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치 쌀값’ 급등에 서민 뿔났다

송신용 2025. 9. 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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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축미가 제때 풀리지 않으면서 쌀값이 폭등했다.

20㎏ 쌀 한 포대가 6만원대를 넘어섰다.

정부는 지난해 햅쌀 약 36만톤을 공공비축으로 매입한 뒤 20만톤 이상을 선제적으로 시장에서 격리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김한호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본격 수확기에 들어서면 쌀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정부가 조금 더 타이트하게 유지하는 것이 양곡관리법 체제의 지속성 측면에서 유리해 가격 방어가 필요한 환경에서 나온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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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쌀 한 포대 6만원 넘어
농민 반발 의식 소비자 고통
추석 앞두고 서민 물가 비상
햅쌀 출하 때까지 묘수 없어
하나로마트 쌀 매대


정부 비축미가 제때 풀리지 않으면서 쌀값이 폭등했다. 20㎏ 쌀 한 포대가 6만원대를 넘어섰다.

농민의 반발을 의식한 ‘정치 쌀값’은 김밥 등 서민들의 외식 물가도 끌어올리고 있다. 식당의 공깃밥 한 그릇은 2000원으로 치솟았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격리조치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미 고물가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지갑을 더욱 축내면서 분노가 커지고 있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기준 백미 20㎏ 소매가격은 6만573원으로 연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소비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6만원선을 훌쩍 넘었다. 지난달 29일에는 5만9962원을 기록해 평년보다 13.5%, 전년보다 15.6% 폭등했다.

자급률이 90% 안팎에 달하는 데서 보듯 쌀은 매년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많은 대표적 초과공급 품목이다. 정상적인 시장논리로는 쌀값이 내려가야 정상인데 쌀값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격리 조치 때문이다. 농민 눈치만 살피다 서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

연례행사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농민과 농촌 입장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물가와 서민 생활 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적극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쌀 생산량은 365만7000톤으로 예상 소비량보다 12만8000톤 많았다. 정부는 지난해 햅쌀 약 36만톤을 공공비축으로 매입한 뒤 20만톤 이상을 선제적으로 시장에서 격리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인위적으로 쌀 공급을 대폭 줄이자 햅쌀 가격은 11월부터 반등 흐름을 탔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정부가 지난달 비축미 3만톤을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해 공급했지만 효과는 적었다. 추수철을 앞두고 있어 공급 인위 조정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다.

쌀값 폭락 때마다 벌어진 농민 집단행동은 농식품부의 정책 운신 폭을 좁히곤 했다. 2021년 37만톤이던 정부의 쌀 시장 격리는 2022년 35만톤, 2023년부터는 20만톤 안팎이 되면서 쌀이 부족한 만성적인 구조를 만들었다.

정부는 구조적 공급과잉에 따른 쌀 수급 불안을 완화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량작물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2023년부터 ‘전략작물직불제’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 제도도 예산지원 가능한 면적이 부족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쌀이 소비량보다 더 많이 생산되면 남는 쌀을 정부가 수매하는 내용의 양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변수가 됐다.

문제는 햅쌀이 나오는 10월까지 가격을 잡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쌀값은 기상 여건이나 시장 격리 폭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다각적인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쌀값은 미국의 쌀 시장 개방 압력과 예산, 하반기 수매 규모, 수급 문제 등이 얽혀 있다”라며 “정치 논리에서 한 발 떨어져 비축미 방출을 포함한 수매 대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시장격리는 과잉 개입이라기보다 ‘가격 하락 회피’가 정책·재정상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김한호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본격 수확기에 들어서면 쌀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정부가 조금 더 타이트하게 유지하는 것이 양곡관리법 체제의 지속성 측면에서 유리해 가격 방어가 필요한 환경에서 나온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종=송신용 기자 ssys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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