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車 수출 선방 속 대미수출 급감… 불안한 운전대는 여전
자동차 55억달러 ‘역대 최대’
전기차·HEV·중고차 증가세
동남아 등 시장 다변화 주효
美 수출은 휘청… 90억달러 ↓
품목 관세 15%는 소식 없어

반도체에 이은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가 미국의 수입 자동차에 대한 품목 관세에도 지난달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냈다. 대미 수출은 감소했지만, 시장 다변화로 이를 극복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수출 호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7월 30일 한·미 상호관세 협상을 타결한 데 이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까지 마쳤음에도 미국이 여전히 한국에 대한 품목관세를 조정하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를 낮추겠다는 약속을 한 달 넘게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양국 정부는 이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지난달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년 반 만에 90억달러 선 밑으로 내려갔다.
작년 기준으로 미국은 전체 자동차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일단 선방하긴 했으나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중국의 공세가 거세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장 다변화가 계속 주효할 것이라고 낙관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55억달러를 기록했다. 8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순수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HEV) 등 친환경차가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으며, 중고차 수출도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 8.6% 성장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가 선방하며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3% 증가한 584억달러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은 87억4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지난 2023년 8월 이후 2년 만에 90억달러 이래로 내려갔다. 이는 85억900만달러를 기록한 2023년 1월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관세 협상을 타결하고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는 자동차 수출 경쟁국인 일본, 유럽연합(EU)과 동일한 수준이다. 업계에선 이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며, 자동차 수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안도감을 표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아직 15% 관세 적용 시점을 확정하지 않아 현재까지도 대미 수출에서 2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먼저 투자 약속을 이행해야 자동차 관세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총 3500억달러(약 486조원) 대미 투자 패키지 구체화 방안을 두고 인식 차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최대 수출 품목 중 하나인 자동차 관세를 볼모로 잡아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굳건한 관세 장벽으로 인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182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자동차·기아의 올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2.7% 줄어든 약 13조원에 그쳤다.
여기에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주력 품목인 전기차 수출은 거의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 신차 대수는 164대로 작년보다 974% 쪼그라들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5828대(매출 19억5508만달러·약 2조7200억원)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안으로 유럽 시장과 신흥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영향력이 약화되며 안방을 사수하려는 유럽 브랜드와의 경쟁과 더불어, 중국 브랜드의 저가 공세를 이겨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 7월 현대차·기아의 유럽 판매량은 9만1819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합산 점유율도 0.7%포인트 떨어진 8.5%였다.
현대차·기아는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 EV3 등 보급형 전기차를 연이어 출시했으나 판매량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기아는 최근 가동을 시작한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유럽향 EV4 해치백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EV5와 목적기반차량(PBV) PV5를 출시함으로써 판매량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신흥시장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다.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 등 신흥시장은 중국 브랜드가 저가 모델을 들고 적극 진출하고 있는 곳이다. 중국 브랜드들은 저가 공세와 더불어 현지 생산 카드도 꺼내들며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취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이 아직도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가격을 소폭 인상하기 시작했으나 많이 올리기도 어려우며, 현지 생산 물량을 늘려 대응해도 적자 구조가 커지는 건 막을 수 없다”며 “자동차는 한 번 무너지면 생태계 복원이 불가능하기에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 등을 통해 대미 수출로 타격을 입은 부품사 등 자동차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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