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투자기업 ‘먹튀 경영’ 방지할 입법 서둘러야

600일 만에 고용 승계를 요구하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가 9m 높이 옥상에서 땅으로 내려왔다. 세계 최장기 기록을 세운 ‘고공농성’이 끝난 지난 29일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노사교섭 개최와 ‘외국인투자기업 규제 입법’을 약속했다. 외투기업의 이른바 ‘먹튀(먹고튀다)’에 대해 당·정·대가 TF를 꾸리는 등 적극적인 대책에 나선 것이다.
일본 화학기업인 니토덴코의 한국 자회사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편광 필름 생산 업체로 자본금 200억원으로 2004년 구미 국가산업단지 땅을 50년 무상 임대받았고 각종 세제 혜택도 받았다. 대한민국 혈세를 지원받으면서 2022년 매출액 4천억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공장 화재가 나자 보험금 525억원을 받고 12월 법인을 청산했다. 하지만 사업은 자회사인 평택 한국니토옵티칼로 옮겨 재개했다. 또 해고노동자들의 평택공장 고용 승계는 거부하면서 156명을 신규 채용했다. 작년 니토덴코의 배당금은 509억원으로 당기순이익 501억원보다 많은 돈을 일본 본사가 챙겨갔다.
각종 세제, 보조금 혜택을 받고도 일방적인 해고와 청산이라는 외투기업의 먹튀 경영은 반복돼왔다. 불법파견·일방적 해고로 9년간 투쟁이 이어졌던 ‘아사히글라스’, 흑자 상황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폐업한 자동차 부품사인 ‘한국게이츠’, 공장부지 무상임대기간인 10년이 끝나는 시기에 경영악화를 이유로 폐업한 일본계 제조사 ‘다이센코리아’, 200억원 넘는 외투 특혜를 받고도 청산절차 중에 209명을 해고한 일본계 ‘한국와이퍼’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2009년 중국 상하이차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쌍용차 경영을 포기하면서 기술 먹튀 논란도 있었다. 8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국GM도 미국 고관세를 빌미로 올 초부터 한국 철수설이 나돌고 있다.
지난 10년간 문제 개선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불발됐다. 이제 당·정·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니 지체할 필요가 없다. 외국인투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국내 자본 유출과 일자리를 위협하는 구멍은 메워야 한다. 유럽연합은 오는 2027년부터 역내에서 영업하는 기업이 하청 및 거래 관계에서 인권과 환경에 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법(CSDDD·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이 발효됐다. 유치에 공을 들인 만큼 사업 철수에도 책임을 지워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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