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악마화 정치

이동욱 논설주간 2025. 9. 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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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욱 논설주간

정치는 타협과 조정의 기술이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습관은 상대를 '악마'로 규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치는 상대를 악마화하는 심각한 병증에 걸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국민의힘을 향해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 한 발언은 그 상징적 사례다. 상대 당을 '사람 아닌 존재'로 규정해버리면 대화의 여지는 사라진다. 여기에다 "국민의힘은 열 번, 백 번 해산감"이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정 대표의 비서실장인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대표를 겨냥해 "타인의 고통·감정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이 전혀 없는 것 아닌가. 그런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 대표에 그 비서실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야 간 최소한의 존중마저 사라졌다. 전쟁에서 살상이 벌어질 때 상대를 비인간화(dehumanization)해야 가능한 것처럼 정치에서도 상대를 악마로 몰아붙이는 순간 협치는 불가능해진다.

민주주의는 느리고 번거로운 과정이다. 끊임없이 상대를 인정하고, 불편한 대화와 타협을 거듭해야 한다. 그러나 악마화 정치가 지배하면 그 과정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증오뿐이다. 독일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말했듯 "상대만 없어지면 세상이 잘 될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악마로 규정하고 사라져야 할 존재로 치부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기반을 잃는다.

역사를 돌아보라. 진실 대신 괴담과 루머가 지배하던 시절, 광장은 언제나 선동으로 들끓었다. '명백한 사실'보다 '귀에 달콤한 거짓'이 힘을 가질 때 민주주의의 뿌리는 흔들렸다. 지금 민주당이 내뱉는 막말은 과거의 허접한 괴담과 다르지 않다. 국민은 합리적 토론 대신 증오의 언어에 끌려다니고 정치판은 증오의 굿판이 되고 있다.

악마화 정치의 유혹은 달콤하다. 지지층 결집에는 무엇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끝은 파멸적이다. 국민은 대안을 보지 못한 채 증오의 진영으로 갈라지고 국회는 고성만 오가는 괴물들의 무대가 된다. 정 대표의 발언은 단지 막말이 아니라 한국 정치가 얼마나 위험한 길로 치닫고 있는지 보여준다. 여야 모두가 거울 앞에 서서 뿔 달린 악마가 된 자신들의 얼굴을 똑바로 들여다봐야 한다. 민주주의여, 악수하고 대화하라.