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스며든, 예술에 빠져든 ‘해든뮤지움’ [즐기자! 웰니스 인천Ⅱ·(6)]

김희연 2025. 9. 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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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해든카드를 꺼내다

아래로 파고 들어가 땅속에 미술관 조성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특이한 구조 설계
외부 벽면 거울로 처리한 미러가든 압권
‘2013 올해의 건축 베스트7’ 선정되기도


자연과 예술을 동시에 느끼고 싶은 이들이 들러보면 좋을 만한 공간이 인천 강화도에 있다. 산과 숲에 둘러싸여 ‘자연 속 예술공간’이라는 수식어가 딱 맞는 ‘해든뮤지움’(인천 강화군 길상면 장흥로101번길 44)이다. 지난달 20일 찾은 이곳은 주변 나무와 잔디가 며칠 동안 내린 비를 머금어 더 싱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자연과 어우러진 특이한 구조의 건축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해든뮤지움은 2013년 강화도에 개관한 인천 대표 사립미술관이다. 열린 미술관으로서 더 많은 사람이 자연과 어울리고 예술과 소통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박춘순 관장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해든뮤지움은 지난 12년간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요시모토 나라 등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백남준, 장욱진, 이응로, 김환기, 이우환 등 한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방문객들에게 폭넓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자연 속에서 느끼는 건축 예술

해든뮤지움 전시 공간으로 향하는 경사로.


해든뮤지움의 수준 높은 전시를 경험하고자 미술관으로 들어서려면 마치 물이 흐를 것처럼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하는 경사면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다. 그제야 이 미술관은 위로 쌓아 올린 건물이 아니라 아래로 파고 들어가 땅속에 조성한 건물임을 알게 된다. 해든뮤지움 건물은 배대용 건축가가 설계했다. 솟아오르고 자연과 겨루는 건물이 아닌, 낮추고 주변 환경에 순응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건물로 설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

해든뮤지움 전시공간. 유리창 덕분에 자연 채광이 그대로 들어오고 있다.


박 관장은 미술관을 열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자연만큼 훌륭한 작품은 없다’는 생각으로 배 건축가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그래서인지 해든뮤지움에는 자연을 미술관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방문객이 수준 높은 작품을 자연 채광과 함께 감상할 수 있게 일부 벽은 유리창으로 대신하고, 관람 중 언제든 밖으로 나갈 수 있게 출입문도 만들었다. 문을 열고 나간 공간에 커다란 조각 작품을 전시해 하늘과 함께 인증사진을 찍는 ‘포토존’이 된 곳도 있다.

미러정원 내 건물 벽면이 거울 처리가 돼 자연 풍경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


자연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가장 돋보이는 곳은 야외 정원 ‘미러가든’이다. 이 정원은 외부 벽면을 모두 거울로 마감 처리했는데, 하늘과 주변 숲이 거울 벽에 비추면서 더 넓고 개방된 느낌을 준다. 정원 한쪽에는 세계적 조각가 이고르 미토라이의 작품 ‘토르소 디 이카로’(Torso di Ikaro)가 전시돼 있는데, 이 작품이 자연 경관과 함께 거울에 비쳐 마치 두 개인 듯 보이는 모습이 색다르다. 인터넷에 해든뮤지움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사진이 이 작품일 정도로 미러가든은 이 미술관의 상징이기도 하다.

해든뮤지움 미러정원에 세계적인 조각가인 이고르 미토라이의 작품 ‘토르소 디 이카로’(Torso di Ikaro)가 전시돼 있다.


이처럼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자연 속 예술공간을 창출해 낸 해든뮤지움은 ‘주변 자연을 닮은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건축가협회가 주관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2013년 올해의 건축 베스트 7’에 선정되기도 했다.

4월부터 현대미술 거장들의 공명전 한창
마르크 샤갈·프랜시스 베이컨 작품 전시
국내 신진·유망작가 양성 지원에도 온힘

■ 미술 작품으로 나누는 공감과 치유
해든뮤지움 전시공간에 마련된 출입문 외부에 전시된 조각품.


해든뮤지움은 지난 4월부터 특별기획전 ‘현대미술 거장들의 공명전(展)’을 열고 있다. 마르크 샤갈, 프랜시스 베이컨, 페르난도 보테로 등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현대미술 흐름을 주도한 거장들의 명작을 망라한 전시회다. 전시 기간은 이달 28일까지다. 박 관장은 더 많은 사람이 현대미술에 한 걸음 다가서서 거장들이 작품으로 전하는 메시지를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해든뮤지움은 유명 작가들뿐 아니라 한국 신진 작가 또는 유망 작가 양성과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2021년부터는 자체적으로 작가들을 선정해 기획 전시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아직 주목받지 않았거나 자신의 작업의 방향을 견고하게 다지는 과정에 있는 젊은 작가들이다. 매년 열리는 ‘신진 작가 릴레이 전시회’를 비롯해 해든뮤지움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한 전시회 ‘별이 뜨다’도 작가 10명이 대중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미술 관련 교육 등이 진행되는 강의실. 25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박 관장은 올해 말에는 강화도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중심으로 한 인천지역 작가 전시회도 구상하고 있다. 지역 작가들이 의외로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인천시민과 소통할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전시회 제목과 내부 구성까지 밑그림을 다 그려둔 상태로, 전시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작가들을 섭외하고 있는 단계다. 이 전시회가 열린다면 인천시민이 지역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가까이서 향유하는 것은 물론, 지역 작가의 활동 범위도 넓히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 등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시크릿가든.


해든뮤지움 관람료에는 미술관 모든 공간과 작품을 즐기는 것은 물론, 내부 카페에서 제공하는 음료 가격이 포함돼 있다. 미러가든과 시크릿가든을 비롯한 야외 정원에 조각상 등 작품이 전시돼 있다 보니 아이들이 잔디에서 뛰어놀아도 되는지 우려하는 가족들도 더러 있는데, 박 관장은 얼마든지 뛰놀며 자유롭게 즐기고 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미술관은 접근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누구나 편하게 오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 관장은 “때가 되면 ‘지금은 어떤 기획전을 하냐’고 문의하고 주기적으로 미술관을 찾는 분들도 많다. 그럴 때면 열심히 전시를 기획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기도 한다”며 “앞으로도 인천시민과 방문객들을 위해 알찬 기획전과 미술 관련 교육을 꾸준히 마련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해든뮤지움을 찾은 사람들이 전시된 작품을 보면서도 정원을 거닐면서도, 자연과 예술로 정신적인 치유를 얻고 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무료 음료를 제공하는 카페 공간.



/김희연 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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