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은 한복, 다른 쪽은 상복… 첫날부터 두 동강 난 '반쪽 국회'

김도형 2025. 9. 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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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장, 드레스코드로 한복 제안… 국민의힘은 상복
5부 요인 사전 환담에 여야 지도부 각각 불참하기도
우 의장 "지선 때 개헌… 한반도 평화결의안 채택도"
권성동 체포동의안… 9일 본회의 보고 10일 표결 전망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여야 의원들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한쪽은 한복, 또 다른 한쪽은 상복.

1일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의 옷차림은 가파르게 치닫는 대치 정국만큼이나 극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 다수는 한복을 차려 입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은색 정장에 '근조' 리본을 달고 등장했다. 여당의 입법 독주에 의회 민주주의가 죽었다며 상복을 드레스코드로 설정한 것이다. 삼삼오오 즐겁게 기념촬영을 하며 고무된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회식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개혁 입법과 예산 등 곳곳의 지뢰밭이 펼쳐질 정기국회 첫날부터 여야는 앞으로의 극한 대립을 예고하듯 '반쪽 국회'로 시작됐다.

여야의 신경전은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고조됐다. 통상 정기국회가 열리면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지도부 및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이 사전 환담을 나누는데,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 자리에 불참한 것이다. 두 사람은 대표 취임 이후 공식적으로 대면하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내란 동조 세력'으로 규정짓고 악수는커녕 마주 앉기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사전 환담 불참도 야당 보이콧 기조의 연장선이었다. 정 대표는 취재진을 만나 "저 사람들이 사과도 안 하는데 웃으면서 대화를 해야 되느냐"며 "(국민의힘이) 사과 안 하냐, 반성 안 하냐고 해야지, 왜 협치를 안 하느냐만 얘기하나"라고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민주당은 이날 당 대표실 복도에 '노상원 수첩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등이 적힌 패널을 새로 부착했는데 장 대표 얼굴이 '친윤 어게인'이라는 문구와 함께 프린트된 패널도 등장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한 '내란 프레임' 공세 수위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개회식에서 여당 의원들은 한복, 야당(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정 양복에 '근조 의회민주주의' 리본을 착용해 상반된 드레스코드를 보이며 헌정사 처음으로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고영권 기자

장외설전도 험악했다. '의회민주주의'라 적힌 근조 리본에 대해 국민의힘은 "의회 정치를 말살시키는 이재명 정권의 독재에 맞서는 심기일전 차원"(송언석 원내대표)이라고 경고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우리 국회에) 대화와 타협이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상사(喪事)가 발생한 줄 몰랐다", "부고를 내주시면 조문하고 슬픔을 함께 나누겠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라고 맞받았다.


우 의장 "평화가 밥이고 국익… 10월이면 개헌 여건"

우원식 국회의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29회 국회(정기회) 개회식 직후 열린 1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양측의 기싸움은 정기국회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3대(김건희·내란·채상병) 특검법 개정안은 물론이고 3대(검찰·언론·사법) 개혁,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 인사청문회, 예산까지 정기국회 시작부터 끝까지 여야의 극한 대립은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 시작부터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될 전망이라, 여야 간 신경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날 국회에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여권이 다수 의석이라 국민의힘 자력으론 체포동의안 표결을 막을 수 없는 구조다. 권 의원도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권 의원 체포동의안은 9일 본회의에 보고된 뒤 10일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한반도 평화 결의안' 채택을 제안했다. 우 의장은 "'적어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반대한다', '군사적 긴장을 줄여야 한다', '이산가족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는 협력하자', '대화를 재개한다' 정도는 여야 모두 뜻을 같이 해야 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이제부터다. 평화가 밥이고, 평화가 국익"이라고 했다.

아울러 개헌 로드맵 마련 필요성도 강조했다. 우 의장은 "내년 지방선거일을 1차 (투표) 시한으로 제안한다. 10월이면 개헌을 논의할 충분한 여건이 될 것"이라며 "늦어도 10월 초엔 개헌특위 구성 결의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했다. 위헌 판단을 받은 국민투표법도 이번 회기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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