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급한 불부터”…상반기 10대기업 타법인 출자 절반이 ‘자회사 수혈’

박혜원 2025. 9. 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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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캐즘 여파 등으로 신사업 투자 제한적
현대차 모셔널, SK시그넷 등 에 수천억 지분 출자
불황에도 AI에 투자 몰려…AI 로봇에 1조 투입한 삼성
“대미 투자 압박에 상법 개정까지 내우외환” 재계 호소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올해 상반기 대기업 그룹들의 타법인 출자 중 절반은 ‘적자’ 자회사에 대한 자금 수혈 용도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가 이어지면서 과거 설립하거나 투자한 전기차 관련 회사에 대규모로 자금을 지원한 사례가 많았다. 재계에선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나 상법 개정안 등 대내외 변수가 겹쳐 투자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호소가 나온다.

상반기 타법인 출자 17곳…이중 9곳은 ‘마이너스’ 실적
[자료=각 사 보고서]

1일 헤럴드경제가 각 사 보고서를 통해 국내 10대 그룹(삼성전자·SK·현대차·LG·롯데·포스코·한화·HD현대, 농협 제외)의 100억원 이상 타법인 출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올해 17개 법인에 3조577억원 규모로 지분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중 절반(9개)은 적자 상태인 자회사에 자금을 수혈한 사례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규모가 컸던 그룹 순서대로 투자 법인 수와 투자 금액을 보면 ▷현대차 6곳(4480억원) ▷LG 3곳(4165억원) ▷포스코 2곳(2265억원) ▷롯데 1곳(1680억원) ▷SK 2곳(1667억원( ▷삼성전자 1곳(1241억원)이었다.

기업들, 일단 자회사 살리기 접중

다만 이들 기업이 투자한 법인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이 적자 상태인 자회사였다. 2020년대 초반 전기차를 신성장 사업으로 삼아 투자했으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경우다. 기업들은 올 들어 신사업 진출보다 자회사 살리기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올해 3160억원을 투입한 법인 모셔널(Motional)은 미국의 자동차 기술기업 앱티브와 설립한 자율주행 기업이다. 완전자율주행기술 등을 기반으로 로봇택시 사업 등에 진출했으나 올해 상반기 5889억원 적자를 포함, 누적 적자가 2조원 가량 쌓인 상태다. 포스코는 상반기 122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전기차용 배터리용 리튬생산법인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에 1640억원을 투자했다.

이밖에 SK는 2021년 인수한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SK시그넷(상반기 적자 2465억원)에 1150억원을,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소재 이차전지용 니켈제련공장(상반기 적자 6억4000만원)에 626억원을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에게 신사업에 투자할 여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석화·가전·바이오에도 1000억대 자금 수혈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전기차 분야 외에도 업황이 부진한 사업에 대규모 자금이 수혈된 사례가 많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낸 삼성SDI에 유상증자로 3700억원을 출자했다. LG는 올해 상반기 341억원의 적자가 쌓인 LG화학에 1500억원을 투입했다. 1000억원 규모 지분을 취득한 LG전자의 경우 상반기 순이익 1조원을 넘겼지만, 주력 사업인 TV 수요가 위축되며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반토막나며 ‘어닝쇼크’를 기록한 상태다.

롯데와 HD현대는 적자 상태인 바이오 자회사 롯데바이오로직스, 메디플러스솔루션에 각각 1680억원, 182억원을 지원했다.

투자위축에도 AI 투자는 지속

투자 환경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집중한 분야는 AI였다. 삼성전자는 AI로봇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올해 1조2417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14.8%에서 35.0%로 확대했다. LG는 AI 기반 바이오 자회사 카토그래피 바이오사이언스(Cartography Biosciences)에 1665억원을 투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 설립한 AI 연구개발 법인 코모 차이나(CoMOChina)에 172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다만 앞으로도 기업들에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으로 대규모 대미 투자가 불가피한 데다, 국내에서도 최근 상법 개정안 등으로 투자 환경이 더욱 열악해졌다는 게 재계 호소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1차 상법 개정안은 회사가 회사 자체의 이익과 함께 주주의 이익까지 보호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AI에 집중하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로드맵을 짜고 진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관세 협상 향방도 알 수 없는데다 주주 반발까지 고려해야해 내우외환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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