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망 무인교통단속장비, 많아도 너무 많다

이종욱 기자 2025. 9. 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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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앞세워 5년간 2만2489곳 확대…당초 계획 2.5배 훌쩍
어린이보호구역 4400여 곳은 여전히 미설치 모호한 기준도 논란
과태료는 국고 귀속…‘재주는 지자체가 돈은 경찰이 번다’ 지적도
▲ 어린이보호구역 무인단속카메라.경북일보DB

경찰이 지난 2019년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방지(민식이법)를 목적으로 설치하기 시작한 무인교통단속장비가 마구잡이로 설치되고 있는 데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무인교통단속장비의 96%가 지방자치단체에서 설치했지만 정작 무인교통단속 과태료는 국가로 귀속되고 있어 '재주는 지자체가 넘고 돈은 경찰이 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비례대표)국회의원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2020년 민식이법 제정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내 무인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이후 당초 8800개의 무인과속단속장비를 설치키로 했다.

임 의원이 행정안전부 및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이후 5년 간 전국에 설치된 무인교통단속카메라는 무려 2만2489개로당초 계획의 2.5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식이법을 앞세웠던 경찰청은 전국 1만6500여 곳의 어린이보호구역 보다 약 6000개가 많은 2만2489곳에 무인단속장비를 설치했지만 어린이 보호구역 중 4445곳은 아예 무인단속장비가 설치되지 않아 마구잡이 설치의혹이 제기됐다. 또 지난 2020년 이후 폐교된 전국 142개 학교 중 47개 교에 무인단속장비가 설치됐으나 이들 중 무인단속장비가 철거 또는 다른 곳으로 이전한 곳은 19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28곳은 폐교 이후에도 그대로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이처럼 당초 계획보다 2.5배 이상 많은 무인단속장비를 설치하면서 교통과태료도 급증,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임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무인교통단속장비를 통해 부과된 과태료는 1462만건 7198억7600만원이었으나 2024년에는 2454만건 1조3508억4500만원에 달했다.

5년 만에 단속건수는 약 1000만건, 징수금액은 6309억원이 늘어났다.

지난 6월말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가 2640만대인 것을 감안하면 매년 자동차 1대당 1건의 무인단속을 당한다는 의미다.

더욱 큰 문제는 전국 2만2000여곳의 무인단속장비 중 경찰청이 설치한 장비는 단 803대, 나머지 96%에 달하는 2만1686대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설치했지만 정작 무인교통단속 과태료는 국고로 귀속된다는 점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설치비용 뿐만 아니라 설치 후 관리비용까지도 부담하고 있어 '재주는 지자체가 넘고 돈은 경찰이 버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불만도 적지 않다.

전직 지자체 간부공무원은 "경찰에서 무인교통단속장비 설치를 의뢰할 경우 사실상 거부할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경찰청의 무인교통단속장비 설치비의 지자체 부담과 과태료 국고 귀속 현상이 빚어지자 염영선 전북도의원은 무인교통단속 과태료의 지방세 전환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작성했다.

염 의원은 "지난 2021년부터 2025년 6월까지 도내 무인교통단속 장비로 부과된 과태료는 총 2465억원인데 전액이 국세로 귀속되고 있다"며 "징수된 과태료 대부분은 교통안전과 무관한 국고 일반회계에 편성돼 정부 재량에 따라 사용돼 교통법규 위반 단속과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목적과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미애 의원은 "정부가 세수부족 때문에 단속장비가 늘었다는 국민적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무인교통단속장비 운용이 필요하다"며 "현재 설치된 교통단속장비 대수의 적절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고 지적했다.

한편 임의원은 국내에 설치된 무인교통단속장비는 유럽 주요국 대비해서도 월등히 많은 수준이며 , 우리나라보다 국토 면적 및 인구가 많은 이탈리아와 비교해도 2배 이상 설치돼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