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오봉저수지 고갈"… 소방차 71대 동원 '안간힘'에도 야속한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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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강원 강릉시 왕산면 오봉저수지.
시민 18만 명에게 생활·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 하류는 극한 가뭄에 모래밭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이에 강릉시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0% 이하가 되면 격일제 급수 공급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쌍천에 지하댐(63만 톤 규모)을 만들어 가뭄에 대비한 인근 속초시와 달리 저수지 1곳에 용수를 의존하는 강릉시의 대응이 미흡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시민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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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방·급수차 동원 용수 확보 총력
저수율 10% 이하 시 격일제 급수 방안
"시, 미흡한 대응" 최악의 물 부족 불러

1일 오후 강원 강릉시 왕산면 오봉저수지. 시민 18만 명에게 생활·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 하류는 극한 가뭄에 모래밭으로 변한 지 오래다. 중장비로 바닥을 긁고, 관로를 통해 남대천 상류의 물을 끌어오지만 수위는 쉽게 오르지 않는다.
이날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4.5%로 지난 1977년 완공 이래 최저치를 또 갱신했다. 취수 하한선인 사(死)수위까지 겨우 8m 정도 남았다.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 가운데 하루 평균 8만 톤가량의 물이 빠져나갈 경우 24일쯤 완전히 말라버릴 전망이다.
비슷한 시각 오봉저수지에서 온 물을 정화해 수돗물로 내보내는 홍제정수장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소방차 10여 대가 물을 쏟아붓고 있었다. 불을 꺼야 할 소방차와 특수 재난에 투입해야 할 고성능 화학 차량까지 동원할 정도로 지역의 가뭄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강원소방본부 관계자는 "재난지역 선포와 국가 소방동원령에 따라 전국에서 모인 소방차 71대가 하루 4, 5차례 동해와 속초, 평창 등 인근 지역에서 하루 3,000여 톤의 물을 받아 강릉시에 한 방울이라도 용수를 더 공급하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강릉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고 있어 당분간 가뭄을 해갈할 비 예보가 없어 격일 급수 등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강릉시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0% 이하가 되면 격일제 급수 공급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는 이날 5만3,485가구의 수도 계량기를 75%까지 잠그고, 농업용수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2단계 비상 대책을 내놨다. 객실 150개 이상 숙박업소에는 축소 운영을 권고하는 한편 시가 운영하는 오죽한옥마을 등 공공 숙박 시설은 폐쇄했다. 시는 대형 숙박업소에 객실 1/3 축소 운영도 권고했다. 전국에서 15톤 급수 차량 400대를 지원받아 오봉저수지에 하루 1만5,000톤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시민들은 수돗물이 언제 끊길지 걱정이 크다. 홍제동 주민 이윤철(64)씨는 "며칠 전부터 세숫대야와 양동이에 물을 담아 놓고 '고양이 세수'를 하고 있다"며 "수돗물이 완전히 끊어지면 당분간 서울 아들 집에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은 여름 휴가철 대목을 날려 버렸다. 고성민(41) 강릉청년소상공인협회장은 "물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예약 취소가 이어져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것 같다"며 "물을 많이 쓰는 세차장 등은 아예 손님이 없을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물이 부족해 원정출산을 가야 했다"는 사연을 비롯해 벌써 1주일째 물티슈로 화장실과 주방 청소를 하고 있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강릉의 물 부족은 최근 6개월 강수량(387.7㎜ )이 평년(751.6 ㎜)의 45%에 그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 1개월간 내린 비는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쌍천에 지하댐(63만 톤 규모)을 만들어 가뭄에 대비한 인근 속초시와 달리 저수지 1곳에 용수를 의존하는 강릉시의 대응이 미흡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시민도 적지 않다. 한모(42)씨 "평창 올림픽을 앞둔 2018년과 지난해에도 이번만큼은 아니지만 가뭄이 심각했다"며 "당시 대책 요구가 컸으나 용수 확보 대책 없이 대형 숙박시설 등이 들어서 물 부족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로서는 비가 내리는 게 가뭄에서 벗어날 유일한 희망이지만, 영서 지역에 큰 비를 내린 비구름은 이날도 대관령을 넘지 못했다. 하늘이 잔뜩 흐리기는 했지만 강릉의 주요 상수원이 자리한 성산·왕산면에는 빗줄기가 쏟아지지 않았다.

강릉=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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