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0년 신탁통치”…트럼프 정부, 가자지구 개발 문서화했다

이영경 기자 2025. 9. 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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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내부 문건 입수
행정부 ‘그레이트 신탁’ 회람
이스라엘이 점령 후 권한 이전
고급리조트·기술 허브 등 개발
토지 넘기면 ‘디지털 토큰’ 받아

미국이 가자지구를 최소 10년간 신탁통치하며 이곳을 관광 리조트와 첨단 제조·기술 허브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200만명이 넘는 가자지구 주민은 모두 해외나 국내 ‘안전구역’으로 이주하게 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그레이트(GREAT) 신탁’이라는 이름의 전후 가자지구 관리 계획이 실린 38쪽 분량의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프로젝트명은 ‘가자 재구성, 경제 가속화 및 전환 신탁’(Gaza Reconstitution, Economic Acceleration and Transformation Trust)을 줄인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회람된 이 문건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가자지구의 행정 권한과 책임을 그레이트 신탁에 이전하면 신탁통치 체제가 들어선다. 신탁통치는 “개혁되고 탈급진화된 팔레스타인 정치체가 이를 대신할 준비가 될 때까지” 수년간 이어진다. 보고서는 최장 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계획에 따르면 가자지구 재건 기간 200만명이 넘는 주민은 모두 타국으로 떠나거나 ‘안전지대’로 불리는 임시 수용시설로 이주해야 한다.

토지 소유자들은 토지 재개발권을 신탁에 넘기는 대가로 디지털 토큰을 받게 된다. 디지털 토큰은 가자지구 밖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자금으로 쓰거나, 개발 후 가자지구에 들어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시티” 6~8곳 중 한 곳의 분양권으로 교환할 수 있다.

가자지구를 떠나기로 한 주민에게는 5000달러(약 700만원)의 현금, 4년치 임차료, 1년치 식량 지원금이 제공된다. 해당 문건은 주민이 가자지구를 떠날 경우 1인당 2만3000달러(약 3200만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계획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한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설립하고 운영했던 이스라엘인 일부가 수립했다. 자금조달 계획은 세계 3대 컨설팅그룹 중 하나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소속이었던 팀이 담당했다.

WP는 그레이트 신탁 계획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자지구를 미국이 소유하고 ‘중동의 리비에라(해안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소식통 말을 인용해 전했다. 계획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계획안이 지난 4월 완성됐다고 밝혔다.

사업안은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 장밋빛 미래로 가득하다. 가자지구 서쪽 해안은 고급 리조트와 인공섬을 갖춘 ‘가자 트럼프 리비에라’로 개발된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이름을 딴 ‘MBS 순환고속도로’와 무함마드 빈자이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통령의 이름을 딴 ‘MBZ 고속도로’도 세워진다.

WP는 이 계획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미국 정부 자금이 필요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는 상당한 수익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계획안에는 “전기차 공장, 데이터센터, 해변 리조트, 고층 아파트 등에 대해 공공 및 민간 부문 투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고 돼 있다.

트럼프 정부가 가자지구 개발 계획을 물밑에서 검토 중이라는 사실은 그간 언론 보도를 통해 일부 알려졌다. 지난 7월 BCG가 가자지구 주민 이주 및 재건 비용을 추산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GHF가 가자지구에 주민 수용시설인 ‘인도적 환승지역’ 건설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 등이 보도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서안지구를 병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프랑스, 캐나다, 영국, 호주 등이 이달 미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대응이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0일에는 서안지구 E1 구역에 주택 3400호를 포함한 대규모 정착촌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스라엘의 대표적 극우 인사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 계획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완전히 없애버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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