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Pick] 부모 부양, 그러나 현실은 ‘돈이 웬수’!

2025. 9. 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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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효孝의 공식’
1인가구·초고령사회 접어든 한국
‘노노老老 간병’도 늘어난다
요양병원 간병비 평균 월 400만 원 이상
‘부모가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52.6%

최근, 여러 사회적 요인들이 ‘효도’의 개념과 형태를 바꾸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늦어지는 결혼 연령, 출생아 감소, 1인 가구의 증가, 고령인구와 평균 수명의 증가 등이다. 무엇보다 ‘효도에도 돈이 필요하다’는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현실적 벽이다. ‘노노老老 간병’이라는 초고령사회의 민낯도 한몫한다.

#1 2024년 12월부터 한국은 65세 이상의 노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일자리, 노동력, 사회 복지 등에서 경고등이 켜졌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노인 빈곤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매우 높은 편으로,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층이다. 현재 노인세대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 평균이 18.7년으로 실제적인 소득대체율은 약 22% 수준이다. 2025년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월 67만 원 정도이다.

#2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65세 이상 인구 1만 8,044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3년 자살한 노인은 3,838명으로 하루에 10.5명이 자살했다. 인구 10명당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사망률은 65세 노인이 2023년 40.6명으로 15~64세의 28명에 비하면 약 두 배다. 노인 자살의 원인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뿐 아니라 신체질환,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양한데, 특히 가족에게 ‘짐스러운 존재’라는 인식에서 오는 위험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3 초고령사회의 민낯 중 하나는 바로 ‘노노老老 간병’이다. 이는 초고령 노인 환자를 고령의 가족 구성원이 부양하거나 간병하는 형태이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는 약 1,000만 명에 달하는데 이는 전체 가구의 40% 수준이다. 또 2023년 기준 노인 인구 중 독거노인은 21%에 달한다. ‘노노 간병’이라는 간병 지옥이 마지막에는 경제 파탄, 간병인의 삶의 붕괴 등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간병 살인’이나 ‘동반 자살’이라는 비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픽사베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새롭게 정의되는 ‘효’

1970년대생까지만 해도 집에서 밤 12시에 제사 지내고, 명절 때면 조상 산소 찾아 성묘하는 것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자손의 도리이고 ‘당연한 일’로 ‘머리와 몸이 기억’한 것이다. 또 늙으신 부모는 장남이 당연히 모시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해, 조상들은 장남에게 많은 특혜를 주었다. 그래도 다른 자식들은 큰 불평을 하지 않았다. 장남은 대를 잇고, 부모를 부양하며 제사 및 산소 관리를 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효도 효孝’는 ‘아들 자子’와 ‘늙을 노老’의 합자이다. 이는 ‘아들이 늙으신 부모’를 등에 업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회의 인식과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 인구비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우리 사회에서 이제 효도라는 개념도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점점 늦어지는 결혼 연령, 출생아 감소, 가족의 분화, 1인 가구의 증가, 고령인구와 평균 수명의 증가 등과 함께 ‘효도에도 돈이 필요하다’는 경제적 부담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은퇴 후 뚜렷한 노후 보장 없이 늙으신 부모와 이제 월급쟁이 10년 차에 전셋집, 월셋집 신세 벗어나지 못하는 빠듯한 경제력을 가진 자식 한 명뿐인 가구 형태로 가고 있다. 점점 빨라지는 은퇴, 경제생활의 단절, 길어지는 수명, 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돈밖에 없다’라는 현실은 참으로 가혹하다.”
부모에게 받은 만큼 ‘부양’ & 의무 아닌 현실 접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부모부양 및 부모 인지장애(치매) 관련 인식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부모 부양을 ‘자녀의 의무’가 아닌 ‘개인의 선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자녀라면 부모를 부양할 의무가 있다’는 응답은 2023년 46.1%에서 2025년 42.3%로 소폭 감소했고, 부모가 소득이 없다면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2023년엔 69.5%에서 2025년엔 59.2%로 매우 낮아졌다.

자녀가 소득이 있을 경우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도 2023년 41.6%에서 2025년 35.8%로 감소했다. 이는 부모 부양을 ‘당연한 책임’이 아닌 ‘개인의 선택’으로 본다는 뜻이다. 즉 부모 부양을 ‘무조건적 의무’로 여기지 않고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지원을 해주지 못했던 부모라면 ‘노후를 자녀에게 요구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응답은 20대 42.4%, 30대 39.6%, 40대 31.6%로 나타났으며, 또 경제적 지원 등을 받은 것이 없다면, ‘부모를 부양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은 20대 40.4%, 30대 36.0%로 나타났다. 부양의 책임을 ‘부모에게 받은 경제적 지원 유무’에 따라 판단하려는 성향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보였다.

또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경제적 지원을 이어가고 싶다’가 54.5%, 반면 부모 부양보다는 ‘자신의 생계나 가정 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54.1%로 나타났다. 또 부모 부양 시 애로사항으로 ‘경제적 부담’이 65.6%, ‘의료비와 간병비 부담’이 53.7%로 나타나 부양 의지와는 달리 현실적 제약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외에 ‘돌봄과 간병 활동에 대한 부담’ 39.7%, ‘부모의 지나친 경제적 의존’ 22.1%, ‘부부 간의 갈등 및 의견 차이’ 18.9%, ‘부모 부양으로 인한 학업, 생계 어려움’ 15.5%, ‘혼자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 14.1%, ‘부모와 갈등 및 의견 차이’ 13.8%, ‘육체적 신체적 부담’ 13.6%, ‘형제, 자매 간의 갈등 및 의견 차이’가 10.3%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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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가장 큰 걱정=부모의 인지장애 즉 ‘치매’

‘부모가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에는 52.6%가 동의해, 부모의 ‘셀프 부양’을 바라는 자식 세대도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도 ‘나의 노후는 스스로 준비한다’가 87.1%, ‘자녀에게 부모 부양의 의무를 지우고 싶지 않다’는 응답도 78.5%에 달했다. 부모 부양이라는 기본적인 물음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부모의 건강이 악화될 경우’를 살펴보았다. 응답자의 상당수는 ‘부모님의 인지장애’ 즉 ‘치매 발병’에 대한 걱정이 64.6%로 암이나 기타 중증보다 ‘치매에 걸리는 것이 더 두렵다’가 58.1%로 나타났다.

이는 치매의 경우 치료 문제를 넘어 ‘장기간, 지속적’이라는 문제에 바로 봉착하기 때문이다. 즉 인지장애 부모에 대한 일상 돌봄부터 간병에 따르는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사실 옛말에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고령에 찾아오는 다양한 질병 가운데서도 ‘기약 없이 간병’해야 하는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자식 세대에 생각보다 많음을 보여준다.

부모가 치매에 걸릴 경우 부담감은 ‘경제적인 상황이 크게 어려워질 것 같다’는 응답이 66.5%에 달했다. 이는 부모의 치매가 가족 구성원의 삶의 질과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또 응답자의 66%가 치매 간병 문제는 가정의 문제를 넘어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문제’라는 데에 공감해 향후 국가 차원의 노인 인지 장애 치료 및 간병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08년부터 정부는 국민연금이 없는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소득 하위 70% 이하 모든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수급자는 736만 명, 관련 예산은 무려 26조 원에 이른다. 정부는 또한 독거노인은 월 34만 원, 부부가구는 월 54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독거노인 가구 수는 199만 3,000가구로 10년 전 2013년 110만 7,000가구에 비해 무려 80% 급증했다. 이는 많은 수의 노인들이 ‘돌봄 사각지대’에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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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요양병원의 경우 간병비는 일 12만~15만 원 선으로 월 360만~450만 원에 달해 부모의 간병비를 부담하면서 ‘가족의 경제생활’을 동시에 해나가는 것은 보통의 가정에서는 매우 어렵다.

자식들을 먹이고, 키우고, 교육시키고, 결혼까지 시켜준 부모님 노후를 편안하게 잘 모시고 싶다는 마음은 자식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 애틋한 마음을 받아주지 못한다. 현재의 사회는 은퇴 후 뚜렷한 노후 보장 없이 늙으신 부모와 이제 월급쟁이 10년 차에 전셋집, 월셋집 신세 벗어나지 못하는 빠듯한 경제력을 가진 자식 한 명뿐인 가구 형태로 가고 있다. 점점 빨라지는 은퇴, 경제생활의 단절, 길어지는 수명, 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돈밖에 없다’라는 현실은 참으로 가혹하다.

[※인용 및 참조: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권이현(라이프컬처 칼럼니스트)]

[일러스트·사진 픽사베이,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4호(25.08.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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