근무하면서부터는 ‘병원 밖’까지 시야를 넓혔다. 그가 맡은 사업은 ‘공공보건의료협력체계’ 구축의 하나인 ‘환자 중심 원케어센터’다. 환자가 병원을 퇴원해서도 자신의 거주지에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역 1차 의료기관과 치료를 연계하는 내용이다.

고 간호사는 “임상 간호사 시절에는 병원 내 환자를 돌보는 게 전부였다”며 “지금은 퇴원 후 환자의 생활환경을 살핀다. 이 일이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서로에게 주삿바늘 찌르는 간호사들

그는 간호부 교육 전담 간호사로도 일한 경험이 있다. 당시 고 간호사를 포함해 3명이 120여 명의 신입 간호사 교육을 맡았다. 교육 전담 간호사가 시범 사업으로 운영되던 때였다. 고 간호사는 병동마다 다른 간호 매뉴얼을 살펴 신규 간호 지침서 통합본을 만들었다. 간호사 사직률을 낮추기 위해 ‘100일 잔치’ 행사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간호사 사직률을 낮추기 어렵다. 그는 “간호사 교육은 이론보다 실무 현장의 술기가 중요하다. 상황별 변수가 많다”고 했다. 간호사 교육이 현장에서 ‘프리셉터(멘토)-프리셉티(멘티)’ 제도로 이뤄지는 이유다. 그는 이를 두고 “인력이 충분한 대형 병원의 이야기”라고 했다. 중소병원은 근무 순번이 빠듯해 교육자 한 명을 빼내기도 어렵다. 그렇게 ‘현장에 내쳐진’ 간호사는 혼자 쩔쩔맨다. 환자들은 주삿바늘만 잘못 꽂아도 불만을 표출하기 일쑤다. 그러니 신규 간호사들은 서로의 혈관을 찔러보며 주사를 놓는 연습을 한다.

고 간호사는 간호사 교육 지원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실무를 위한 교육 시설과 도구를 갖추고, 인력이 충분해야 한다”며 “간호사 지원이 안전한 의료 환경을 갖추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설화 기자 lof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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