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1990년 발매된 김목경의 1집 'Old Fashioned Man'에 처음 실렸다. 영국 런던으로 블루스공부를 위해 떠났던 1980년대 중반, 그가 살던 2층 집 창문을 통해 마치 '오래된 풍경화'처럼 보이던 옆집 영국 노부부의 단조로운 일상이 그 배경이 되었다.
그의 설명을 더 들어 보자. "런던에 머물던 때였지요. 건너편 집에 노부부가 살고 계셨는데 아들이 손자를 데리고 저녁을 먹으러 왔다가 되돌아가곤 했어요. 아들을 배웅하고 노부부가 손잡고 현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늘 인상적이었어요. 당시 유학 5년차였는데 향수병에 걸려 있었거든요."
중2 때 음악을 전공하던 누나가 사온 클래식 기타가 김목경의 음악입문 계기, 미술을 전공하던 김민기의 음악입문 장면과 묘하게 중첩된다. 그 시절은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로 대변되던 청년시대, 포크음악이 주류였다.
고교시절 청계천의 해적판으로 비비킹, 알버트 킹, 브래드 킹과 같은 흑인 블루스 뮤지션의 음악을 접하면서 블루스음악에 빠져 든다. 군악대 제대 후 1984년에 런던 커머셜아트에 입학 낮에는 디자인 공부, 밤에는 로컬바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1989년 12월 귀국, 이듬해 국내에서 1집 앨범을 낸 이후 2008년에는 'Blues'란 타이틀로 6집을 발표한다.
김목경은 2003년 세계 3대 음악 축제중 하나인 미국 멤피스 '빌 스트리트 뮤직 페스티벌', 2006년엔 일본 '큐슈 블루스 페스티벌'과 노르웨이의 '브라그도야 블루스 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음악축제에 초청을 받아 엔딩 무대에 설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지금은 자타가 공히 인정하는 '한국 블루스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김광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990년대 초 어느 날, 마포대교를 건너는 버스 안에서 어떤 노래가 흘러 나왔다. 가사가 너무 절절해서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 노래가 바로 김목경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였다.
그날 이후 인연이 된 김목경과는 자주 만나 술 마시며 어울렸다. 실제로 김목경은 2집 앨범 발표에 필요한 돈을 김광석에게 빌리기도 했다. 그때 빌린 돈은 후에 김광석 앨범에 이 노래가 실릴 때 곡(曲)값으로 퉁친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인생의 서른 고비를 넘기고 김광석이 음악을 시작한지도 벌써 10년이 훨씬 지난 95년 3월 어느 날, 발매 예정이던 "다시부르기" 2집에 이 노래를 담기로 한다.
다시 김광석의 녹음과정에 관한 변을 들어보자. "녹음 당일 '막내아들 대학시험'이라는 대목에서 계속 울음이 터져나와 녹음을 진행할 수 없었다. 결국 족발에 소주를 몇 잔 마시고 나서 녹음을 마쳤다. 음주녹음에 대한 단속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녹음 상태가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내기로 했다." 음주녹음은 김목경과 함께 였다. 실제로 김광석은 1964년 대구에서 3남2녀중 막내로 태어나 명지대에 입학했다.
사실 김목경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정통 블루스가 아닌 블루스의 영향을 받은 컨트리풍의 대중가요에 가깝다. 그것도 전형적인 노년의 영국가정 풍경에 당시 향수병에 빠져 있던 한국청년의 격변기 성장기를 접목함으로써 동서양의 문화가 묘하게 중첩되어 탄생한 노래이다. 거기에 절절하고 칼칼한 김광석의 목소리가 절묘하게 입혀져 우리들 감성에 파고 들었던 것, 김목경의 노래가 김광석의 노래로 변신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녹음과정의 통곡과 소주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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