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공약 이행하려면 … 공공기관 부채 4년뒤 127조 불어나
에너지고속道·임대주택 확대
대규모 지출 계획 줄줄이
부채비율 개선 공언했지만
정부 빚 합치면 4년후 2636조
공공기관 중대재해 발생시
기관장 해임 근거도 법제화

에너지고속도로 구축과 공공주택 매입 확대 등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공기관 자금 수백조 원이 투입된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부채는 2029년까지 127조원 늘어날 전망이다.
1일 기획재정부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올해 8번째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5~2029년 공공기관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공공기관 부채는 올해 720조2000억원에서 2029년 847조8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고속도로, 공공주택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부채가 103조원, 에너지 분야 부채가 19조2000억원 늘어난다. 이에 따라 정부부채와 공공기관 부채의 합은 지난해 1868조1000억원에서 2029년에는 2636조7000억원까지 불어나게 된다. 공공기관 부채는 사실상 '정부 보증'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생산성 향상, 사업 우선순위 조정 등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건전화와 투자 확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공기관 재무관리 청사진은 국정 과제 추진을 위한 공공기관 투자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회복한다는 그림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공공기관 재무 악화의 주된 요인이었던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상황을 개선하고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공요금 정상화 등 근본적인 재무 개선 대책이 포함되지 않은 만큼 정부의 전망이 과도한 낙관론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35개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가 127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주택 공급 확대, 한전의 전력망 확충, 발전 공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같은 새 정부의 색채가 깃든 정책에 투자를 늘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부채 증대에도 자본 대비 부채를 뜻하는 부채비율은 오히려 10%포인트 이상 완화된다고 전망했다. 올해 202.2%인 공공기관 부채비율이 4년 뒤엔 190.1%까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런 전망에는 공기업 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무상태가 큰 폭으로 개선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관련 기업들 부채비율이 올해 511.9%에서 2029년 327.8%로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전·가스공사 등은 국제유가가 올해 안정세를 찾은 뒤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며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의 전망치는 전기요금, 가스요금을 5년간 한 차례도 올리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추산됐다.
반면 이 같은 정부 전망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반박이 많다. 공기업 상황을 악화시켰던 정치적 논리에 의한 공공요금 동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투자까지 이뤄지기 때문이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에너지 고속도로, 재생에너지 확충, RE100 산업단지 모두 마른 땅에 물을 붓듯이 투자를 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이 같은 정책과 동시에 유가 안정성만으로 에너지 공기업들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건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꼬집었다. 또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전력 구입비 증가,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감안하면 한전은 요금 인상 압박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낙관적이라는 점은 과거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2020년 당시 기재부는 중장기 전망에서 2024년 공공기관 부채비율을 171.4% 수준으로 봤다. 그러나 실제 지난해 부채비율은 203.5%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현실과 크게 어긋난 것이다. 이에 유 교수는 "가스공사는 요금을 올리지 않고서는 부채와 연관이 있는 미수금이 해결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비슷한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선 공공기관 안전경영 강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정부는 중대재해 발생 시 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기관장의 책임을 경영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 0.5점에 불과한 산재예방 배점은 대폭 상향된다. 안전 일터 조성 성과에 가점을 주는 지표도 신설된다. 공시와 현장 관리도 강화된다. 산재사망자 공시는 연 1회에서 분기별로 확대되고, 중대재해 부상자 공시가 도입된다.
[류영욱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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