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도 SCO정상회의, 미국 중심 질서 탈피 '톈진 선언' 띄웠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규탄...탈달러 시도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주의를 옹호하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심화한 미국의 일방주의와 예측 불가능한 국제 정세를 틈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SCO를 고리로 '반미·반서방·반트럼프' 빅텐트를 띄웠다.
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SCO 회원국은 이날 공동선언문에서 특히 이란과 관련해 미국의 공습 및 서방의 제재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6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에 대해 "원자력 에너지 시설을 포함한 공습은 국제법, 유엔 헌장 원칙과 규범을 위반하는 행위이자 이란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UN 안보리 결의안 2231호(2015년)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면서 "규정에 따라 전면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결의안은 2015년 이란과 서방이 체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강도 높은 '반미 메시지'는 없었지만,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내용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를 겨냥했다. 정상들은 "상호 존중, 정의, 평등, 호혜적 협력의 정신에 입각하여 새로운 유형의 국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상호 작용을 증진하는 SCO 이니셔티브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유엔 출범 80년을 맞아 "회원국들은 유엔 헌장에 명시된 원칙을 포함하여 국제법 원칙, 문화적 다양성 존중, 상호 이익적이고 평등한 협력에 기반하여 더욱 대표적이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다극적인 세계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공동선언에 앞선 연설에서도 "SCO가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있다"며 "냉전의 사고방식과 진영 대립, 괴롭힘 행위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괴롭힘 행위'는 그동안 중국이 미국의 제재나 압박을 두고 사용해 온 용어다. 시 주석은 SCO 내 안보와 경제 분야의 실질적 협력을 도모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공동선언문에도 SCO 참여국 간 무역절차 간소화 협정을 검토하고, 자국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금융 협력 내용이 담겼다. 달러 결제와 대(對)미 무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을 우크라이나와 서방 진영에 돌리며 '반서방' 메시지를 발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위기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서방이 지원하고 도발한 우크라이나 쿠데타(2014년 친러시아 정권을 몰아낸 유로마이단 혁명)의 결과로 발생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후 3년 넘게 국제 사회에서 고립됐던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회담에 이어 이날 여러 정상과 회담하며 외교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올해로 출범 24주년을 맞은 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2001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과 함께 만든 다자 협의체다. 초기에는 안보 분야 협력에 집중했지만, 중·러와 서방 진영 간 대립이 격화하고 중국이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 결집에 공을 들이면서 브릭스(BRICS)와 함께 SCO의 존재감이 부쩍 커지고 있다. 중국 측 설명에 따르면 올해 SCO 구성국은 26개국(옵서버 2개국 포함)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중국과 앙숙 관계였던 인도가 이번 회의를 위해 방중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50% '관세폭탄'을 맞은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SCO 참석을 위해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이번 공동선언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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