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일보·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예술은 직관적으로 즐거워야… 생생한 에너지 전달하고파”

박예지 2025. 9. 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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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라로프트’ 오형은 예술감독 인터뷰
바라로프트 오형은 예술감독

무대와 관객, 음악과 춤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바라로프트의 예술감독 오형은. 그는 무용수와 음악가가 동등하게 호흡하며 만들어내는 공연 '셀라(Selah)'를 통해 관객에게 특별한 몰입의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트라이보울 2025년 기획 전시·공연 시리즈 '다중주파'의 대미를 장식하는 바라로프트의 오 감독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공연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봤다.

-공연 제목인 '셀라(Selah)'는 어떤 의미인가요?
"'셀라'는 성경 시편에 나오는 단어예요. 음악 등을 고조시키는 지시어인데요. 저는 공연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을 바로 이런 고양의 지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관객이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감정과 감각을 느끼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이번 공연이 추구하는 본질이고, '셀라'라는 단어가 그 의미를 잘 담아낸다고 생각했습니다."

-트라이보울 공연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신경쓰신 부분이 있나요?
"무대 형태입니다. 트라이보울은 흔히 볼 수 없는 반원형 구조의 무대예요. 관객이 무대를 바라볼 뿐만 아니라 서로의 반응까지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자리 배치라,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차원을 넘어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나누게 됩니다. 저는 유럽에서 원형극장에서 열리는 페스티벌들을 보며, 관객이 무대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국에서도 구현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오래 갖고 있었어요. 이번 무대에서 그 바람을 실현해보려고 합니다."
 
바라로프트 공연 모습. 사진=바라로프트

-동선이나 연출도 달라지겠네요.
"네. 무용수들이 바깥쪽에서 등장해 방사형으로 퍼져 나가기도 하고, 관객 사이에서 움직임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장면은 직사각형 무대에서는 할 수 없는 시도죠. 관객 입장에서는 무대를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공연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음악과 춤이 동시에 만들어진다는 개념이 생소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요?
"일반적으로 무용 공연에서는 음악이 단순한 배경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처음부터 음악과 춤을 동등한 위치에서 출발시킵니다. 음악감독과 함께 곡의 구조를 의논해 길이나 마디 수를 정하고, 그 위에 안무를 얹습니다. 동시에 음악도 춤의 리듬과 동작을 보며 즉석에서 조정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마치 대화하듯 음악과 춤이 서로를 완성시켜 나갑니다."

-사용되는 음악은 어떤 곡들인가요?
"이번 무대에는 베토벤이나 쇼스타코비치 등 고전음악과 동시에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작곡된 현대음악과 전자음악도 쓰입니다. 클래식 음악의 완결성과 구조미에 더해, 현대음악이 가진 실험성과 전자음악이 주는 새로운 질감을 얹어 입체적인 경험을 선사하려는 의도죠."

-이렇듯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전달하려는 건 거창한 개념이나 스토리가 아니라, 음악과 움직임 그 자체에서 오는 생생한 에너지거든요. 관객은 사전 지식이 없어도 음악의 리듬과 춤의 호흡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에 감탄할 수 있고, 그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 됩니다. 저는 예술이 반드시 어려워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바라로프트 공연 모습. 사진=바라로프트

-관객들이 이번 공연을 보고 어떤 메시지를 느끼길 바라시나요?
"그저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했다'라고 느끼셨으면 합니다. 공연 시기가 연말이기도 해서 따뜻하고 의미 있는 기억을 남겨드리고 싶어요. 이번 무대에서만큼은 '행복한 경험' 자체가 가장 큰 메시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트라이보울 공연을 마치고 나면 곧 새해일텐데요. 내년 공연 계획도 있으신가요?
"내년 2월에는 국립극장에서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무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사랑해온 명곡에 새로운 안무를 입혀 다른 해석을 제시하려는 시도죠. 동시에 이번처럼 현대음악과 전자음악을 통한 실험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즉, 전통과 현대라는 두 트랙을 동시에 발전시키며 관객에게 폭넓은 경험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바라로프트의 감독으로서 앞으로의 포부가 있으시다면요.
"지금은 상임 단원이 없어요. 프로젝트 단위로 무용수와 연주자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속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트레이닝이 어려워요. 프로젝트 팀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데요.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파리 오페라극장처럼 오케스트라와 무용단이 상주하는 체제를 꿈꾸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저희가 지향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박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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