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 찍고 미국으로? VS “이번에 아닐수도”…북한의 진짜 속내는?

중국이 오는 3일 수도 베이징에서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열병식을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 자리에 참석합니다.
김 위원장이 다자 외교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주 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북미 접촉 공간이 열리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의 방중이란 분석과, 북미 접촉과는 관계없는 방중이란 분석이 동시에 나옵니다.
북한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요?

■ 2018~2019년 땐 중국 찍고 미국으로…북미 접촉 전 전략 논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찾았습니다. 2018년 3월 25일 처음으로 중국을 찾아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2018년 5월 7일에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주석을 또 한 번 만나고, 2018년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을 싱가포르에서 만났습니다.
중국을 뒷배로 두고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됐습니다. '중국 변수'를 의도적으로 끌어들여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한 셈입니다.
중국 입장에선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과시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중국을 세 번째로 찾아 2018년 6월 19~20일 시진핑 주석과 또 회담을 하며 싱가포르 북미 회담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1월 7일 네 번째로 베이징을 찾아 하노이 회담 준비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과 전략을 논의했습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이른바 '노딜'로 끝난 뒤 2019년 6월 20일 이번엔 시진핑 주석이 북한 평양을 찾았습니다. 국빈으로 방문해 5차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시진핑 주석의 첫 방북으로, 하노이 노딜 이후 고립된 북한이 중국과의 밀착을 과시하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게, 앞으로 있을 북미 정상회담을 대비해 전략적으로 중국을 먼저 만나는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 조현 외교부 장관 "반대 방향 가능성도 대비해야"
어제(8월 31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관련 질문에 "외교는 항상 현실에 기반을 둬야 하므로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저희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하겠지만, 반대 방향으로 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방중의 성격을 '북미 회담 사전 준비'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그런 논의도 없진 않겠지만, 그게 주요 목적은 아니라는 겁니다.
조성렬 경남대 초빙교수는 " 2018년에 북미 회담에 앞서 북·중 회담을 한 거라기보다는 당시에 남북 정상회담하고 그다음에 북미 정상회담이 약속되자 중국이 압력을 가해 먼저 북·중 회담이 이루어졌다고 봐야 한다"며 "이번에 북·중 정상회담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북미로 이어진다고 보는 건 성급한 판단"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성렬 교수는 "북한은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이른바 사회주의 외교를 완성하려고 하는 게 가장 기본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도 "(북미 논의 대비의) 측면이 없진 않겠지만, 2018년과는 국제 정세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더 강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북한, '안러경중' 꾀하나…북한의 속내는?
북한이 러시아와는 안보를, 중국과는 경제 협력을 도모하는, 이른바 '안러경중'을 꾀하는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조성렬 교수는 "안보는 러시아로부터 보장을 받고 경제적 이익은 결국 중국으로부터 얻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용환 부원장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나면 결국에는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거고, 특히 원산 갈마 관광단지를 운영하려면 중국 관광객이 결정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으로 가는 흐름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전략적 가치가 감소한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며 "최악으로 치달았던 북·중 관계 회복이 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인 혜택은 원유와 식량, 비료 정도"라며 "북한이 진짜 필요로 하는 투자나 시장을 러시아가 제공해 줄 수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교수는 "러시아를 끌어당긴 것은 어떻게 보면 중국을 끌어당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 '북·중·러 3자 회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이번 열병식에서는 시진핑 주석을 가운데 두고 양옆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서는 모습이 연출될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북·중·러 삼각 연대'의 신냉전 구도가 더 공고화되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옵니다.
하지만 열병식 이외에, 북·중·러 3자의 별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원곤 교수는 "중국이 북·중·러의 구도를 원치 않는다"며 "북·중·러의 삼각 구도로 매겨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마도 중국의 입장에서는 삼갈 가능성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승절에 어떤 모습이 드러나느냐가 앞으로의 그런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최용환 부원장도 "중국 입장에서 생각하면 사실 이 행사의 주인공은 시진핑이어야 한다"며 "북·중·러가 모이면 초점이 김정은으로 확 분산되어 버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열병식에서 나란히 서는 모습과 3자 회담은 성격이 다르다는 겁니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방미와 한일·한미 정상회담으로 '한미일' 협력 구도가 더 공고화된 상황에서 중국 입장에선 북한을 끌어들여 맞대응하려는 의도는 분명히 있지만, '북·중·러' 3각 구도를 굳히는 건 피할 거라는 분석인데, 실제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 북한과 미국의 협상 가능성은?…"트럼프 시기 놓치지 않을 것"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과는 크게 관계없이 중국을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북한과 미국의 접촉 가능성이 없다고 보긴 힘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용환 부원장은 "김정은 입장에서는 '트럼프 시기'를 날려버리기보다는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만큼 북한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미국 대통령이 다시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란 뜻입니다.
비핵화 협상을 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미국과의 만남 자체까지 선을 그은 건 아니란 분석입니다.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가 만나기엔 시간이 촉박한 측면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에 비춰보면,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은 깜짝 만남은 가능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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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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