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과 공봉숙의 하극상, 어떻게 다른가? [권태호 칼럼]


권태호 | 논설위원실장
지난 금요일(8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검찰개혁의 쟁점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공청회가 열렸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황운하·박은정(이상 조국혁신당) 의원이 함께했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임 검사장은 발언에 앞서 “검찰 동료들에게 생채기를 내는 것 같아서 고민하면서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법무부 소속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방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하는 형태이긴 했으나, “(법무부) 첫 인사는 참사 수준”이라며 “봉욱 민정수석, 이진수 법무부 차관, 성상헌 검찰국장, 노만석 대검찰청 차장, 김수홍 검찰과장 등은 ‘검찰 개혁 5적’”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날,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임 검사장을 직격하는 글을 올렸다. “임 검사장님은 검사 생활 20여년 동안 보완수사를 안 해봤나”라며, 자신이 보완수사를 통해 사건을 제대로 해결한 것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못된 검찰 혼내주어야 한다, 이 기회에 없애버려야 한다는 것만 생각하지 마시고, 검찰이 실제 하는 기능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보완수사권 존치를 강변했다.
임은정(1974년생, 사법연수원 30기)의 행동은 과한 측면이 있다.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찰에 장악됐다”고 했다. 인신공격이다. ‘오죽하면’이라고 할 순 있겠으나, 이처럼 내용이 아닌 사람을 공격하면, 토론이 힘들어진다. 하급자가 상급자를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할 때는 2가지 중 하나다. 하나는 ‘그렇게 해도 아무런 후환이 없을 때’다. 이런 건 용기가 아니다. 두번째는, ‘나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일 때’다. 이건 신념이다. 대개 본인은 두번째라 생각하고, 남들은 첫번째라고 본다. 임은정은 두번째라고 인정받을 만하다.
사람은 ‘과거’로 ‘현재’를 평가받는다. 임은정은 2012년, 고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장의 반공법 위반 사건(1961년) 재심 공판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는 구형 의견을 내라’고 지시한 부장검사의 뜻을 거스르고, 법정 문을 걸어 잠근 채 무죄를 구형했다. 박근혜 정부 이후, 줄곧 검찰의 ‘내부 고발자’로 활동했다. 여러번 징계 대상이 됐고,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공봉숙(1975년생, 32기)은 주로 여성·아동범죄, 마약 등의 사건을 담당해 왔다. 직업적 자부심과 책임감이 강한 검사로 보인다. “인지부서(직접수사)에서는 한번도 근무해보지 못했지만, 수도 없이 날을 새우며 기록을 검토하고 공소장과 불기소장을 쓰고 보완수사를 했다”고 했다.
그가 2023년 여주지청장으로 있을 때, 윤석열 대통령 처가의 양평·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해 시민단체가 최은순·김건희·윤석열·김선교 등을 고발했다. 여주지청은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송했다. 그가 여주지청을 떠날 때까지 이 사건을 얼마나 ‘보완수사’ 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아무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었다. ‘출장 조사’ 이후인 10월16일, 박승환 1차장, 공봉숙 2차장, 이성식 3차장 등이 참석한 ‘레드팀’ 회의를 열었다고 서울중앙지검이 밝혔다. 다음날, 중앙지검은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공봉숙이 하루 전날 ‘레드팀’으로 어떤 지적을 했는지 알 수 없다. 한달 뒤 민주당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소추안을 추진하자, 공봉숙 등 이들 차장 3명은 이프로스에 “탄핵 권한의 무분별한 남발”이라고 비판했다.
임은정은 줄곧 ‘내부 고발자’로 내부를 향해 쓴소리를, 공봉숙은 ‘내부 수호자’로 외부를 향해 쓴소리를 뱉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차이는 검찰개혁에 대한 판단 주체다. 임은정은 토론회에서 “시민들이 원했던 검찰개혁인가”, “시민들이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봉숙은 “일반 시민들은 보완수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 “검사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말”이라고 했다. 임은정은 ‘시민’의 판단을, 공봉숙은 ‘검사’의 판단을 믿는다.
중수청을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중 어디에 두느냐는 절대적 진리의 문제가 아니다. 공봉숙은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가져야 하는 이유로 “(범죄사건) 피해자 보호”를 들었다. 이창수 지검장 탄핵 때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갈 것”이라 했다. 협박처럼 들리기는 하나, 진심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공봉숙 뒤에서 웃고 있는 자는 없는가. ‘김학의 무죄’, ‘검사 룸살롱 100만원 쪼개기’ 수사 등 여전히 ‘신성가족’으로 남고 싶은 욕망을 ‘국민’이란 방패 뒤에 숨기고 있는 건 아닌가. 검찰은 먼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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