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품쌀 수향미, 허술한 관리로 무너지나

중부일보 2025. 9. 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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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향미는 단순한 쌀이 아니다. 화성특례시가 막대한 시비를 투입해 육성한 명품 브랜드다. 더구나 소비자에게는 신뢰와 품질의 상징이었다. 유아 이유식으로도 권장될 정도로 깨끗하고 구수한 맛으로 인정받아왔고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약속하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최근 불법 재배와 순도 미달 논란이 소중한 브랜드 가치를 흔들고 있다. 혈세로 뒷받침된 명품 쌀이 관리 부실로 신뢰를 잃는다면 이는 행정의 무책임일 뿐 아니라 농민들의 희생을 방치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알다시피 화성시는 지난 2021년 70억 원 가운데 56억 원을 투입해 수향미 골든퀸3호의 독점 권리를 확보한 바 있다.

명분은 분명했다. 지역 농업의 경쟁력 강화와 농가 소득 증대였다. 그러나 계약 시행 불과 1년 만에 충남 서산에서 수향미 DNA가 검출되고 타지역에서는 '향미' '여리향' 등 변종 이름으로 사실상 수향미가 유통되는 실태가 드러났다.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종자가 공공연히 거래되며 관리 부실을 증명했다. 이는 명백히 독점권의 취지를 무너뜨리는 불법 행위이며 화성시가 애써 쌓아 올린 명품 브랜드의 신뢰를 송두리째 훼손하는 중대 사안이라는 판단이다.문제의 핵심은 화성시의 대응이 너무 늦고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애초에 다른 지역 농민들에게 '수향미는 화성 이외에서 재배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종자 유통을 철저히 단속했어야 했다.

하지만 불법 재배는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됐고, 농민들은 가격 하락과 품질 저하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뒤늦게 TF팀을 꾸리고 공문을 발송하는 조치는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 행정의 안일함이 시장 혼란을 키운 셈이다. 더 큰 우려는 명품이라는 타이틀이 흔들리면서 소비자 신뢰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향미는 비싸도 찾는 소비자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맛과 품질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불만이 퍼지고, 유사품이 판을 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소비자는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한 번 잃은 브랜드 신뢰는 되찾기 어렵다. '명품쌀'은 행정 홍보 문구가 아니라 농민과 소비자가 오랜 시간 함께 쌓아온 신뢰의 결실이라는 점을 시는 지나치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화성시는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첫째, 종자 관리와 유통 단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해 불법 거래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경찰 수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시 자체의 상시 감시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둘째, DNA 검사와 같은 과학적 검증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유사품을 조기에 색출해야 한다. 셋째, 소비자와 농민을 대상으로 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 불법 재배의 피해 현황과 시의 대응을 명확히 알림으로써 신뢰 회복을 시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협력해 불법 종자 거래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명품 브랜드는 이름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관리와 소비자의 신뢰 위에 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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