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줄폐점 예고 홈플러스 “콜라도 수건도 PB”…브랜드 ‘돌려막기’도

김수연 2025. 9. 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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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로 채워졌던 매대도, 비비고·종가 김치가 가득했던 매대도 모두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대체됐다. 또 한켠에는 PB 생수제품이 층층이 쌓여있다. 먹는 것뿐 아니라 수건, 샤워타월 등 생활용품도. 그곳은 한마디로 ‘PB 바다’였다.

올해 3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지 반년이 지난 홈플러스의 현주소다.

1일 찾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강서점은 주요 품목 매대의 상당 부분이 PB 상품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폐점 예정 지점이 아닌, 매출 상위 지점인데도 제조사 브랜드(NB) 제품은 듬성듬성 진열돼 있었고, 그 공백을 홈플러스 PB인 ‘심플러스’ 제품이 메우고 있었다.

매장에서 제품을 진열하던 한 직원은 “제조사 브랜드 제품이 안 들어 오는 건 아닌데, 기업회생에 들어간 이후 대금 문제도 있다 보니 예전만큼 잘 안 들어온다”면서 “그러다 보니 심플러스 물건으로 채우게 됐고, 이런 상황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돌입과 함께 올초 발생한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낳은 불안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납품업체들이 홈플러스에 대는 물량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들어가기 전에는 물건을 넉넉히 공급했었다”며 “하지만 대금 정산 지연과 납품 중단 사태를 겪은 후로는 실제 판매되는 수량을 납품 때마다 확인하고, 실제 판매량보다 조금 모자랄 정도로 물량을 조절해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플러스 제품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PB 상품을 강화하는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PB 상품을 리브랜딩하고 강화하는 중”이라며 “PB 품목을 늘리고 있어 매장에서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회생에 들어간 이후, 협력사로부터 납품되는 물량 자체는 줄었지만, 당장 공급에 큰 이슈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유업, 빙그레, 오뚜기,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등이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바 있다.

또다른 매출 상위 매장인 홈플러스 의정부점에선 ‘브랜드 돌려막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가 철수한 자리를 가까이에 있는 다른 브랜드 제품으로 메우는 식이다.

실제로 의정부점 3층에 입점했던 이랜드글로벌의 캐주얼 주니어 브랜드 ‘유솔’이 철수했는데, 간판도 떼지 않은 채, 옆에 있던 ‘에스핏’(아동복) 매장에서 제품을 가져와 팔고 있었다.

같은 층 유아동복 매장인 ‘토들앤키들’도 철수했다. 이 공간에선 프로월드컵 제품으로 급하게 채워 공백을 메우고 있었다.

이날 의정부점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요즘 홈플러스에 오면 매장 공간이나 제품 구성이 확실히 예전같지 않은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철수한 매장이 정리도 안 됐는데 그 자리에 다른 브랜드 제품을 좌판 깔고 팔듯 운영하는 모습에 ‘많이 망가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홈플러스가 10여개 지점의 순차 폐점을 앞둔 만큼, PB 상품으로 NB 상품의 공백을 메우고, 브랜드가 빠져나간 자리를 타 브랜드 제품으로 ‘땜빵’하는 운영 방식이 다른 지점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홈플러스는 오는 11월 수원 원천·대구 동촌·부산 장림·울산 북구·인천 계산 등 5개점을 폐점한다. 또 내년 5월까지 10개점의 문을 순차적으로 닫을 예정이다. 올해 3월 회생 절차 개시 이후 임대 점포 68개의 임대주를 상대로 진행한 임대료 인하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임대료 조정이 결렬된 15개 지점과 별개로 대구 내당점, 안산선부점 등 앞서 폐점이 결정된 9개점도 문을 닫고 있다. 홈플러스 대형마트는 작년 말 126개에서 123개로, 익스프레스(슈퍼마켓)는 308개에서 300개로 줄어든 상태다.

(왼쪽부터)경기도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PB 브랜드인 심플러스 타월 제품을 담은 박스가 쌓여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탄산음료 매대에 진열된 심플러스 제품과 홈플러스 의정부점 토들앤키들 매장에서 프로월드컵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왼쪽부터)경기도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PB 브랜드인 심플러스 타월 제품을 담은 박스가 쌓여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탄산음료 매대에 진열된 심플러스 제품과 홈플러스 의정부점 토들앤키들 매장에서 프로월드컵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왼쪽부터)경기도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PB 브랜드인 심플러스 타월 제품을 담은 박스가 쌓여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탄산음료 매대에 진열된 심플러스 제품과 홈플러스 의정부점 토들앤키들 매장에서 프로월드컵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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