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트럼프 관세 협상의 특징과 경제주권
세계경제를 불확실성의 늪으로 몰아넣은 트럼프행정부의 관세폭탄이 1차 파고를 지나고 있다. 미국발 정책적 불확실성이 한국과 일본 등 교역상대국에게 불리한 충격으로 확실시되면서 세계경제는 폭풍전야처럼 충격의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제학 이론에서 이미 예상된 충격은 실행되더라도 그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이번 관세충격은 예외인 듯하다. 더욱이 1995년 출범한 자유무역기반 국제통상규범인 WTO체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이미 미행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WTO체제는 종식됐으며, 새로운 무역질서인 트럼프 라운드가 시작됐다고 언급함으로써, 30여년 동안 자유무역에 기반해 글로벌 공급망의 구축과 경제성장 전략을 추진해 온 대부분의 국가는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여있다.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주창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마가(MAGA)전략이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이번 관세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형태는 이전의 국가 간 협상에서 경험한 것과는 달랐다. 첫 번째 특징은 핵심적인 협상대상이 관세임에도 불구하고 관세 외에도 대미투자규모와 미국산 구매상품의 종류와 규모, 나아가 교역상대국의 시장개방 등 매우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며, 이를 묶은 일종의 패키지협상이다. 구체적으로 일본에 대해선 개별국가에게 차등적으로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당초 24%에서 15%로, 자동차 품목관세를 27.5%에서 15%로 하향 조정했으며, 이에 대한 반대급부(보상)로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 투자와 미국산 농산물 80억 달러 및 미국 보잉사 항공기 100대 구입 등 구체적인 품목과 금액까지 등장했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나라도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가 각각 15%로 결정되고, 대미투자는 3500억 달러, 미국산 상품으로 에너지구입 1000억 달러, 농산물시장에 대한 추가적인 개방도 논의되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특징으로 미국 주도의 반호혜적이며 일방적 협상이라는 것이다. 교역상대국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상호관세율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이 원하는 대미투자규모와 미국산 상품의 구매 종류와 수준 등을 미리 제시하거나 교역상대국이 제안할 것을 요구한 후 해당 내용이 미국의 수준에 미흡할 경우 수정요구 또는 관세율을 언급해 미국의 수준에 부합되는 내용을 교역상대국이 제안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즉, 미국 주도의 불평등 협상으로 교역상대국은 경제주권이 상실된 상황처럼 보인다. 한국에는 당초 대미투자규모를 4000억 달러 수준에서 요구했으나, 3500억 달러로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특징은 협상 주체는 정부인데 협상 내용은 정부의 영역과 민간영역이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미투자와 미국산 상품의 구매는 비록 정부가 일정 부분 투자와 구매를 하더라도 민간기업의 참여가 불가피하므로 순수한 정부 영역으로 보기 어렵다. 이런 경우 정부의 영향력이 최소화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민간기업이 파산 등 어떤 사유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정부 간의 협상이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고율의 관세도 실효성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천문학적인 대미투자와 미국산 상품의 구매는 이행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의 발생으로 실질적 이행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트럼프의 관세 협상은 기존 국가 간 협상에서 보기 힘든 특징들이 관찰됐으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상대 교역국의 경제주권이 상실된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여전히 대다수의 국가가 회원국인 세계무역기구는 자유와 공정무역을 추구하며, 무차별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분쟁해결을 위한 기구를 두어 경제적 약소국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이 자국우선주의와 마가를 외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폭탄을 터뜨리고 있다. 교역상대국은 물론 미국도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미행정부와 연준간의 갈등, 높은 물가로 인한 실질구매력의 저하와 경기둔화 가능성 등 새로운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개별국가의 경제주권이 보장되고 자유무역의 가치가 존중되며, 구성원 모두의 복지가 개선되는, 우리 모두가 원하는 새로운 국제통상질서가 구축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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