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청년 120만명인데···‘정신질환자는 입주 말라’는 대학생 공공주택

우혜림 기자 2025. 9. 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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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서약서 ‘입주제한’ 항목에 ‘정신질환자’ 포함
시민들 “정신질환자를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어”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나라키움 대학생주택’ 정신질환자 입주 제한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대학생 공공주택이 정신질환자의 입주를 제한해 시민단체 등이 비판에 나섰다.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마포센터) 등 13개 단체는 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나라키움 대학생주택’의 입주 규정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 정책 입주서약서에 정신질환자의 입주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조항이 있어 정신질환 당사자들의 주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나라키움 대학생주택은 기획재정부가 주관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건축·관리하는 기숙사형 주택이다. 서울·경기·인천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거나 다닐 예정인 대학생 등이 입주할 수 있는데 경제적 취약계층을 우선 선발한다. 현재 서울시 마포구와 성동구에 각 1동씩 총 73호실이 운영되고 있다.

이 주택의 입주서약서(제6조)를 보면 입주제한 대상으로 법정 전염병 보균자 등과 함께 ‘정신질환자(우울증)’가 명시돼 있다. 입주제한 대상자가 이미 입주한 경우 퇴실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도 적혀 있다. 모집공고에는 이 조항이 붉은색으로 굵게 표시돼 있다.

나라키움 대학생주택 모집공고에 ‘입주제한’ 설명이 적혀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제공

마포센터 등은 이 조항이 “정신질환자를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는 차별”이라고 말했다. 이광호 정신질환 청년 지원 단체 ‘펭귄의날갯짓’ 공동대표는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입주를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배제”라며 “만약 정신질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면 그 구체적 사건에 한해서 조치를 취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파도손 대표는 “차별과 혐오를 없애는 데 앞서야 할 정부와 공공기관이 정신질환 당사자들에 무지하고 무관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공공주택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곳이고 취약계층일수록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기록이 있는 30대 이하 청년은 120만명이 넘었다. 이들의 정신질환 치료비도 같은 해 약 7590억 5900만원이었다. 강정욱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활동가는 “대학생 때 심한 우울증을 앓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어 통장 잔고가 0원이었는데 월세 등 주거 불안을 오롯이 감당해야 했다”며 “우울과 불안을 겪는 학생들이야말로 안정적 주거와 주변의 지지가 필요한데 오히려 이들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마포센터 등은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조항을 삭제하도록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안전과 보안을 중시하다 보니 이런 조항이 들어간 것 같다”며 “앞으로 추가 모집을 할 때 이 조항을 개선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나라키움 대학생주택’ 정신질환자 입주 제한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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