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다 ‘청심’? 당정 ‘주도권 전쟁’ 벌써 막 올랐나

변문우 기자 2025. 9. 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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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호 민주당, 검찰개혁 비롯한 각종 입법 과제서 ‘속도전’
용산은 ‘신중론’ 촉구…“李대통령, 교통정리로 혼선 줄여야” 지적도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이 이전만큼 제대로 통하지 않는 느낌이다. 여권에 너무 사공이 많아졌는데 교통정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일각에선 명심(明心·이재명 대통령 의중)보다 청심(淸心·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의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더불어민주당의 한 지도부 관계자)

이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의 말처럼 지금 당정을 비롯한 여권은 검찰개혁을 비롯한 굵직한 과제를 놓고 벌써부터 물밑 '주도권 경쟁'을 진행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 대통령은 각종 입법과제의 속도 조절을 통한 '신중론'을 주문하고 있지만, 정청래호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을 대변하듯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며 다른 그림이 연출됐다. 대선 정국이었던 세 달 전만 해도 진보 진영이 잡음 없이 '이재명 일극체제'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때와 대조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8월2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관이 너무 나갔다"…당정, 검찰개혁 두고 신경전

당정 간 이견차가 도드라진 지점은 '검찰개혁'을 놓고서다. 일단 정청래 대표를 필두로 한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청 폐지 등을 추석 전까지 밀어붙이겠다며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검찰개혁의 정부 측 키를 쥐게 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중대범죄수사청 소관 부처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중 어디에 둘지, 또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여부 등 쟁점을 놓고 당과 이견을 보이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당장 검찰 기소권 남용 피해자로 대표되는 이 대통령도 검찰개혁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공식 입장을 내며 정 장관의 편을 들었다. 관련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정성호 법무장관에게 말한 건 '어떠한 쟁점이든지 소수의 몇 사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충분히 쟁점이 무엇인지를 공유한 상태에서 그런(논의) 과정을 거쳐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이 대통령의 의중을 설명했다.

이에 여권에선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대해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불쾌함을 표출했다. 특히 국정기획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 장관마저 검찰에 장악된 상태"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불협화음이 노출되자 당정은 동시에 갈등설 진화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일단 정부에선 김민석 총리가 지난달 30일 정성호 장관과 윤호중 행안부 장관 등을 공관으로 불러 검찰개혁 관련 이견 조율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장관은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수청 소속 문제 등 각종 쟁점과 관련해 "확정된 부분은 없다"면서도 "당에서 잘 중심이 돼서 논의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정청래 대표도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정·대(대통령실) 간 이견이 없다. 파열음·암투·반발·엇박자는 없다"며 '원팀'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 과제 속도부터 대야 태도까지 '엇박자'

하지만 당내에선 여전히 "정 장관이 자기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께서 검찰개혁의 구체적 안을 미리 준비해서 대선 때 공약한 줄 알았는데 다시 논의하자는 건 어불성설(민주당 지도부 관계자)"이라며 정부를 향한 비토가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또 일시적으로 봉합된 당정 간 마찰이 향후 '검찰의 수사지휘권 부활' 등 부각되지 않은 쟁점을 놓고 다시금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단 검찰개혁 외에도 양측은 개혁 과제 처리의 속도나 방법론을 놓고 미묘한 이견차가 감지되고 있다. 정 대표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과 방송법, 상법에 이어 9월 정기국회에서도 사법 개혁안을 속전속결로 몰아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 측에선 당이 주도하는 각종 개혁 내용이 정부의 '실용' '성장' 기치와 맞지 않거나 빈틈이 생길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연일 '신중론'을 띄우는 이유도 일맥상통한다.

대야(對野) 관계에서도 당정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반탄(탄핵 반대)파로 꼽히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먼저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등 꾸준히 대화 시도를 하는 모습이다. 그는 순방 기간 기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야당을 배제해서는 안 되는 게 당연하다"며 "힘들더라도 야당과 대화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야당 지도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여전히 일축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정부 집권 초기부터 정청래 대표 등 여권 내 강성 인사들이 차기 주자군으로까지 거론되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이 대통령의 국정 주도력이나 동력을 떨어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에 민정팀이 있는 만큼 당정 조율을 통해 최대한 이견 노출을 피하고, 특히 대통령은 확실히 교통정리를 해서 혼선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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