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포럼] 물, 그늘, 휴식- 하헌주(시인·밀양문학회장)

knnews 2025. 9. 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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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너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폭우 아니면 폭염이다. 오늘은 폭염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비 오지 않으면 거의 받는 안전안내문자. 물, 그늘, 휴식이다. 바깥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 문자가 때론 작은 위로가 된다. 괜히 물통을 들고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다. 어설픈 스팸 문자보다는 오히려 반가울 정도로 고마운 안내 문자다. 예상외로 소방청은 폭염을 가장 큰 기상재해로 꼽는다. 이는 최근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한 것이 큰 까닭이다.

문제는 국민의 인식이다. 태풍이나 집중호우는 눈으로 보이는 현상이 있어서 조심하고, 미리 대비한다. 그러나 폭염은 조용히 뜨겁다. 그저 피하고, 참으면 된다는 이상한 인식이 있다. 특히, 이까짓 더위 정도는 견디고(비싼 전기료도 문제) 살아야 한다는 근면, 성실, 절약 정신이 몸에 밴 어르신이 많다. 위험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것이다.

단순히 기온이 높은 것도 폭염이지만, 이상 고온과 함께 습도까지 치솟으면 정말 위험하다. 사람이나 동물에게 온열질환이 일어나면 신체적, 물질적 피해는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체내 열 조절 기능이 무너질 때 나타나는 일사병, 열사병 등은 생명에 위협을 가할 정도로 무섭다. 아직 올여름이 다 가기도 전에, 지난해 온열질환자 수를 훌쩍 넘었다고 한다. 구토, 두통, 피로, 어지럼증 등이 느껴지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그럼, 폭염에 대비하는 3대 안전 수칙에 대해 알아보자.

물은 하루에 2~3ℓ를 보충해야 한다. 물 없이 살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모든 생명체는 일정한 양의 물을 유지해야 건강하게 생명을 보존할 수 있다. 사람은 몸무게의 70% 정도가 수분이다. 또한 평균적으로 땀, 오줌 등으로 하루에 약 1.5ℓ 정도의 수분 손실을 보충해야 한다. 1~2% 정도 손실이 발생하면 갈증을 느끼고, 3% 정도면 탈수증상을 보이고, 10% 정도 되면 생명이 위험하게 된다. 그러니까 목마르기 전에 습관처럼 물을 마셔야 한다.

다음은 그늘이다. 실외에서는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이 차단된 공간을 찾아야 한다. 실내는 선풍기나 냉방장치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체감온도를 낮춰서 유지해야 한다. 물론, 탁한 공기가 정체되지 않도록 시간당 환기는 필수다.

휴식은 어떨까? 폭염주의보 때는 매시간 10분 이상, 폭염경보에는 15분 이상과 때에 따라서는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특히, 무더위 시간 때(12시~17시)는 실외 작업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처럼 폭염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산업재해의 위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권고 사항에서 법적 의무로 고시한 것을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모든 산업의 현장에서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수분을 보충하며, 시원한 그늘에서, 마음 편하게 제대로 체온을 낮추며 쉬는 것이 핵심이다.

물, 그늘, 휴식 같은 사람이 있었다. 말하지 못해 옹알거려도 눈짓, 손짓, 그 표정만 보아도 기꺼이 생명의 물을 주었던 당신. 행여 목마른 삶을 살까, 노심초사하며 당신의 샘이 다 마르도록 퍼주시던 한평생. 당신은 내게 영원히 푸르고 깊은 우물이다.

몸은 허옇게 뼈를 드러내 늙수그레하지만, 해마다 땡땡한 열매를 매달고, 넓은 그늘을 만들어 주던 당신은 한 그루 감나무 같았다. 땡볕을 피해 당신의 그늘에 앉으면, 바람결에 소곤소곤 들려주던 세상의 이치와 길들이 훤히 보였다. 그 붉은 홍시는 온 가족이 나눠 먹어도 남았다. 언감생심 휴식이 없었던 당신의 희생으로 나는 상경할 수 있었다. 팥죽 같은 땀이 흥건한 목수건으로 나를 감싸고 응원했던 당신. 마흔아홉 고개를 넘지 못하고, 영원한 휴식에 들었던 당신.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경부선 상행열차를 탈 때마다 그 불편한 휴식에 눈이 빨개지곤 했다. 누구에게나 물, 그늘, 휴식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또는, 이미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헌주(시인·밀양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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