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손님 없어 음식준비 안해"…개강 특수 사라진 대학가

임지섭 기자 2025. 9. 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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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조선대 2학기 시작 불구
점심 시간 주요 먹자골목 ‘한산’
상권 곳곳 임대 현수막 내걸려
수천만원 권리금 포기 업주 속출
"젊은 세대 소비 문화 달라진 탓"
1일 정오께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 일대. 2학기 개강 첫날 점심 시간인데도 이른바 '먹자 골목'은 한산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개강한지도 몰랐어요, 정말 사람이 없네요."

1일 정오께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 일대. 2학기 개강 첫날 점심 시간인데도 이른바 '먹자 골목'은 한산했다. 오르막길 앞 상권 초입은 비교적 손님이 붐볐지만, 언덕을 넘어서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임대 현수막을 내건 빈 점포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고, 이 중엔 '권리금 없음'이라는 절박한 문구가 적혀 있기도 했다. 통상 전남대 상권 권리금은 5천만원~1억원까지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꽈배기·고로케 집을 연 구모씨(40대·여)는 최근 음식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몰릴 것을 예상해 빵과 튀김을 구워놨다가 다 팔지 못해 버리는 일이 잦아서다. 그는 "거리를 보면 '와, 진짜 사람이 없다'는 생각만 든다"며 "가게를 옮기고 싶어도 수익이 없으니 월 임대료 내기도 벅차다"고 했다.

이에 전남대 2학년 최 모씨(23·여)는 "학교 앞 가게는 비싸고 뻔하다. 차라리 학식이나 배달을 시켜 먹는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강 초 동아리·학과 회식으로 술 자리가 잦아져 얻는 '저녁 특수'도 옛말이다. 동구 동명동을 비롯 첨단지구 등 외부 상권이 젊은층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라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한 주점 상인은 "유명 술집 2~3군데를 제외하곤 개강 주에만 반짝하고 곧바로 매출이 꺾인다"고 토로했다.

이날 조선대학교 인근도 사정은 비슷했다. 전남대보다는 많았지만, 미술대학 건물 진입로 인근만 학생들이 붐빌 뿐 골목 깊이 들어설수록 한산했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B씨는 "권리금을 포기하고라도 나가겠다는 가게가 체감상 2~3배는 늘었다"라며 "코로나19 이후 배달 중심 소규모 매장은 여건이 괜찮지만, 이외에는 인건비와 임대료에 허덕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대학 상권이 쇠락하고 임대·매매 거래가 줄어들며 부동산 업자들도 울상이다.

전남대 일대 10년 업력의 공인중개사 강 모씨(50대)도 폐업을 고민 중이다. 점주들에게 상권 분석·자문을 제공하던 그였지만, 상담 건수 감소와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성행으로 일감이 크게 줄었다. 그는 "오랫동안 대학 상권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업주들만이 제공할 수 있는 상담이 있는데, 이젠 부동산 업계도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은 젊은 세대의 소비 문화가 변해서라는 분석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은 단순히 학교 앞 가게를 가는 전통적 소비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소비'를 원하고, SNS에 공유하며 인정받는 과정 자체가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짚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밥집·카페 중심의 단순 상업 공간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며 "대규모 공연이나 전시가 가능한 문화복합 카페, 참여형 메이커스페이스(창작·체험 공간) 등이 들어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남대 중대형 상가(3층 이상 or 연면적 330㎡) 공실률은 37.11%에 달했다. 광주 지역 공실률 17.6%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소규모는 19.72%였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